[인문학 특강] 김용택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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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들려주는 말을 받아쓰니 시가 되더라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서울시를 찾았다.
지난 12월 13일 시민청 태평홀에서 ‘자연이 말하는 것을 받아쓰다’라는 주제로 강연한 것.
서울자유시민대학 명사 초청 특강을 통해
인간성 회복과 공동체적 삶을 이야기하는 김용택 시인을 만나보자.

한 시대가 새롭게 시작하면 새로운 말이 나타납니다. AI 혁 명, 인공지능 등 예전에 없던 새로운 용어가 생겨나지요.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이 라고 합니다. 의사, 변호사, 판사 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질 것입니다. 더 많은 판례를 입력한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공부 잘하는 사람, 시험 잘 보는 사람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지요. 바로 감성을 공감하는 인간형입니다. 로봇은 인간 처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없으며, 공동체 삶에 대한 윤리 의 식도 없습니다. 감성 공감 인간은 대체 불가한 존재입니다. 제가 사는 곳 전라북도 임실은 임진왜란 때 생긴 마을입니다. 제가 사는 마을도 그렇지만, 마을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대고 사는 뒷산이 있습니다. 인문의 시작은 바로 기대는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 기대고 사는 것이 사회지요. 사회가 무너지면 우리가 기대고 있는 것이 무너집니다. 산이 마을을 품고 있으면 햇빛과 물, 바람이 머뭅니다. 그리고 생명을 풍성하게 가꿉니다. 옛날 사람은 마을 앞뒤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일 하고, 같이 먹고, 같이 놀고, 함께 살았습니다. 도둑질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서로 상처 주는 말을 하지만 않으면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에는 강 앞에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옛날 사람은 자연을 읽어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는 정면이 없습니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입니다. 그리고 나무는 경계가 없습니다. 땅과 물을 교환하고 하나의 생태계를 이룹니다. 자신에게 오는 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합니다. 정면, 정답만 있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정답이 하나밖에 없으면 답답합니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라는 생각, 경계를 지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서울사랑

인문이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학문

저는 교편생활을 대부분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글자를 모르셨지만, 사는 것이 공부였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은 평생 공부합니다. 그리고 배운 것을 써먹습니다.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두었다가 농사를 지을때 활용합니다. 농부는 봄 햇살, 가을 햇살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비가 올 것 같으면 장독을 덮고 일을 나갔습니다. 삶의 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거죠. 사는 것이 예술입니다.

인문이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학문입니다. 어머니는 항상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그러면 못써”라고 말씀하셨는데, 공부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지 1등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싸워야 큰다”는 말도 많이 하죠. 모순이 드러나면 고치고, 바꾸고, 맞추는 것이 인생입니다.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에게 이것저것 시키지 않는 것이 ‘인문’이고, 물을 스스로 떠다 마시는 것이 ‘혁신’이죠.(웃음)

자연을 읽을 줄 아는 옛날 사람들은 꺾어도 다시 나는 식물을 먹을거리로 삼았습니다. 나물이 그렇죠. 두꺼운 껍질 속에 눈을 가진 두릅은 꺾으면 새로 납니다. 또 산에 딸기가 있고 밭두렁에 오리가 있을 때 참깨 싹이 난다고 합니다. 소쩍새가 울면 땅속에 있는 뱀이 눈을 뜨고, 이는 곧 봄이 온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옛날 사람은 자연을 공부하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살다 보면 뭔 수가 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맞는 말입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것이 인문학이자 교육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나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써보라고 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 앞에 있는 것을,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는 사람입니다. 자세히 보면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을 많이 하면 표현력이 늘어납니다. 글쓰기는 삶을 도와줍니다. 심심할 때 생각을 하고 글로 써보면 그것이 바로 시가 됩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줄씩만 써보면 생각이 늘고, 글도 늘고,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생태계를 자세히 보고, 생각을 하다 보면 새로운 곳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받아들일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받아들이는 힘을 키우는 것, 바로 인문의 힘입니다.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다”, “살다 보면 뭔 수가 난다”는 어머니 말씀 속에 삶의 지혜가 다 들어 있습니다.

서울자유시민대학

지속적인 배움의 과정을 지원하는 서울시 평생 학습의 대표 브랜드.
총괄 본부 및 5개 권역별 학습장(시민청, 은평·뚝섬·중랑·금천학습장),
28개 대학교 등에서 명사 초청 특강을 비롯해
수준 높은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자유시민대학 총괄 본부 종로구 송월길 52, 02-739-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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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특강] 김용택 시인을 만나다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35332717 등록일 2019-01-18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9-01-08
라이선스 CC BY-NC-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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