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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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86

과거 우리마당이란 단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김기종 씨가 미국 대사를 습격해 부상을 입히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우리마당은 1980년대에 만들어진 문화운동 단체로 풍물, 탈춤 등 민족문화 보존 운동을 하다 90년대 들어선 사진, 영화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일종의 지역 문화센터 역할을 했었다.

80년대에 운동권적 성향을 가진 젊은이가 풍물, 탈춤 등에 열정을 쏟는 민족주의적 경향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주통일을 추구했었다. 이들은 자주통일을 가로막는 세력이 미국이라고 생각해 '반미자주'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었는데, 김기종 씨는 이런 80년대 사고방식을 2000년대까지 발전시키며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망상적 수준으로까지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전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벌여왔다. 청와대 앞에서 분신을 하는가 하면, 일본 대사를 습격하기도 했고, 아이돌 그룹인 엑소의 팬들과도 마찰을 빚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항의하며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한 마디로 좌충우돌의 폭탄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2007년에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하며 자신이 사찰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다 기자가 그 증거를 묻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하며 테이블을 엎으려고 했다는 걸로 봐서는 정신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떨어져있었던 걸로 추측된다.

80년대부터 문화운동을 했기 때문에 경력으로만 보면 운동권의 대부격으로 존경 받는 연배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현실에서 소외받는 존재였다. 워낙 독불장군형이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 주위에 사람들이 떨어져나갔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월세도 제대로 못 낼 정도로 힘들고 외롭게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사회의 주목을 받는 순간은 바로 극단적인 돌출행동을 했을 때였다. 극단행위를 하면 평소 그를 거들떠도 보지 않던 언론이 찾아와 그에게 조명을 비췄다. 일본대사를 습격했을 땐 심지어 애국지사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것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달콤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미국대사를 습격한 것엔 이런 배경도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80년대부터 키워온 미국에 대한 적개심과, 소외받는 처지에서 키워온 인정욕구가 결합해 미국대사를 향한 극단행동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 행동으로 그는 마침내 역사책에 남을 정도로 주목 받게 됐다. 이젠 과연 행복해졌을까?

김기종 씨와 경우는 좀 다르지만, 요즘 소외감, 무력감, 상대적 박탈감 등에 시달리며 자존감 하락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곳곳에서 인정투쟁을 벌인다. 얼마 전 토크콘서트에서 사제폭발물을 던진 10대도, 자신의 행동을 SNS로 시시각각 중계한 것을 보면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대단히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 초 부산대 건물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을 경찰이 잡고 보니 중학생이었다. 그는 관심 받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대중에게 관심 받으려는 네티즌의 인정투쟁이 가장 뜨겁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일베다. 2014년 4월에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 여학생과 여교사를 성적으로 모욕한 음란성 게시글을 올린 20대 일베회원이 붙잡혔는데,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주목받기 위해 게시물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얼마 전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묵에 비유하며 단원고 교복을 입고 '친구 먹었다'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20대도, 관심 받고 싶어서 저지른 짓이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연예인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도 인정받기 위해서 그런 행위를 한다고 알려졌다. 자기가 만든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져나가 보도까지 되는 모습을 보며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극단적인 댓글을 쓰는 사람들도 주목 받기 위해서 그런다고 알려졌다. 자신들이 저지른 폭력행위를 인터넷에 인증샷으로 올리다 붙잡히는 10대들도 인정욕구가 그 원인이다. 극단적 양극화 속에서 다수는 점점 루저로, 열패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그들은 그 열패감을 보상 받기 위해 곳곳에서 인정투쟁을 벌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인터넷 게시글이 문제였지만 이젠 현실 사회에서의 폭력으로 발전되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을 공동체로 잘 통합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또 어떤 돌발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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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번호 D0000021650593 등록일 2015-03-11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5-03-10
라이선스 CC BY-NC-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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