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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에는 대학로로 고고! '야간공연 관람권' 1만원으로 연극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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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은 밤늦은 시각에도 사람들이 많다. ⓒ윤혜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은 밤늦은 시각에도 사람들이 많다. ⓒ윤혜숙

대학로는 종로구 종로5가역에서 혜화동로터리에 이르는 총 1.6km 구간이다. 대학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근에 서울대학교 연건 캠퍼스, 성균관대학교, 가톨릭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등 여러 대학이 모여 있다. 대학가답게 늘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또한 대학로는 연극계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대학로 골목을 오가다 보면 다양한 소극장이 있고, 게시판을 가득 채운 연극 공연 포스터가 있다. 그래서 대학로에 가면 왠지 연극을 관람해야만 할 것 같다. 어떤 연극을 골라야 좋을지 고민에 빠져들었다.
'야간 공연 관람권' 덕분에 만 원에 연극 '짬뽕' 티켓을 구입했다. ⓒ윤혜숙
'야간 공연 관람권' 덕분에 만 원에 연극 '짬뽕' 티켓을 구입했다. ⓒ윤혜숙

게다가 불금(불타는 금요일)이지 않은가! 불금에 연극 공연을 관람하러 대학로에 도착했다. 오후 7시를 지나니 어느덧 해가 지면서 사방에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로 골목길은 오가는 행인들이 끊이질 않았다.

불금에 대학로를 찾아간 이유가 있다. 만 원으로 할인된 연극 ‘짬뽕’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만 원의 행복이다. 만 원으로 연극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가 시행하는 ‘서울 문화의 밤’ 사업의 하나인 ‘야간 공연 관람권’ 덕분이다. ☞ [관련 기사] 금요일 밤, 꼭 가야할 곳이 생겼다! 야간개방 9곳은?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6월 2일까지 연극 '짬뽕'을 공연한다. ⓒ윤혜숙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6월 2일까지 연극 '짬뽕'을 공연한다. ⓒ윤혜숙

마로니에공원 뒤편 골목길에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이 있다. 그곳에서 연극 ‘짬뽕’을 공연하고 있다. 공연 시각이 가까워지자 좁은 홀에 많은 관객이 운집해 있다. 뽑기 이벤트도 열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문방구 앞에서 뽑기를 해 봤던 추억이 새삼 떠올랐다.

물빛극장은 소극장이어서 무대와 객석이 붙어 있다. 그런 소극장만의 매력이 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표정, 동작 하나를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무대와 객석 간의 경계도 없어서 배우와 관객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연극 '짬뽕'은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중식당 춘래원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다룬다. ⓒ윤혜숙
연극 '짬뽕'은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중식당 춘래원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다룬다. ⓒ윤혜숙

연극 ‘짬뽕’의 막이 오르기 전 어딘가에서 짬뽕 냄새가 나고 있었다. 우리가 중국집에서 먹는 그 짬뽕이다. 출연 배우가 등장해서 짜장면과 짬뽕을 먹고 싶은 관객에게 손을 들라고 했더니 여럿이 손을 들었다. 그중에 두 명의 관객이 선정되었고, 그들을 무대로 초대했다.

중국집 ‘춘래원’을 배경으로 한 무대 가운데 테이블이 있고, 거기에 관객이 앉아서 정말로 짜장면과 짬뽕을 먹고 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얼른 손을 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짜장면과 짬뽕을 먹는 관객으로 인해 공연은 시작부터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다.
연극 '짬뽕'의 막이 오르자 관객 두 명이 무대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먹고 있다. ⓒ윤혜숙
연극 '짬뽕'의 막이 오르자 관객 두 명이 무대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먹고 있다. ⓒ윤혜숙

연극 ‘짬뽕’은 5.18민주화운동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벌어졌다는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현대사의 아픈 역사인 5.18민주화운동을 블랙 코미디로 접근한 최초의 작품으로, 그간 정치적으로만 다뤄졌던 소재를 소시민들의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다시 그려냈다.

연극은 5.18민주화운동이 한창이었던 당시 광주의 중국집 춘래원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을 팔아서 번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춘래원의 식구들도 5.18의 비극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중국집 주인 신작로는 10년 동안 고생해서 마련한 춘래원에서 식구들과 소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1980년 5월 17일 저녁에 걸려 온 배달 전화 한 통으로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이지만, 조연 배우들의 감초 같은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조연 배우들은 일인다역을 하고 있다. 주연 배우들이 심각하고 진지한 연기를 펼치는 가운데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
'야간 공연 관람권' 덕분에 할인받아서 연극 '짬뽕'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많았다. ⓒ윤혜숙
'야간 공연 관람권' 덕분에 할인받아서 연극 '짬뽕'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많았다. ⓒ윤혜숙

기자의 옆자리에 앉은 관객에게 만 원으로 할인된 연극을 본 소감을 물었다. 그는 “저도 배우입니다. 오늘 공연에 출연한 배우가 친구여서 이 공연을 보러 왔어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이런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감사하죠.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극단이 많은데, 예술인을 지원해 주는 이런 좋은 정책이 더욱 확대되길 바랍니다.” 라고 말했다.

다른 관객들의 반응도 들어 봤다. 공연을 관람하고 출구로 나오는 관객에게 ‘야간 공연 할인권’ 으로 연극을 관람한 소감을 물어 봤다.

“연극 예술의 접근성과 관심을 높여 줄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시민들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 사업이 많아지고 항상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티켓값이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좋았어요. 덕분에 너무나 훌륭한 공연을 부담없이 관람했어요.” 등등 긍정적인 찬사를 보낸다.
물빛극장 입구에 20년간 연극 '짬뽕' 변천사를 알 수 있는 공연 리플릿이 전시되어 있다. ⓒ윤혜숙
물빛극장 입구에 20년간 연극 '짬뽕' 변천사를 알 수 있는 공연 리플릿이 전시되어 있다. ⓒ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연극 ‘짬뽕’을 연출한 조은겨레 제작 PD(극단 산)를 만나서 인터뷰했다.

Q. 오늘 금요일 저녁 공연을 ‘야간 공연 관람권’ 제도로 진행했는데요. 연출자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A. 대학로 곳곳에서 수많은 연극을 공연하고 있어요. 그런데 연극은 다른 문화 예술에 비해 대중적인 인기도가 저조한 편이에요. 그래서 연극 업계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 문화의 밤 행사로 ‘야간 공연 관람권’ 제도가 생겨나 관객은 할인된 가격으로 연극을 관람할 수 있고, 극단은 정가에 티켓을 판매할 수 있어 관객과 극단 양쪽이 상생하니 정말로 좋습니다. 서울시나 (사)한국소극장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시니 많은 관객이 알고 찾아오고 있어요. 연극을 하는 저희에겐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Q.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작품 선정 심의위원회가 작품을 엄선하고 있어요. 연극 ‘짬뽕’이 선정된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연극 ‘짬뽕’은 20년째 지속하는 공연입니다. 소극장 입구에서 연극 '짬뽕'의 변천사를 공연 리플릿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조사해 봤는데 대학로에서 20년간 공연을 지속한 사례가 굉장히 드물더군요.
저희가 20년간 공연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관객분들이 사랑하고 호응해 준 덕분인 것 같아요. 저희 작품이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고, 또 5월에 공연한다는 점도 특별한 거 같아요.
연극 '짬뽕'에 출연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극단 산
연극 '짬뽕'에 출연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극단 산

Q. 연극 ‘짬뽕’은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주세요.
A.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이 제작되었어요. ‘짬뽕’은 1980년 당시 광주 소시민이 겪은 5.18민주화운동을 허구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접할 수 있습니다.

Q. 연극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영화관이 곳곳에 있듯이 연극 공연장도 곳곳에 있어서 극단에서 수시로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겠지요. 어릴 적부터 연극을 접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레 연극을 관람할 수 있겠죠.
공연이 끝난 뒤 출연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서 인사하고 있다. ⓒ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출연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서 인사하고 있다. ⓒ윤혜숙

서울시 ‘서울 문화의 밤’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야간 공연 관람권’은 ‘서울 문화의 밤’인 매주 금요일, 정가 3~5만 원의 대학로 우수 공연을 1만 원에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이다. 5월 매주 금요일 저녁에 ‘야간 공연 관람권’으로 관람할 연극 작품은 이미 선정되어 있다.

‘서울 문화의 밤’은 시민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야간 활동을 위해 서울시가 매주 금요일 시립 문화시설 9곳을 저녁 9시까지 개방하고, 특별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일자별 상세 프로그램은 서울문화포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간 공연 관람권'으로 매주 금요일 우수 공연을 1만원에 관람할 수 있다. ⓒ(사)한국소극장협회
'야간 공연 관람권'으로 매주 금요일 우수 공연을 1만원에 관람할 수 있다. ⓒ(사)한국소극장협회

5월 ‘야간 공연 관람권’ 대상 작품에는 ?짬뽕(극단 산) ?늘근 도둑 이야기(㈜나인스토리) ?언필과 지우개(별도공간 분홍이와) ?바스커빌 : 셜록홈즈 미스터리(주식회사 모먼트메이커) ?적의 화장법(극단 신인류)이 선정되었다. 공연 분야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작품 선정 심의위원회가 작품성, 완성도, 유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정했다.

4월에 처음 선보였던 ‘야간 공연 관람권’ 공연은 전석 매진되었다. 이때도 공지를 보자마자 공연을 예매하려고 했지만, 이미 매진되어서 예매할 수 없었다. 그래서 5월의 공연작이 뜨기를 기다렸다. 서울시는 ‘야간 공연 관람권’을 대학로 우수 공연 외에 무용,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해 시민들의 건전한 문화 생활을 돕고, 더 나아가 공연계 전반의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다.
'대학로티켓.com'에 접속해서 야간 공연 관람권 적용 연극을 예매할 수 있다. ⓒ대학로티켓.com
'대학로티켓.com'에 접속해서 야간 공연 관람권 적용 연극을 예매할 수 있다. ⓒ대학로티켓.com

문화 예술 강국답게 지금 우리나라의 드라마, 영화, 게임, 가요 등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산하고 있다. 연극도 그런 날이 올 거라 기대한다. 그러려면 서울 시민들이 연극에 관심을 갖고 대학로 극장을 찾아 주길 바란다. 서울시의 ‘야간 공연 관람권’이 마중물이 되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야간공연 관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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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에는 대학로로 고고! '야간공연 관람권' 1만원으로 연극 보기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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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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