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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울] 이제, 집에서 살자. 팔 집보다 살 집을 고민하다_곽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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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서 살자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급등한 전세금에 재계약을 위해 1억을 더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고민하는 주부와 전세금 대신 월세를 내야 하는 사람, 어려워진 경기에 오르지 않는 급여와 감당하기 힘든 주거비용 때문에 서울에서 살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지방으로 이사 가는 사람도 많이 증가했다.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하기 힘든 금리에 집주인이 월세로 자신의 대출금을 감당하려 하거나 재테크의 단으로 돌리고 있어 비싼 전세도 구하기 힘들다.


10년 전만 해도 일반 직장인이 자기 집을 마련하는데 10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서울에서 자기 집을 구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계산조차 하기 힘들다. 자신의 황금 같은 사회생활 30년을 통째로 바치는 사람도 있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을 위한 주거의 해결로 무엇을 선택했는가? 사실 많은 이들이 아파트를 선택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아파트는 편하고, 쾌적하며, 교통이 편리하다. 하지만 층간 소음, 세대 간 소음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외부 공간에 나가려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가야 하기에 개인적인 외부 공간도 존재하기 힘들다.


이번에는 다세대, 다가구, 단독주택을 둘러보자. 협소한 골목, 놀이터와 경로당도 없고, 주차도 문제이다. 또 살다 보면 왜 그리 춥고 더운지…. 외관도 30년 전이나 지금 새로 짓는 건물이나 자재의 노후 차이일 뿐 디자인도 그다지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 학생을 둔 학부모라면 공감하겠지만 아이가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에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 아파트를 사서 이곳을 나가나 전긍긍하는 부모도 많다. 이것이 현 우리 도시 서울의 모습이다.

아파트의 장점은 같은 모양의 평면을 고층으로 쌓아 공사가 용이하고, 공사 기간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외장재도 저층부를 제외하고는 크리트에 페인트 마감으로 저렴하고, 대지 면적 대비 최고의 효율을 내는 세대수로 저렴하게 많은 이에게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장점은 잃은 지 오래다.


오히려 그보다 입지와 학군, 브랜드, 안정적인 보행 공간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우리의 한쪽으로 쏠린 주거에 대한 인식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의 노후화된 단독주택지를 모두 아파트로 바꾸는 것은 현명한 판단일까? 요즈음 서울시에서는 마을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노후화된 주거지를 아파트와 같은 재개발의 방식이 아닌 그 지역의 역사와 숨결을 살리면서 공동체에 필요한 놀이터나 경로당, 도서관, 주차장 등을 지원하고 마을길을 걷고 싶은 길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이다. 노후화된 단독주택지의 단점이 ‘부족한 공공시설’이었다면, 그 부분을 공공에서 지원해주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물론 예산의 한계로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없고, 수혜를 받는 지역도 수많은 마을 중의 몇 곳일지라도 나는 이것을 의미 있는 출발로 본다.

 
우리의 다세대, 다가구, 단독주택은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매우 매력적인 주거가 될 수 있다. ‘최대한 나올 수 있는 규모에 최소한의 금액을 들여 공사를 완료하여 서민에게 분양하거나 임대하면 되지.’라는 생각만 버리면 된다. 좋은 단열재로 시공하고, 필요한 공사의 공정을 뛰어넘지 않고, 각 세대에 사는 사람이 주인이든, 세입자든, 분양받는 사람이든, 누가 들어와 살든지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과 공사를 한다면 우리는 이 열악해 보이던 단독주택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것은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자 셋이 모두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변화이다.

나는 지난해 상도동에 40평짜리 작은 땅을 사서 시어머니 가족, 시누이 가족, 며느리인 나의 가족, 이렇게 세 가정이 살 수 있는 다가구를 직접 설계·시공하여 입주하였다. 며느리인 내가 이런 결정을 한데는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너무 어려워서였다. 10년간 맞벌이를 해도 부모의 도움이나 대출을 받지 않고는 그럴듯한 내 집을 마련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10년간 시댁 식구들과 가까이 지내며 서로 눈 감을 줄 아는 여유가 생길 즈음 몇몇 가구가 모이면 내 집 마련이 그다지 어렵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와 남편이 행복하고 내가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리는 현 다가구의 시세보다는 높게, 아파트보다는 매우 낮은 금액으로 주거를 해결하였고, 다양한 외부 공간과 텃밭, 쾌적한 주거 환경에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여러분도 본인 가족의 주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비록 건축가는 아니더라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쪽으로 맹목적으로 쏠리지 고, 남들이 싸게 지었다고 해서 그쪽에 흔들리지 않으며, 내 가족만의 행복의 테두리를 좀 더 넓힌다면, 좀 더 나은 설계자와 시공자를 만나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주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내용 참조

- 곽은선 : 이에스건축사사무소 소장.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2013년, 서민과 중산층 주거의 대안을 만들어 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국사봉 자락에 가족들이 살 다가구를 설계·시공했다. 설계자와 시공자의 직업 정신, 사명감의 부활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줄 아는 건축주의 의식 변화를 외치고 있다.





글 곽은선(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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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울] 이제, 집에서 살자. 팔 집보다 살 집을 고민하다_곽은선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93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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