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거리’에 ‘예술의 꽃’이 피었습니다

문서 공유 및 인쇄

문서 본문

서울-인천을 연결했던 경인로에 문래동 창작거리가 자리잡았다

서울-인천을 연결했던 경인로에 문래동 창작거리가 자리잡았다

신도림역과 영등포역 사이 경인로에는 철공소가 죽 늘어서 있다. 길가에 늘어선 공장의 열기와 그 사이 열린 문 틈으로 근육질의 인부들이 보인다. 웬만한 사람들이 감히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진다. 이곳은 본래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됐던 철강거리이다. 하지만 이 곳에 정착했던 이들은 높아지는 땅값에 하나둘 떠나갔고, 그나마도 평일에만 공장 기계를 돌리는 등 점점 빈 공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인로를 통해 문래동 철강거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장면

경인로를 통해 문래동 철강거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장면

그러던 어느 날, 점점 쓰러져가는 이곳에 예술가들이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문 닫은 사무실을 꾸며 갤러리로, 카페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홍대 같은 곳의 상업화, 유흥지화를 견디지 못해 나온 인디 예술가들이 가까운 문래동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문래동은 철과 미술 그리고 음악이 공존하는 곳으로 변화했다. 벽화가 그려지고 멋진 그래피티가 철재 문 위로 펼쳐졌다. 길을 따라 들어가보면 지금도 철재를 생산하고 파는 철공소들이 있다. 그 옆 계단 있는 쪽을 바라보면 갤러리가 보인다. 문래동의 철 냄새 위로 따스한 그림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철의 거리 문래동에 예술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뉴시스

철의 거리 문래동에 예술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문래 창작촌의 범위는 가로수길이나 다른 번화가처럼 처음과 끝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는지를 확실하게 답할 수 없다. 다만 문래동 사거리를 정중앙으로 해서 철공소 안에 비밀기지 세우듯 어딘가의 사무실 한켠에, 어딘가의 벽에 표시를 남기는 곳이 문래동 예술거리라고 할 수 있다.

또, 철강거리에는 흔하디 흔한 카페 체인점도, 패스트푸드점도, 심지어는 편의점조차도 없다. 아직까지 상업적인 때를 덜 탔다는 증거이다. 다행히도 부동산 매물이 없어 임대나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앞으로도 이 풍경은 더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예술 거리들은 예술 대신 유흥에 빼앗기고 순수 갤러리 대신 브랜드샵으로, 라이브 카페는 브랜드 카페로 바뀌는 과정을 겼었다. 예술가들은 그런 과정을 묵묵히 목도하며, 유유히 자신들의 창작 보금자리를 이곳으로 옮겼을지도 모르겠다.

철공소의 닫힌 셔터문 사이를 벽화와 그래피티가 장식하고 있다

철공소의 닫힌 셔터문 사이를 벽화와 그래피티가 장식하고 있다

재개발 예정이었다가 취소되고,  문래 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 세워지면서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을 받는 이 곳. 영화 ‘어벤져스’에도 출연하고, 여러 매스컴도 타는 등 조금씩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예술거리처럼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향을 은은하게 드러나기 때문일테다.

문래동 철강거리는 주변의 고층건물과 커다란 번화가들 사이에 폭 안겨있다. 동쪽에는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가진 번화가가, 북쪽에는 쭉 늘어선 아파트들이, 남쪽에는  철길 너머 아파트가, 서쪽에는 신도림역 번화가가 즐비해 있다. 동서남북이 육중한 ‘철’의 건물로 싸인 철의 거리인 셈이다.

이곳은 예술거리 치고 카메라 하나만 있으면 숨은 거리를 찾으면서 하루 종일 큐브 맞추듯 달라지는 색다른 풍경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블로그나 사진작가들이 찍은 모습을 바로 찾아내겠다는 생각은 금물.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 사람 한두명 들어가는 골목길, 철공소밖에 없어 보이는 거리까지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찾아야만 그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거리는 평일보다는 여유로운 주말에 가는 것이 좋다. 철공소 문도 닫혀서 눈치도 덜 보이고, 좁은 거리까지 속속 찾아갔다 올 수도 있으니.

메르스 때문에 시끄러운 요즘이지만, 사람이 적어 오히려 천천히 발걸음 옮기며 찾아보기 좋은 곳.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도 충분하다. 잠시 문래동 거리에 들러 도심 속에서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맡으면 맡을수록 부드러워지는 철과 예술의 향기가 섞인 냄새를 맡으며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문서 정보

‘철의 거리’에 ‘예술의 꽃’이 피었습니다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22710121 등록일 2015-06-24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장식 생산일 2015-06-23
라이선스 CC BY-NC-ND
이전페이지로 돌아가기 목록 문의하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