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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쪽방촌에 활기를 불어넣은 컨테이너의 재발견, 위진복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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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은 컨테이너 임시 숙소가 없었다면 중단했을지도 모른다. 폐기처분 직전의 컨테이너를 훌륭하게 재탄생시켜 한겨울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해준 위진복 소장을 만나본다.

▲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을 위해 재
능 기부를 한 위진복 소장은 개인적으
로도 보람되고 의미가 큰 일이었다고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 집은 사람이나 동물이 거주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벽과 지붕이 있는 형태를 뜻한다. 인문학적 의미로 마음의 안식처쯤 될까? 사람은 어떤 공간에 감싸이듯 들어가 있어야 비로소 안정되고 편안하며 평화로움을 느끼는데,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이를 가리켜 ‘요나 콤플렉스’라고 했다. 사람은 엄마 배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모태 귀소본능, 즉 요나 콤플렉스를 집, 서랍, 장롱, 다락방 등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비록 돌아눕기조차 힘든 비좁은 공간이지만 아프고 힘겹게 사는 사람이 지친 몸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곳, 쪽방은 사회적 배려 계층의 유일한 안식처다. 그러한 쪽방이 덕지덕지 기운 남루한 옷을 벗고 안락하고 예쁘게 재탄생하고 있다.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 덕분이다.
그 사업은 시작부터 진통을 겪었다. 쪽방 소유자와 거주자가 다르고, 관리 구조가 복잡해 집주인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공사 기간 동안 임시 숙소도 문제였다. 당초 인근 여관을 염두에 두었으나 모두 거부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돌파구가 마련됐다. 그렇게 컨테이너 임시 숙소도 탄생했다.
“한진해운에서 폐기 처분할 컨테이너를 헐값에 제공해주셨어요. 컨테이너 프로젝트는 건축가로서 흥미 있는 작업입니다. 특별한 상업 시설이나 이런 공공 작업이 아니면 평소에 해볼 수 없는 일이니까요.”
재능 기부로 컨테이너를 설계한 유아이에이건축사사무소 위진복 소장은 “컨테이너 프로젝트는 산업폐기물 재활용함은 물론 도시 재생까지 곁들여진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낡고 허름한 쪽방촌은 타임스퀘어, 롯데백화점 등의 화려함과는 극단적 대비를 이루는 곳이다. 그 우중충한 골목 끝에 알록달록하고 독특한 구조의 컨테이너가 자리 잡아 회색빛 동네를 화사하게 변모시켰다.
“6M짜리 컨테이너 17개로 36개의 방을 만들었습니다. 12M짜리 컨테이너 3개로는 휴게실과 샤워실, 조리실을 묶은 부대시설 건물을 만들어 숙소와 연결했어요.
컨테이너를 3층으로 서로 엇갈리게 쌓으니 아름답기도 하고 외부 공간도 확보할 수 있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지요.”

수많은 시안 작업 끝에 사용하기 편하고 미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지금의 구조물이 완성됐다. 1.5평의 방은 두꺼운 단열재와 이중창으로 마감해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이 컨테이너 임시 숙소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서 국토해양부장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건물을 발주한 서울시의 의도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작품으로 디자인 완성도도 높다”고 평했다. 위 소장은 이 숙소를 다른 지역 쪽방촌 리모델링 때도 사용하면 좋겠는데, 제도와 여건상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영국의 유명한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사무실에서 9년 동안 근무한 위 소장은 사회와 환경에 관심이 많다. 2011년 서울시 공공 건축가에 자원해 다양한 공공 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디자인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만들기의 일환으로 ‘에브리데이 디자인(Everyday Design)’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회사 수입의 1%를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다 그 이유에서다.
“쪽방촌 리모델링은 서울시의 의지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제 재능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서 보람이 아주 큽니다.”
위진복 소장은 앞으로도 계속 공공 건축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다. 공공 건축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계층 간 단절을 극복하며, 사회적 배려 계층에 최소한의 주거권을 확보해주고, 도시를 재생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꼭 이런 거창한 의미가 아니더라도 공공 건축은 우리가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배려와 관심이니까 말이다.





글 이정은(자유기고가) 사진 램프온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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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쪽방촌에 활기를 불어넣은 컨테이너의 재발견, 위진복 소장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61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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