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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기획] 마을 주민이 만들고, 운영하고, 이용하는 ‘문턱 없는 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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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기업이라는 곳이 있다. 마을 사람이 뜻을 모아 설립하고, 운영하며, 이용하는 곳이다. 주민 모두가 주인이 되기도 하고, 손님이 되기도 하며, 종업원이 되는 재미있는 곳이다. 이 같은 마을 기업이 서울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마을을 살리고 마을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마을 기업을 찾아가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로 꼽히는 의식주(衣食住).
그중에서도 ‘식’에 해당하는 음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음식은 부족한 경우도 그렇 지만, 차고 넘쳐도 문제가 된다. 항상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마포구 서교동 주택가 도로에 접한 ‘문턱 없는 밥집’은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마을 기업, 마을 식당이다. 2007년 5월 민속의학연구원이라는 민간재단에서 문을 열었는데, 경영난을 심하게 겪으면서 지난해 말 문 닫을 위기에 처한 것을 마을 공동체와 직원들이 다시 살려낸 식당이다.
낮 12시, ‘문턱 없는 밥집’에는 고소한 밥 냄새가 그득하다. 밥집 한쪽에는 “빈 그릇 운동”, “남기지 말고 마음껏 드시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밥이 한 솥 가득 담겨 있고, 옆에는 콩나물과 호박무침, 양배추 등이 놓여 있다. 식당 한쪽에서는 된장국이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다.
점심시간에 이곳을 찾는 손님은 대개가 밥집 마니아. 양푼이라 할 정도로 큰 그릇에 밥을 한 주걱 퍼서 담은 뒤에 반찬을 차례로 얹고 달걀까지 하나 올린다. 여기에 강된장을 알맞게 넣어 비벼 먹는다.
먹을 만큼 마음껏 먹을 수 있지만, 음식을 남겨서는 안 된다.
모든 음식의 재료는 유기농 농산물. 따라서 채소는 껍질까지 모두 먹는다. 음식을 비벼 먹고 난 뒤에는 그 그릇에 숭늉을 담아 먹는다. 그릇에 묻은 고춧가루까지 숭늉으로 깨끗하게 닦아낸다. ‘문턱 없는 밥집’은 불가에서 행하는 ‘발우 공양’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저녁에는 메뉴판을 내놓고 장사를 하지만 점심 메뉴는 비빔밥 한 가지다. 밥값은 손님이 알아서 낸다. 유기농 재료만 쓰기 때문에 일인당 식사 원가는 8,000원 정도. 그러나 손님 대부분 5,000원 정도 넣고 간다. 매일 점심때 50명 내외가 이곳을 이용하는데, 항상 적자인 셈이다.

폐업 위기에서 마을 주민이 살려
2007년 5월 처음 문을 연 ‘문턱 없는 밥집’은 2008년 5월 보건복지부 산하 학술·장학재단인 민족의학연구원의 한 부서로 출발했다. 그런데 연구원 이사회가 ‘문턱 없는 밥집’을 정관상 목적 사업에 넣기로 한 뒤 사무국장이 복지부에 신고만 하고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인 등기를 냈다.
결과적으로 사업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관에 없는 이윤 사업을 한 것이다. 연구원은 신고한 것과 다른 목적의 사업을 하게 돼 거액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부과받았다. 후원 기관의 도움으로 세금은 모두 냈지만, 복지부는 이 밥집이 장학·학술재단인 연구원의 사업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자가 계속되자, 연구원 이사회는 밥집을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지난 12월 말 전 직원 해고 결정을 내린 뒤 폐점을 통보했다. 그러나 밥집 직원들은 식당 문을 계속 열겠다는 입장이었고, 그들의 바람은 마을 대책 위원회 구성과 밥집을 마을 식당으로 만드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문턱 없는 밥집’의 심재훈 매니저는 “우리 밥집은 미래를 준비하는 식당”이라며 “문턱 없는 밥집이 적자에서 벗어나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턱 없는 밥집’은 서울시 마을 기업으로 선정돼 임대료 1억 원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월세 110만 원은 자체 해결해야 한다.





글 심승훈 사진 램프온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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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기획] 마을 주민이 만들고, 운영하고, 이용하는 ‘문턱 없는 밥집’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61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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