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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안 부러운 ‘엄마표 공동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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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실 어린이집 등으로 엄마들의 공동육아모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부실 어린이집 등으로 엄마들의 공동육아모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부실한 어린이집들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엄마들의 공동육아모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아이 교육에 필요한 것이라면 엄마들이 직접 잰 걸음에 달려가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짜내느라 동분서주하는 마을 공동체 육아모임이 그것이다. 천편일률적인?사교육에 기대지 않고 심도있게 내 아이를 가르칠 프로그램을 짜내느라 골몰하고, 어떤 체험 프로그램이 좋은지 뛰어다니고,?신문을 뒤지고, 귀동냥도 한다. 이날은 서너명의 또래 아이 엄마들이 뭉쳤다. 순 엄마표 어린이집 ‘육해공 가온누리’를 만나러 간 곳은 양천구에 있는 계남근린공원이었다.

매미 울음소리 가득한 8월의 숲 속, 아이들이 놀이에 한창이다. 흙을 만지고 벌레에 소리를 지르며 나뭇잎을 줍는 아이들, 숲 속 자연과 한데 어울려 아이들이 노는 동안 한쪽에서는 아이 엄마들이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책과 학습교구들을 펼치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3,40대의 이 엄마들은 ‘육해공 가온누리’의 회원들이다.

‘육아에서 해방되고픈 공동체(육해공)로 세상(누리)의 중심(가온)에서 커가라’는 창대한 의미를 담고 있는 ‘육해공 가온누리’는 교육비 부담을 덜고 어떻게 하면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를 고심하던 젊은 엄마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마을공동체다. 공동체의 효시는 2년 전 대표 신보영(36)씨가 인터넷 카페에 ‘육아 소모임 할래요?”라는 글을 올리며 몇몇 젊은 엄마들과 함께 공동육아를 함께 고민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공동육아의 강점은 역시 엄마들의 열정 어린 자체 개발 프로그램이다. “꼭 특별한 재능을 지녀야 육아품앗이가 잘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회원 중에는 다방면에서 유능한 분도 계시지만 제일 필요한 요건은 아이를 잘 키우려는 엄마의 마음이 아니겠어요?” 신씨는 “엄마들 모두 일관성을 유지하기 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렸고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했다.

이곳의 공동육아 프로그램은 크게 야외 생태체험과 실내수업으로 나뉜다. 계남, 우장산, 방화근린공원 등 야외 숲체험을 비롯해 동화읽기 색칠하기 등의 실내수업은 엄마들이 직접 공들여 만든 ‘엄마표 수업’들이다. 피자나 김밥 등 아이들이 좋아할 요리를 만들어 보는 시간도 갖고 동물원체험, 버블매직쇼 등 깜짝 프로그램도 연다.

미용실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머리단장 시간도 인기다

미용실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머리단장 시간도 인기다

미용기술에 능한 엄마 솜씨로 종종 열리는 아이들의 머리단장 시간도 인기다. ‘외갓집 체험’은 시골 농가나 장터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강화도에 사는 신씨의 시댁이 주 무대였다. 아이들은 시골에 방문해 감자 캐기, 토마토 따기, 상추밭 물주기 등을 체험했다.

아이들과 함께 텃밭 가꾸기 체험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텃밭 가꾸기 체험을 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에서 여름 물놀이를 겸한 수영강습을 받기도 했으니 웬만한 체험거리는 다 해본 셈. 조금만 주위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돈 안 들이고도 아이들을 가르칠 게 무궁무진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우선 서울시 각 구의 무료 체험학습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좋은 DVD도 있으면 집에서 가져와 함께 보고 자치구에서 열리는 축제와 벼룩시장에도 참여한다.

실내체육수업(좌), 버블매직쇼(우)

실내체육수업(좌), 버블매직쇼(우)

현재 16명의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를 비롯해 전직 미용사, 골프잡지기자, 육아휴직 중인 초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회원들이 있어 운영이 매끄럽고, 영양가 있는 프로그램도 많아 회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란다. 유치원교사로 일했던 경험을 프로그램에 고루 반영하고 있는 정현지(29)씨 이 모임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엄마표 실내수업 `낙하산놀이`

엄마표 실내수업 `낙하산놀이`

다재다능한 16명의 엄마들이 모였으니 에너지가 넘치기도 하겠지만 반면 어려운 점도 있지 않을까? “이제 시작인만큼 앞으로 난관도 있을 테죠.” 양천구로 이사 오기 전 서초구에서 1년 동안 육아품앗이 리더로 활동했던 서씨는 그때의 경험을 회원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울고 서로 싸울 때 엄마들에겐 참 난감한 순간이죠. 잘 극복이 안 돼 모임에 나오기를 꺼려하기도 하죠. 엇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끼리 어울리다 보면 모두 자연스러운 현상인 데도요.” 서씨는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란 것을 엄마들이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면서 “넓게 보고 쭉 이어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동육아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제기되는 공동체 모임의 장소도 ‘육해공 가온누리’는 가볍게(?) 해결했다. 올해 2월 ‘2015년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에 도전, 선정이 되면서 공간 제공과 함께 미술 음악 체육 등 강사 지원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제 매주 두세 차례는 무려 3시간 동안 널찍한 곳(양천구 아볼로 피자점포 내 다목적 홀)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두부에 물감으로 색을 입힌 뒤 으깨거나 뭉쳐 마구 어지르며 노는 두부놀이와 공간차지가 많은 낙하산놀이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공동의 장소가 딱히 없어 회원들의 집과 키즈카페를 전전하며 많은 불편을 겪었던 터라 시의 공간 지원은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다고 회원들은 전한다. 지난 5월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마음을 담아, 아름다운가게 화곡점에서 열린 미혼모 돕기 바자회에 물품기증을 하기도 했다.

엄마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 육아 모임, `육해공 가온누리`

엄마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 육아 모임, `육해공 가온누리`

이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아내에게 감복한 아빠들의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소방안전체험학습과 가족캠프를 마련해 준 것이다. 아이들의 반응을 묻자 “아이들이 제일 신나했던 프로그램 이었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엄마들의 마지막 한 마디. “생업에 바쁜 줄 잘 알지만 아빠들, 짬 좀 많이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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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안 부러운 ‘엄마표 공동육아’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분 생산일 2015-08-18
관리번호 D000002324512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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