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옥]아파트에 숨은 한옥, 미래를 꿈꾸다 한옥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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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사랑>2월호에서는 서울한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한옥을 보존·계승하고
대중화하기 위한 서울시의 지원 정보를 함께 소개한다.

기와의 곡선과 나무의 직선이 어우러진 한옥의 미는고층 빌딩 숲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아름다움뿐 아니라 실용성까지 지닌 한옥에 대하여.

한옥은 세계 건축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이는 변화를 추구한 한옥의 전통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한옥은 대개 조선 후기에 지은 것이다. 그 이전의 한옥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옥은 시대마다 모습이 다르다. 여기에 지역적 차이까지 감안하면 한옥은 다른 나라 살림집에 비해 눈부실 만큼 다채롭다. 건축물 중 살림집은 세월을 타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때로는 수천 년간 그대로인 경우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파견된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던 이라크 에르빌(Erbil)이 대표적인 곳이다. 화석 같은 이곳의 집과 마을은 4,00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구들에서 시작하는 한옥의 다채로움

구들은 집에서 자기 위치를 바꾸며 집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런 구들의 재주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서양식 아파트를 우리 아파트로 바꾼 것 역시 구들이다. 처음 선보였을 때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애물단지였지만, 구들을 장착하면서 아파트는 날개를 달았다. 구들의 20세기 버전인 보일러(바닥 난방)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아파트 사랑도 없었을 것이다. 한옥의 창호지에 스미는 은은한 불빛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우리 감성을 자극한다. 지난 1월 23일 서울의 기온은 영하 18℃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영하 30℃를 밑돌았다. 이토록 추운 지역의 집에 이처럼 많은 창과 문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달려 있다는 사실은 건축적으로 보면 신기(神技)에 가까운 일이다. 추운 지역의 살림집은 창과 문을 작게 내고, 사람들은 차가운 방바닥을 피해 입식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구들을 개발해 방바닥을 이용하는 독특한 좌식 문화를 일구어왔다. 한겨울 뜨거운 구들에 부챗살처럼 발을 모으고 웃음을 쏟아내는 모습은 지난 시절 누구나 갖고 있는 추억의 한 장면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아파트 평면이 서양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사실 구들을 잘 이용하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의 한옥 평면은 우리 아파트 평면과 매우 흡사하다. 아파트가 지금처럼 사랑받게 된 데에는 한옥의 익숙함이 한몫한 셈이다.한옥의 생명력과 다채로움은 아파트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한옥을 독특한 건축으로 빛나게 하는 마당

난방열을 알뜰히 갈무리하려면 건물이 작아야 유리한데, 작은 집을 보완하기 위해 건물 밖에 커다란 마당을 두어 생활공간으로 썼다. 이곳에서 타작도 하고, 명절도 지내고, 결혼식도 하고, 장례식도 치렀다. 이처럼 실용적인 마당의 기능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한옥의 아름다움이 마당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다른 나라 건축의 아름다움은 비례에서 나온다. 그래서 황금 비율에 맞춰 명함을 만들 듯 집을 짓는다. 그러나 한옥에선 비례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마당 때문이다. 한옥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선을 잡는 순서는 이렇다. 건물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대장 목수는 마당을 안고 서서 지붕 선을 바라본다. 먼저 지붕 선과 건물의 어울림(비례)을 본다. 그런 다음 마당과 지붕 선이 어우러지는지 살핀다. 이때 마당과 지붕 선의 어울림은 비례로 확인할 수 없다. 텅 빈 마당에 무슨 비례가 있겠는가. 그래서 마당과 건물 그리고 주변의 어우러짐을 모두 고려해 지붕 선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건물 자체의 비례보다 주변과의 어우러짐을 중시하는 한옥의 아름다움이 여기에서 나온다. 이런 까닭에 한옥을 가장 자연 친화적인 집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이 특별한 한옥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쳐왔다. 북촌 한옥마을이 관광 명소가 된 배경에는 서울시의 이 같은 노력이 숨어 있다. 최근 서울시는 기왕의 한옥을 보전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한옥마을 조성을 시도하고있다. 그런데 한옥에 관한 정책을 세울 때 잊으면 안 되는 점이 한옥은 늘 변한다는 사실이다. 북촌의 한옥은 20세기 초반의 한옥이다. 이곳의 한옥은 조선 후기 전통 한옥과 많이 다르다. 마당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서 서양이나 중국의 살림집처럼 중정집(마당이 건물로 둘러싸인 집)이 되었다. 이는 실내 생활이 보편화 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한옥이 그 시대와 지역에 맞게 진화한 또 다른 모습이다. 재료도 함석과 유리 등을 새롭게 사용했다. 한옥은 이처럼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는 재주가 있다. 한옥을 한마디로 말하면 역(易)이다. 바뀌고 변해 도달하는 다양함. 한옥은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적이없다. 이 시대의 한옥 짓기는 과거의 모방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분석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다양하되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집. 그것이 한옥이고, 한옥마을이다.

이상현 한옥연구소 소장
대중에게 한옥을 전하기 위해 한옥연구소를 열고, 한옥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목수일까지 배웠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인문학, 한옥에 살다>, <즐거운 한옥읽기 즐거운 한옥짓기> 등의 저자다.



글 이상현(한옥연구소 소장) 사진 문덕관(램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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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옥]아파트에 숨은 한옥, 미래를 꿈꾸다 한옥예찬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28036494 등록일 2017-09-30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2-26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