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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 이야기 들려주는 화가 이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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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핀 꽃, 깊은 상처와 고통을 기억하세요”
1993년부터 5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미술 수업을 진행한
화가 이경신의 전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그림 이야기>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과 상처, 삶의 희망과 용기를 복원한다.
채 피지 못한 목련 꽃봉오리 같은 소녀, 배를 타고 끌려가는 소녀들,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을 향해 분노의 총구를 겨누는 손…. ‘위안부’ 피해자 할 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그대로 담고 있 다. 할머니들의 그림은 지난 1995년부터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전시돼 ‘위 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울 혜화동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미술 수업을 진행한 이경신 작가는 할머니들의 미술 치료 과정을 소박하고 정갈한 연필화로 기록 해 자신의 상처와 용기 있게 마주하고자 한 할머니들의 모습을 관람객에게 담 담히 전달한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해요.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25년 전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 인생은 늘 그 분들과 연결돼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199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 의 집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이경신 작가는 어떻게 하 면 할머니들과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 민하다 미술 수업을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자고 하니 처음에는 할머니들 대부분 마음을 열지 않으셨어요. 그러다 강덕경 할머니(1929~1997년)가 차차 그림에 대한 재능과 소질을 발견하면서 미술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셨죠. 김순덕 할머니(1921~2004년)는 항상 ‘내가 그림을 배우다니 소가 웃을 노릇’이라며 신기 해하셨습니다.”
자신의 상처와 용기 있게 마주한 할머니들
이경신 작가는 수업을 진행할수록 할머니들이 그림을 통해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세상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온다 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그때 너무 어렸고, 할머니들의 깊은 고통과 슬픔을 헤아릴 수조차 없었습니다. 우연히 미술 치료에 대해 알게 되었고, 미술 수업이 치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죠.” 색다른 수업 방식에 할머니들은 모두 당황한 기색이었지 만, 첫 시간부터 솔직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이용수 할 머니(1928~), 결연한 표정으로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삶을 ‘일편단심’이라는 그림에 담아낸 김순덕 할머니에게 이경신 작가는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던 강덕경 할머니는 마음과 감정 을 그려보는 수업을 낯설어하셨죠. 그러던 중 일본군이 조 선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 간 적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 발표가 나왔어요. 그 뉴스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던 강덕경 할머니는 마침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검붉은색, 과감한 붓 터치로 표현하시고는 ‘이제야 속이 시원하다~’고 말씀 하셨죠.”
이후 미술 수업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강덕경 할머니의 ‘빼 앗긴 순정’, 김순덕 할머니의 ‘못다 핀 꽃’ 등 할머니들의 대 표작이 세상에 나왔다. 이용녀 할머니(1926~2013년)도 두 할머니의 그림에 관심을 보이더니 ‘끌려가는 조선 처녀’ 같은 작품을 완성했다.
12월 28일까지 시민청에서 전시
국내외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었지만 무엇보다 할머니들에 게 중요한 전시는 말할 것도 없이 일본 전시회였다.
“일본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할머니들의 용기와 삶에 대한 희망, 그림이 지닌 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997년 강덕경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경신 작가는 결혼 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할머니들의 소식을 간간이 뉴스를 통해 전해 들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할 머니들의 이야기는 늘 그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보도를 접하 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강 한 의지가 솟아났어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미술 수 업을 책으로 엮은 <못다 핀 꽃>을 발표하고, 글 작업과 동 시에 그림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담 았습니다.”
이경신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는 서울시청 시 민청에서 12월 28일까지 진행한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상 처와 용기 있게 맞선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깊은 울 림을 전한다.
글 한해아사진 홍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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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 서울사랑 | 제공부서 | 시민소통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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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한해아 | 생산일 | 2018-11-29 |
관리번호 | D0000035036165 | 분류 |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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