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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문화유산 답사] 동서양 건축 기술의 아름다운 조화, 정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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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일대가 조용히 내려다보이는 정관헌은 동양의 건축과 서양의 건축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덕수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꼭 들르는 명소이기도 하다.


고종이 커피 마시며 여가를 즐기던 곳


덕수궁의 가장 깊은 곳이자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 잡은 정관헌은 대한제국 시대 고종이 다과를 들거나 연회를 열고 음악을 감상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1900년에 건립한 회랑 건축물이다. 경운궁 선원전의 화재로 태조의 영정을 이곳에 잠시 모셔두면서 경운당(慶運堂)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1906년에는 흠문각(欽文閣)의 고종 어진(왕의 초상화)과 계명재(繼明齊)의 순종 어진을 잠시 이곳에 봉안하기도 했다. 한때는 덕수궁을 찾는 이들에게 차와 음료를 파는 카페로 운영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관람만 가능하다.러시아 건축기사인 사바찐(Sabatin)이 설계한 정관헌은 서양 스타일의 건축양식에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까지 가미되어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내부 기둥은 중세 유럽 전역에 발달했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인조석 기둥이 줄지어 있으며, 외부 기둥은 목재로 기둥 상부에 청룡과 황룡, 꽃병 등 화려한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다. 특히 정관헌은 동, 서, 남의 세 방향에 화려한 테라스를 두어 3면을 개방한 것이 특징이다. 외부 난간은 소나무와 사슴, 박쥐 등을 투각(透刻)해 황금빛으로 장식했는데, 소나무와 사슴은 십장생 중 일부로 불로장생을 의미하고, 박쥐는 부귀영화와 복을 상징한다. 지붕은 사바찐 건축의 특징인 합각(合閣: 지붕 위 양옆에 박공으로 ‘∧’자 꼴을 이룬 각) 모양을 하고 있다. 내부 기둥이 받친 부분에만 합각 형태로 씌웠으며, 기단(基壇) 위쪽은 지붕을 덧달아 퇴(툇마루, 툇간)를 구성해 구리로 만든 난간으로 동, 서, 남면을 둘렀다.




덕수궁 내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

화려하고 이색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정관헌은 고종이 궁내에 지었던 몇 개의 서양식 건물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구한말 외세 열강의 정치, 군사적인 압박을 느낀 고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양식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고, 러시아 공사관에서 덕수궁으로 환궁할 무렵 몇 채의 서양식 건물을 궁내에 지었다. 이는 고종이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스스로 이루어 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정관헌은 고종에게 아픔의 현장이기도 하다. 1898년 발생한 커피독살 미수사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고종은 평소 정관헌에서 커피(당시에는 ‘가배차’라고 불림)를 마시며 여가를 즐겼다. 그러던 1898년 9월 12일, 고종과 태자(순종)가 오전 다과를 즐기며 커피를 마셨는데 그 맛이 이상해서 뱉어버렸다고 한다. 러시아 통역관 김홍륙이 유배를 떠나기 전 고종의 커피에 독을 넣은 것이다. 고종은 미량만 마신 덕에 큰 화를 면했지만, 태자는 많이 마셔 지능이 상했음은 물론 생식기능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궁의 첫 서양식 건물이자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인 정관헌. 올해는 5월과 9월의 수요일마다 ‘명사와 함께’라는 강연 프로그램도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정관헌으로 나들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화콘텐츠닷컴(문화원형백과 사진으로 보는 한국전통건축),2002, 한국콘텐츠진흥원


※ 근현대 문화유산 답사는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글 진정은 사진 박종훈(스튜디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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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문화유산 답사] 동서양 건축 기술의 아름다운 조화, 정관헌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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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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