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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비장애인 한데 어우러진 무장애 공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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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함께, 봄’은 국립극장 ‘동행,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를 목표로 기획된 공연이다.©국립극장
‘2024 함께, 봄’은 국립극장 ‘동행,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를 목표로 기획된 공연이다.©국립극장

라일락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흩날리는 따스한 봄날의 오후다. 더구나 주말의 오후라면 가만히 집에 머물러 있기엔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든다. 봄날을 맞아 국립극장에서 뜻깊은 공연이 열렸다. 지난 4월 13일 오후 3시에 개최된 클래식 공연 ‘2024 함께, 봄’이다.

국립극장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클래식 공연 ‘2024 함께, 봄’을 무대에 올렸다.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가 이끄는 연주에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또한 발달장애를 지닌 피아니스트 배성연, 시각장애가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과의 협연도 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진 무장애(배리어프리, Barrier-free) 공연으로 진행하는 만큼 음성 해설과 수어 통역을 제공했다.
  • '2024 함께, 봄' 공연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해설이 추가된 프로그램북이 제공되었다. ©윤혜숙
    '2024 함께, 봄' 공연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해설이 추가된 프로그램북이 제공되었다. ©윤혜숙
  • 이 날 공연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 전문통역사가 지휘자의 곡 해설에 맞춰 실시간 수어로 통역했다. ©국립극장
    이 날 공연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 전문통역사가 지휘자의 곡 해설에 맞춰 실시간 수어로 통역했다. ©국립극장
  • '2024 함께, 봄' 공연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해설이 추가된 프로그램북이 제공되었다. ©윤혜숙
  • 이 날 공연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 전문통역사가 지휘자의 곡 해설에 맞춰 실시간 수어로 통역했다. ©국립극장

‘함께, 봄’은 국립극장 ‘동행,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의 하나로 기획된 공연이다. 지난 2022년부터 3년째 매년 봄에 공연이 열리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음악으로 소통하고, 따뜻한 ‘봄’을 느끼며, 장벽 없이 ‘함께 보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공연 당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연’, ‘배려하고 이해하는 시간’ 등의 호평을 받아 국립극장의 봄을 여는 대표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금난새 지휘자가 이끄는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의 연주에 장애인 연주자가 차례대로 협연했다. ©국립극장
금난새 지휘자가 이끄는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의 연주에 장애인 연주자가 차례대로 협연했다. ©국립극장

올해의 ‘2024 함께, 봄’ 공연은 어떤 특색이 있을까?

첫째, ‘다 함께’라는 공연의 주제에 맞춰 다양한 연주자로 구성한 무대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전공자와 비전공자 등의 경계를 허물고 음악으로 소통했다. 연주를 맡은 오케스트라는 음악 전공자가 아니다. 말 그대로 국내 대학생이 연합해서 결성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청년들이라고 해서 실력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아마추어 최초로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정기연주회 등 지금까지 70회 이상 공연했다.

게다가 협연자는 장애인 연주자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닌 배성연 피아니스트, 시각장애가 있는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가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 배성연 피아니스트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을 협연했다. ©국립극장
    배성연 피아니스트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을 협연했다. ©국립극장
  •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을 협연했다. ©국립극장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을 협연했다. ©국립극장
  • 배성연 피아니스트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을 협연했다. ©국립극장
  •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을 협연했다. ©국립극장

둘째, 장애인 연주자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전 악장을 협주했다. 그들은 그동안 무대에서 각자 독주회 혹은 일부 악장을 연주해 왔다. 이번 클래식 공연에서는 전 악장을 연주했다고 하니 대단한 성과라고 하겠다. 특히 협연하는 장애인 연주자가 오케스트라와 한 치의 실수 없이 어긋나지 않고 협연했다는 게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을 감탄하게 했다. 배성연 피아니스트는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 소속 아티스트로 발달장애인 최초로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피아노 전공으로 졸업했다.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는 미국 맨해튼 음악대학 기악과에 시각장애인 최초로 입학했다.
금난새 지휘자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지휘와 해설을 연이어 담당하면서 공연을 유쾌하게 이끌어냈다. ©국립극장
금난새 지휘자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지휘와 해설을 연이어 담당하면서 공연을 유쾌하게 이끌어냈다. ©국립극장

셋째, 지휘자 금난새가 지휘와 해설을 담당했다. 그는 입담이 좋다. 지휘자 대부분은 무대에 등장하면서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금난새 지휘자는 달랐다. 연주곡이 끝난 뒤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고 곧장 해설을 이어간다. 무대에 앉아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즉석에서 질문을 던지거나 곡 일부를 연주하게 하면서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는가 하면,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을 향해 툭툭 던지는 말에 자연스레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를 유도한다. 금난새 지휘자는 그동안 클래식 음악을 친숙하게 풀어내는 작업에 앞장서 온 베테랑다운 유려한 말솜씨를 뽐냈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도 무대에서 공연에 앞서 긴장할 법한데 금난새 지휘자는 무대에서의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에 점자 안내도가 있다.©윤혜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에 점자 안내도가 있다. ©윤혜숙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 바닥에 점자블록이 있다. ©윤혜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 바닥에 점자블록이 있다. ©윤혜숙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 정면에 고객지원센터가 있어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다. ©윤혜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 정면에 고객지원센터가 있어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다. ©윤혜숙
  • 2층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있다. ©윤혜숙
    2층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있다. ©윤혜숙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에 점자 안내도가 있다.©윤혜숙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 바닥에 점자블록이 있다. ©윤혜숙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 정면에 고객지원센터가 있어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다. ©윤혜숙
  • 2층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있다. ©윤혜숙

넷째, 무장애 공연에 충실한 시설 및 공연이었다. 해오름극장은 무장애 시설을 갖춘 공연장이다. 해오름극장 1층 출입구에 점자 안내도가 있고, 바닥에 점자블록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1층 정면 쪽에 고객안내센터가 있다. 그 옆에 휠체어가 비치되어 있어 공연장을 이용하는 관객들이 대여할 수 있다. 공연장인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있다. 각자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또한 1층에 본 공연을 알리고 2층으로 안내하는 안내인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휠체어를 탄 관객도 쉽게 티켓을 받을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춘 안내데스크 창구 ©윤혜숙
    휠체어를 탄 관객도 쉽게 티켓을 받을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춘 안내데스크 창구 ©윤혜숙
  •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게이트에 휠체어를 탄 관객이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게끔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윤혜숙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게이트에 휠체어를 탄 관객이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게끔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윤혜숙
  • 공연장 객석의 맨 뒷줄에 휠체어석이 여럿 마련되어 있다. ©윤혜숙
    공연장 객석의 맨 뒷줄에 휠체어석이 여럿 마련되어 있다. ©윤혜숙
  • 휠체어를 탄 관객도 쉽게 티켓을 받을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춘 안내데스크 창구 ©윤혜숙
  •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게이트에 휠체어를 탄 관객이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게끔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윤혜숙
  • 공연장 객석의 맨 뒷줄에 휠체어석이 여럿 마련되어 있다. ©윤혜숙

2층에 올라가니 휠체어를 탄 관객도 쉽게 티켓을 받을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춘 안내데스크가 보인다.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게이트는 휠체어를 타고 입장할 수 있도록 널찍하게 입구가 마련돼 있다. 공연장에 입장하니 객석의 맨 뒷자리에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여럿 확보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해설이 추가된 프로그램북이 준비되어 있고, 공연 전후에 무대 양쪽의 스크린에 자막 해설을 곁들인 공연 소개가 나오고 있었다. 또한 청각장애인을 위해 무대 한쪽에 전문 수어 통역사가 등장했다. 그는 금난새 지휘자의 말을 실시간 수어로 통역했다. 전문 수어 통역사 뒤편 스크린에 그가 수어로 전하는 손동작을 크게 볼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관객들의 커튼콜에 응답하고 있다. ©국립극장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관객들의 커튼콜에 응답하고 있다. ©국립극장

이번 공연에서 연주한 곡은 다음과 같다. 1부는 프란츠 폰 주페의 ‘경기병 서곡’으로 시작했다. 프로그램북에 ‘용감한 경기병과 경쾌한 행진’이라는 수식어구가 붙어 있다. ‘경기병’은 대표적인 빈 오페레타이다. 오페레타라고 하면 오페라에 비해 작은 규모로 대사와 노래, 무용 등이 섞인 경(輕)가극을 뜻한다. ‘경기병 서곡’은 도입부에 트럼펫과 호른의 울림으로 시작되면서 마치 용감한 경기병의 경쾌한 행진을 연상시키는 듯한 선율이 이어진다. 경기병은 가벼운 갑옷을 입은 채 말을 탄 기병을 뜻한다. 화창한 봄날에 어울리는 밝고 경쾌한 음악으로 ‘2024 함께, 봄’의 서막을 열었다.

다음 곡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이다. 배성연 피아니스트가 협연했다. ‘눈부신 생명력’이라는 수식어구가 붙어 있다.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은 험하고 비루한 일상을 넘어 저 멀리 빛나는 유토피아의 비전을 보여준다. 공연 시작 전에 무대 정중앙에 일사분란하게 피아노가 배치되었다. 배성연 피아니스트의 수준 높은 연주가 관람 포인트이다.
'2024 함께, 봄'은 시설, 연주자, 관객이 모두 장애 없이 구현된 공연이다. ©윤혜숙
'2024 함께, 봄'은 시설, 연주자, 관객이 모두 장애 없이 구현된 공연이다. ©윤혜숙

2부에서는 펠릭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전 악장을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가 협연했다.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은 처음부터 밝고 화사한 악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도 관람 포인트이다.

두 협주곡은 장애인 연주자가 차례대로 무대에 나섰다. 무대 정중앙에 서서 협연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오케스트라와 불협화음을 이루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생겼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공연이었다.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 지켜보기엔 실수 없이 협주를 이어나갔다. 협주가 끝나자마자 숨 죽여 공연을 관람하던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장애인 연주자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더해져서 박수 소리가 더 우렁차게 울러 퍼졌다.

장애인 연주자는 박수 소리에 화답하면서 무대에 재등장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협주는 완벽했지만 커튼콜은 서툴렀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사소한 문제였다. 관객들이 박수로 환호하는 모습을 바라본 장애인 연주자는 그간의 노력에 보상받은 듯 뿌듯하고 한층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가 "처음으로 전 악장을 연주해 봤어요"라면서 감격에 겨워 소감을 말했다. 그런 그에게 객석에서 아낌 없는 응원을 보냈다.

이 날 공연은 ‘스크린 뮤직 셀렉션’으로 마무리되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80일간의 세계일주>, , <스타워즈> 등의 주제곡을 연주했다. 워낙 인기가 많았던 영화여서 주제곡 또한 익숙했다. 최근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영화음악이 많다. 가벼운 영화음악일지라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면 한결 무겁고 웅장해지는 듯하다.

공연 전에는 국립극장 누리집유튜브에서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 자막이 포함된 영상으로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했다. 공연 당일에는 공연장 내 점자 안내지를 배치하며, 휠체어 서비스 등도 기존과 같이 마련되었다. 사전 예약을 통해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셔틀버스를 동대입구역에서 국립극장까지 운행하기도 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층에 북라운지가 있어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윤혜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층에 북라운지가 있어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윤혜숙

‘2024 함께, 봄’은 무장애 공연으로 기획되었다. 무장애 공연은 공연장의 시설, 공연에 참여하는 연주자, 공연을 즐기는 관객 3박자가 장애 없이 다 함께 어울리는 공연이다. 아직 걸음마에 불과하겠지만, 모든 공연에서 무장애 공연이라는 수식어구가 사라지는 그 날을 꿈꿔 본다. 그러면 무장애 공연이 표준화된 공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국립극장

○ 위치 :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59
○ 교통 :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87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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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4-04-17
관리번호 D000005057842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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