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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그릇이 뚝딱! 육개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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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몸보신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이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는 예부터 삼복 중에 허한 몸을 보호하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삼계탕, 보신탕, 육개장, 콩국 등의 복중음식을 많이 먹었다. 이중 육개장은 개고기를 넣고 끓인 탕국인 개장국에서부터 유래했다.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를 정도다. 우리는 개고기국을 보신탕으로 부른다. 우리 몸에 좋은 보약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개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은 육개장을 먹었다. 북한에서는 육개장을 ‘소단고기국’이라고 부른다.

뜨거운 육개장 국물에 밥을 말아 후후 불어가며 먹다보면 언제 입맛이 없었냐 싶게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진다. 흔히 육개장 같은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땀을 많이 흘리는데, 이는 체내에 축척된 불필요한 노폐물이나 분비물을 배출하고 혈액순환을 잘되게 해준다.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시원해지는 이유이다. 육개장은 양지머리, 양, 곱창 등에 대파, 토란대, 숙주, 고사리 같은 채소를 듬뿍 넣고, 고추기름과 마늘, 간장, 후추 등을 넣어 끓여낸 보양식이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먹어

육개장에 관한 기록 중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1800년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규곤요람>이다. 이 책에는 ‘육개장은 된장을 푼 물에 고기를 무르게 익히고 파를 넣고 후추와 기름을 쳐서 만든다’고 적혀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에 내려오는 육개장을 먹기 시작한 때는 고추가 유입돼 붉은 김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라고 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농사를 위해 소를 함부로 도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고기 대신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 개고기와 여러 채소들을 함께 삶아 먹는 ‘개장’은 사돈이 방문하면 대접한다고 할 정도로 귀한 요리였다. 그러나 개는 조선시대에도 애완용으로 길러졌다. 때문에 당시에도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개고기 대신 소고기를 넣어 먹은 것이 육개장이다.

육개장이에 가장 앞에 고기 육(肉)자를 넣어 ‘육개장’이라 부른 것이다. 육개장의 다양한 종류(조리방법)는 각종 서적에서 소개되고 있다. 1929년 잡지 <별건곤>에서는 “혓바닥에 델 만치 뜨겁고 김이 무렁무렁 떠오르는 시뻘건 대구 육개장은 조선 사람의 특수한 구미를 맞추는 고추가루와 개장을 본뜬데 그 특색이 있다”며 대구식 육개장을 소개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는 “복날에 개를 고아 자극성 있는 조미료를 얹은, 이른바 개장이라는 것을 시식하여 향촌 여름철의 즐거움으로 삼았다. 개고기가 식성에 맞지 않은 자는 소고기로 대신하고 이를 육개장이라고 하여 시식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전한다.

특히 <조선상식문답>에는 근대기의 대표적 사학자인 호암 문일평의 “지방적으로 유명한 음식은 어디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육당 최남선이 “이루 다 말하겠습니까마는 서울은 그만두고 개성의 엿과 제육, 해주의 승가기, 평양의 냉면과 어복장국, 의주의 대만두, 전주의 콩나물, 진주의 비빔밥, 대구의 육개장, 회양의 곰의 기름 정과, 강릉의 방풍죽, 삼수갑산의 돌배말국, 차호의 홍합죽 등이 사방에 이름난 것입니다”라고 실려 있다.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활용되는 육개장

육개장

육개장은 원래 서울의 향토음식이지만 유난히 더운 대구에서 여름을 나기 위한 보양식으로 많이 먹으면서 대구지역의 육개장이 유명해졌다. 대구의 육개장은 이른바 대구탕반(대구탕)인데 요즘은 국 따로, 밥 따로의 ‘따로국밥’으로 더 유명하다.

이 외에도 소고기 대신 닭고기로 끓인 것을 닭개장이라고 하는데 <시의전서>에 나온 ‘연계국’이 지금의 ‘닭개장’과 비슷하다. 기록에는 닭개장이 번듯하게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조선시대에 가장 많이 기르던 가축이 닭이었기 때문에 닭개장을 즐겨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로부터 잔치가 있을 때는 육개장을 많이 먹었다. 이는 육개장이 채소가 모자라면 채소만 더 넣고, 또 고기가 모자라면 고기만 더 넣는 식으로 양념과 물만 부어내면 하루 종일 끓이면서 몇 인분이고 더 만들어낼 수 있어 손님 대접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다.이제는 육개장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병원의 영안실이다. 예로부터 농경사회인 우리나라 전통의 관혼상제 중 가장 엄숙하고 정중한 행사인 장례에 먼 길을 오신 손님들께 집안의 귀한 소를 잡아 고깃국을 대접해드리는 게 예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음의 기운을 지닌 귀신이 양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싫어한다고 해서 육개장을 먹었다는 설도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영안실의 육개장이 떠나는 이가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인사라는 생각이 들어 꼭 한 그릇 비우곤 한다.

출처 : 서울식품안전뉴스(글_김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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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서울식품안전뉴스 생산일 20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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