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다 읽은 책, 더 이상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 그리고 평일 내내 주차장을 지키는 자동차…. 이처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자원을 필요한 사람과 나눠 쓴다면 얼마나 경제적일까. 이런 생각에서 공동으로 사용하고 소비하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세상을 변화시킬 10개 아이디어’에 선정한 공유 경제의 사례를 찾아본다.

제1호 공유 서가 서울에서 탄생
서대문구 남가좌동 최복수 씨는 집 거실과 방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 때문에 고민이었다. 아이들이 다 성장해서 1년 내내 한 번도 보지 않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단지 내 재활용 수거함에 내놓고는 했지만, 옮기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파트 엘리베이터 모니터에서 단지 안에 북 카페를 만들기 위해 책을 기증받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장 집에서 과일 상자 한 박스 분량의 책을 추려서 관리사무소로 달려갔다.
관리사무소에는 최 씨처럼 책을 기증하는 이웃이 줄을 이었다. 관리사무소는 서울시의 마을 북 카페 공모에 선정되어 받은 지원금으로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개최하던 관리동 지하 공간을 북 카페로 꾸몄다. 아이와 주부를 위해 온돌 마루를 놓고, 사방에 책꽂이를 설치했다. 그리고 책은 서울시 지원금과 주민 기증으로 마련했다. 윤금용 관리사무소장은 “원래 단지 내 도서관으로 주민이 이용하던 공간이었는데, 점점 기능을 상실해 복원하는 차원에서 북 카페를 만든 것”이라며 “북 카페를 만들면서 집에 있는 책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공유 서가’를 제안했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공유 서가의 장서는 5,000여 권. 책장에 진열하지 못해 창고에 쌓아둔 책도 수천 권에 이른다. 운영 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월부터는 토요일에도 운영하고, 대여 업무도 시작한다. 찰흙 공작, 비즈 공예 등 문화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책을 기증하고 자원봉사까지 하는 최복수 씨는 “공유서가가 들어선 북 카페가 책을 마음껏 읽고, 이야기꽃도 피울수 있는 단지 내 최고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며 “아이도 많이 찾아와서 토요일과 일요일도 운영해야 할 상황”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 남가좌동 래미안아파트 관리사무소 내에 마련한 북 카페전경 / 북 카페에 만든 공유서가는 자신의 서재를 공동체와 함께 소유한다는
의미에서 또 다른나눔의 형태다. 공유 서가에 참여한 주민의 이름을 기록해놓은 이름표

▲ 공유 서가 도입 이후 북 카페는 마을 주민에게 최고의 사랑방이 되었다.

▲ 공유를 통해 신뢰도 쌓고 자원의 효
율성도 높여요.

살맛 나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 앞당긴다
자신이 소유한 책이나 자동차, 빈방 등을 서로 바꿔 쓰거나 함께 사용하는 ‘공유 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지칠 대로 지친 2030세대 중심으로 ‘협력적 소비’를 기치로 내걸고 확산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복지, 환경, 일자리 등 사회적 수요는 급증했지만,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 이를 해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로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공동체 의식이 사라졌다. 환경적으로는 과잉 소비에 따른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도 대두됐다. 공유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휴 자원의 활용성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며, 이웃과 공동체 의식도 형성하면서 환경문제 해결에도 기여한다.
자원을 공개하고 개방해서 함께 사용함으로써 자원의 가치와 효율을 높이는 혁신, 이것이 바로 공유 도시의 개념이다. 공유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호혜적 경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공유 문화가 확산되면 사람 사이의 교류가 늘어나고, 단절 된 관계도 회복되면서 사라진 공동체 의식 회복에도 기여할수 있다.

글 심승훈 사진 램프온더문

본 콘텐츠는 '서울사랑'에서 게재중인 콘텐츠 입니다. 서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