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가 로비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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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6일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일광공영이 숨겨 놓은  각종 서류를 찾아냈다고 말했다ⓒ뉴시스

방위사업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6일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일광공영이 숨겨 놓은 각종 서류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주말에 클라라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이슈가 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이들이 처음 화제가 됐던 것은 클라라가 소속사인 일광폴라리스와 계약해지를 하겠다며 이규태 일광 회장의 언행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장을 했을 때였다. 그러나 한 파파라치 매체가 둘 사이에 오간 메시지를 보도하면서 여론은 클라라에게 싸늘하게 돌아갔다. 오히려 클라라 측에서 적극적으로 이 회장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것 같았고, 이 회장은 시종일관 점잖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 회장을 동정하는 여론까지 나타났다.

그런데 얼마 후에 이규태 회장이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 회장이 사실은 그렇게 점잖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그리고 이번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이 회장이 클라라를 연예인이 아닌 로비스트로 키우려 했다는 지인의 주장이다. 또, 이 회장이 자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클라라 측을 위협하는 발언까지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클라라가 무리해서라도 이 회장과 결별하려 한 것에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유명한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도 연예인 출신이었다. 1970년에 영화배우로 데뷔해서 음반도 내고 화장품 모델로까지 활동했다. 그러다 1979년에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거물 무기 로비스트인 아드난 카쇼기를 만났다. 그의 조력으로 국제적 무기 로비스트로 거듭나고 나중엔 한국에서 불법로비 혐의로 구속까지 되며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린다 김 파문이 컸던 것은 당시에 워낙 대단한 거물들이 연루됐고 거기에 연애편지까지 공개돼 초유의 '애정 로비 스캔들'로 비화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심정 이상으로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오. 나는 린다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심정이 강렬하게 일어날 때가 많소' 이런 식의 연애편지를 고위 인사들이 보냈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장관이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요즘 많이 쓰는 '부적절한 관계'라는 표현도 린다 김 사태를 계기로 널리 쓰였다,

이 사건은 연예인 출신의 미인이 로비스트로서 얼마나 파괴적인 잠재력이 있는지를 말해준다. 이 회장과 클라라 사이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린다 김 사태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클라라 로비스트 논란에도 의혹을 보내고 있다. 애초에 무기 로비스트인 이규태 회장이 연예기획사를 차려 섹시스타를 영입한 것부터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이외에도 자신이 주최하는 행사에 스타급 연예인을 등장시켰다든가, 군 관계자 행사에 자사의 연예인들을 출연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이규태 회장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대종상에까지 손을 댔다.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종상 조직위 사무실을 일광폴라리스 건물에 둘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직위 구성이다. 전직 국정원장, 전직 기무사령관, 전직 청와대 안보특보 등이 자문단에 올랐다. 이에 대해 대종상까지 로비, 인맥관리, 무기 중개사업을 위한 위세 과시용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중문화산업은 이제 국가전략부문으로 부상했다. 신한류 시대의 전개와 함께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다는 자평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일개 무기중개업자에게 대중문화계가 휘둘린 의혹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미국 같으면 무기 중개업자가 아카데미 영화상을 장악할 생각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이규태 회장은 대종상 트로피에 자기 이름까지 새겨 넣고 수상 영화인들을 불러 마치 개인적 하사금처럼 상금을 주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정말 믿기 어렵고 참담한 일이다. 다시는 우리 대중문화가 무기 로비에 휘둘린다는 의혹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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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번호 D0000022159239 등록일 2015-04-29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5-04-28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