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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거리 건대입구서 문화를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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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권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로는 단연 건대입구역 주변을 떠올리게 된다. 맛집, 술집, 멋집들이 이어진 골목골목마다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만 같은 곳이다. 하지만?이 거리를 안타깝게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먹고 마시는 것 이상의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이 생각에?공감하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하여 건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바로, 생활예술문화시장 '건대프리마켓'이다. 건대 거리가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거리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해서 지난 토요일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생활예술 문화시장 `건대 프리마켓`

생활예술 문화시장 `건대 프리마켓`

소비의 거리에서 문화를 찾는 사람들

이곳 건대입구역 주변은 20여 년 전만 해도 규모 있는 지역 서점이 있던 대학가 거리였다. 먹자골목, 로데오거리가 형성되고, 지하철 2, 7호선 환승역에 이어 백화점과 대형 유통매장들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이젠 하루 유동인구만 6만 명 이상인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지구로 꼽히고 있다.

"이곳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좋은 측면도 있지만, 유흥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문화적으로는 황폐한 지역이 됐어요. 그래서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모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프리마켓 거리를 만들어보자 했던 거죠. 일종의 문화적인 자정작용도 하고, 특색 있는 거리 문화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건대프리마켓 운영위원장인 이성훈 씨의 설명이다. 뜻을 함께 하는 건대 동문, 지역 주민 등 이 거리를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운영위원회를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는데, 현재 협동조합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프리마켓 운영뿐 아니라, 광진구와 성수동 일대에 있는 핸드메이드 작가 및 문화예술인 현황을 조사하여 지역 문화예술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광진 성수 지역 문화 예술 소식지 'PAPER NINE'도 제작하고 있다.

광진 성수 지역 문화 예술 소식지 `PAPER NINE`

광진 성수 지역 문화 예술 소식지 `PAPER NINE`

이러한 다양한 노력 덕분일까? 지난해 6월 참여 작가 27팀으로 시작한 건대프리마켓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평균 80~90여 팀이 찾는 서울 동부권 대표 마켓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겨울 휴장 후 올 3월에 새롭게 개장한 것이라 아직은 재정비 단계지만, 본격적인 마켓 시즌이 되면 이곳 건대 프리마켓도 더욱 활기차질 전망이다.

순수 수공예 창작품과 거리 공연이 함께 하는 문화예술시장 '건대프리마켓'

건대 프리마켓은 여느 마켓에 비해 셀러로 참여하는 작가들의 만족도가 높다.

"테이블 대여도 그렇지만, 비품도 챙겨오기 쉽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짐이 많다 보니… 그런데 이곳 운영진들은 그런 세심한 것까지 챙겨주시고,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주세요."

석고방향제 소이캔들 작가 백경선 씨도 건대프리마켓이 무척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석고방향제 소이캔들 작가 백경선 씨도 건대프리마켓이 무척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작년 가을부터 건대프리마켓에 즐겨 참가해왔다는 백경선 씨의 얘기처럼, 이곳 건대프리마켓 참여 작가들은 비슷비슷한 평을 들려주었다. 백경선(blog.naver.com/lloza72) 씨는 이날 직접 제작한 석고 방향제, 소이 캔들, 천연비누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서울의 여러 시민시장, 마켓을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품목이긴 하지만, 뭔가 독특한 느낌이었다. 몰딩(틀)까지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그간 보아온 비슷비슷한 제품들과는 사뭇 달랐던 것. 그야말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순수 수공예품이 아닐까 생각됐다.

건대프리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이처럼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순수 창작품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만든 것이고, 스스로 창작 과정, 콘셉트 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는데, 셀러로 참여하는 작가들 또한 이 점을 건대프리마켓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보통 다른 프리마켓 같은 경우는 구제 옷도 팔고, 반제품이나 심지어는 사 온 물건을 팔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곳 건대 프리마켓은 손으로 직접 만든 것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취지도 마음에 들고, 나오는 작품들도 괜찮아서 작년 가을부터 참가했어요. 평소 길냥이들한테 관심 갖고 정기적으로 유기견, 유기묘 보호단체를 후원하고 있는데, 이렇게 제가 직접 만든 것을 활용해 후원하면 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손바느질 지갑을 판매해 지우카페라는 예명으로 길고양이를 후원한다

독특한 손바느질 지갑을 판매해 지우카페라는 예명으로 길고양이를 후원한다

지우카페라는 예명을 가진 그녀는 유기견 단체에 후원도 하고 개인 블로그(sirinm2.blog.me/)도 운영하고 있다는데, 뜨게 지갑, 패브릭 손지갑 등 직접 만든 손바느질 작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직장인이다 보니 여가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만든 제품일텐 데도 십 년 이상 다진 솜씨라 그런지 예사롭지 않았다.

이곳 건대프리마켓의 또 다른 특징은 먹거리는 판매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대신 셀러나 스탭 혹은 구경하는 시민들이 간단한 요깃거리를 필요로 할 경우를 대비해, 스탭들이 음료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만들어와 판매하고 있다. 바로 길 건너에 먹자골목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제법 괜찮은 선택인 듯싶다.

"작가 정신을 가지고 차 종류도 오미자, 매실, 복분자 같이 직접 담은 것들로 준비했고요. 커피도 저희가 24시간 동안 직접 내린 더치커피입니다. 샌드위치 같은 먹거리도 물론 직접 만든 것들이고요."

먹거리 판매스텝 이옥연 씨가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온 건강한 먹거리들

먹거리 판매스탭 이옥연 씨가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온 건강한 먹거리들

먹거리 판매 스탭 이옥연 씨는 건대 동문이자 지역 주민이다. 인근 동자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십 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 먹거리를 만들어 스탭으로 참가하고 있다.

"드라이 플라워랑 캔들을 가지고 왔어요. 보통 꽃을 말리면 다 똑같다 생각들 하시는데, 색이나 모양이 차이가 나요. 전 플라워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가장 좋을 때 꽃을 말리거든요. 그래서 예쁘다고들 하시고, 장식용으로 쓰기도 좋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이안나 씨의 드라이플라워와 캔들 작품

이안나 씨의 드라이플라워와 캔들 작품

이안나 씨는 남양주에서 왔다고 한다. 건대프리마켓은 이젠 셀러 작가들에게도 제법 알려져 인근 지역이나 멀리 전주 등 지방에서 올라온 셀러들도 알음알음 참가하고 있다.

건대프리마켓에서는 올해부터 거리예술 분야를 강화해, 이곳 마켓만의 특색 있는 문화로 만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 음악에서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공연 예술가들도 함께 한다 하니, 날이 풀리는 4월 중순 무렵이면 본격적인 거리예술가의 무대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켓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일러스트 작가 혜인씨

마켓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일러스트 작가 혜인씨

최근 시민시장, 프리마켓들이 인기이다 보니, 대기업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 건대입구역 주변에도 대기업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쇼핑몰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슬며시 걱정이 앞선다. 일정 정도 예술 문화 프리마켓 콘셉트를 띤 공간이라, 건대프리마켓과 같은 지역 마켓들이 그간 쌓아온 작가 풀과 같은 기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게 된다. 아무쪼록 대기업의 기획대로 지역과 상생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노라는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건대프리마켓과 같은 지역 마켓들에게도 경쟁이 아닌 공존의 무대를 넓혀가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 운영 장소

?- 건대입구역 3번 출구 뒤 건대병원 입구 ~ 건대 예술디자인 대학 앞

○ 운영 시간

?- ?3월, 4월, 11월 :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 6시

?- 5월 ~ 10월 :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 9시,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 9시

○ 참가신청 및 문의

?- 건대 프리마켓 온라인 카페 cafe.naver.com/kfmarket

※ 우천 등의 이유로 운영시간 등이 변경될 수 있으니, 온라인 카페에서 확인한 후 찾아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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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거리 건대입구서 문화를 찾는 사람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5-04-09
관리번호 D000002196366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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