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태진아 도박 의혹 사태가 경고하는 것

문서 본문

카지노ⓒ뉴시스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90

태진아가 억대 도박 의혹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한인 매체 시사저널 USA의 보도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태진아는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히 부인했지만 의혹이 사라지지 않았다. 냉정하게 하나하나 근거를 들어 해명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진아에 대한 불신이 커졌는데 시사저널 USA가 더 믿지 못할 행태를 보임으로 인해 태진아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시사저널 USA는 한국의 시사저널과 아무 상관이 없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시사저널의 미국 지사인 것처럼 사칭해서 일단 신뢰를 잃었다. 태진아 측과 전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었지만, 실제로는 만나서 20만 달러 투자 얘기까지 오고간 증거가 나왔다. 태진아의 억대 도박을 증명하는 2차 보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막상 나온 2차 보도엔 여전히 의혹 제기뿐 이렇다 할 증거가 없었다. 심지어 시사저널 USA의 대표와 기자가 동일인으로서, 1인 2역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 주장이 있은 후 다른 인물이 기자로 새롭게 등장했는데, 그 사람은 원래 기자가 아니고 미국 교포 사회에서 평판이 안 좋은 걸로 유명한 인물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게다가 주소지도 가짜라고 한다. 한 마디로 정체가 불분명한 유령 매체라는 정황이다. 미국 교포들 가운데에 시사저널 USA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이미 많다는 증언도 나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사이비 언론 같은 느낌이다. 시사저널 USA가 더 확실한 증거를 내놓거나 자신들의 정체를 당당하게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로 보인다. 태진아는 시사저널 USA가 정상적인 매체가 아니며 그들에게 협박까지 받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기사를 쓰겠다며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려는 사이비 기자들은 한국에도 많다. 그들은 보통 아무 근거 없는 소설을 써서 협박하지 않는다. 상대의 약점을 잡아서 그걸로 돈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이런 구조로 본다면, 만약 시사저널 USA가 정말 사이비 언론이라 해도 태진아에게 뭔가 도박과 관련된 혐의가 있기 때문에 그걸 기화로 일을 꾸몄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태진아의 태도가 이상하다. 그의 해명에서 도박장에 간 횟수나 도박액수가 조금씩 바뀌어 신뢰를 잃었다. 결정적인 것은 과다한 횟수다. 그는 최근에 간 미국 가족여행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게 중요한 가족여행에서 왜 가족을 따로 떨어뜨려 놓고 4번이나 도박장에 간 것일까? 이것은 그가 도박에 상당히 심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시사저널 USA의 신뢰성 여부와 별개로 태진아는 도박과 관련된 진실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이 경고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도박은 도박이라는 점이다. 태진아는 게임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도박을 게임이라고 하면 도박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진다. 심심풀이 게임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하는 사이에, 그것이 습관이 되면 결국 상습도박이 되는 것이고, 한 번, 두 번 하다보면 액수가 커지게 된다. 처벌을 받지 않는 도박과 처벌 받는 도박 사이에 분명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처벌 받지 않는 도박도 자꾸 하고 액수가 커지게 되면 결국 불법도박으로 바뀐다. 그러므로 도박엔 아예 처음부터 손을 안 대는 것이 상책이다. 도박을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고방식 자체를 없애야 한다.

이수근, 탁재훈, 김용만 등 일명 '맞대기' 도박으로 문제가 된 연예인들 중 그 누구도 처음부터 불법도박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는 없었을 것이다. 심심풀이 게임이라고 가볍게 하다 결국 상습이 되고 일이 커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도박은 그 어떤 것으로도 미화되지 않는다는, 도박은 그저 도박일 뿐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마치 게임을 하듯이 인터넷 도박에 빠져든다고 한다. 청소년에게도 도박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도박엔 무조건, 아예 손대면 안 된다는 인식 말이다.

문서 정보

태진아 도박 의혹 사태가 경고하는 것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5-03-31
관리번호 D0000021861135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