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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3연속 메달리스트 정영아 선수 '탁구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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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패럴림픽 누구도 막지 못한 탁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 정영아

1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도쿄 패럴림픽이 ?지난 5일 폐막했다. 코로나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기쁨과 희망의 감동스토리를 선사했다. 지난 7일, 부상이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탁구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정영아 선수(서울시 장애인직장운동경기부 소속)를 온라인에서 만났다.
교통사고 후 다리를 잃고 우울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나를 세상으로 끌어내 준 것이 탁구였다.
이제 탁구는 내 삶의 일부가 됐다.

정영아 선수는 지난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에 이어 도쿄에서도 탁구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3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값진 결과를 달성했다. 정영아 선수에게 소감을 묻자 “이번 패럴림픽에서 목표는 4강이었어요. 어깨 통증과 손목에 물이 차는 부상으로 훈련을 많이 못했거든요. 다행히 메달을 딸 수 있어서 기쁩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아이를 키우며 운동선수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시어머니 덕에 조금 더 편안하게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28일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대한민국 여자 단식(등급5) 준결승, 대한민국 대표팀 정영아가 중국 장볜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28일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대한민국 여자 단식(등급5) 준결승, 대한민국 대표팀 정영아가 중국 장볜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탁구와의 특별한 인연

지금은 메달리스트로서 기쁨을 맛보고 있지만 과거 힘든 시간도 있었다. 정영아 선수는 2002년 사고 후 3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약이 없으면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탁구를 하면서 건강도 찾았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가족들 권유로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산업디자인 학과를 다녔어서 명함, 전단지, 현수막 등을 만드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었죠. 돈도 어느 정도 받았는데, 탁구가 좋아서 직장을 나왔어요. 당시엔 아침에 눈을 뜨면 탁구장에 갈 생각뿐이었어요. 탁구가 너무 좋았거든요.”
이번 패럴림픽에서 동메달 획득 후 경기장 부근에서 찍은 기념사진 ⓒ정영아
이번 패럴림픽에서 동메달 획득 후 경기장 부근에서 찍은 기념사진 ⓒ정영아

그런 탁구에 대한 의지는 서울시청 박재형 감독을 만나면서 꽃을 피웠다. 탁구에 대한 기본기를 쌓고 노하우를 배우면서 선수로서 한층 성장했다. 코로나 감염 예방으로 인해 훈련이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그래도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박재형 감독님 덕분이라고 그는 공을 돌렸다.

“박재형 감독님은 장애인 운동선수라고 특별한 혜택을 주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기술훈련,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할 수 있도록 저를 지도해 주십니다. 이렇게 4~5년간 훈련하다 보니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겼습니다. 마음수양을 위해 책을 선물해주시기도 하고요.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경기 중 표정변화가 없는 탓에 ‘포커페이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경기 중 표정변화가 없는 탓에 ‘포커페이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경기장에서의 별명은 ‘포커페이스’

가장 자신있는 구질에 대해 묻자 짧은 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라켓을 쥔 팔 방향으로 오는 공을 받아치는 것)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사실 두 가지 기술에 대해 저는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 주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타점에 공이 오면 본능적으로 스매싱을 하게 됩니다. 더구나 제가 왼손을 사용하다 보니 상대방에서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선수들에게 동일한 조건이었으나 도쿄 패럴림픽이 1년 정도 지연되면서 정영아 선수 역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체육관을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태프의 자가격리가 반복되면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애로사항이 발생했던 것. 하루 운동은 오전, 오후, 야간 등 세 구간으로 나눠 실시했으나 야간운동을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운동시간은 줄었으나 최선을 다 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주어진 시간에 더욱 집중했다.

“우울증을 겪었던 영향으로 저는 시합할 때 표정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상대 선수들은 저에게 포커페이스라는 별명도 붙여줬죠. 코로나로 이번 패럴림픽 분위기는 달랐지만 저는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현지 자원봉사자와 찍은 사진 ⓒ정영아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현지 자원봉사자와 찍은 사진 ⓒ정영아

확실히 이번 패럴림픽은 예전과 달랐다. 환호성이 가득해야 할 경기장은 적막했고, 낯선 도시에서 여유를 즐길 시간도 없었다. 수상식에서도 선수들 각자 메달을 걸고, 스스로 꽃다발을 챙기는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패럴림픽 기간 중에 돌아다닐 수 없으니 답답했어요. 스태프들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열 체크를 하고 선수 숙소 앞까지 도시락을 배달하고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쉴 시간이 없었지요.”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정영아 선수는 3년 전 아이를 낳았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떼어놓고 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다시 운동하기 위해 디테일하게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탁구장에 오면 탁구만 생각하고, 집에 가면 육아에 집중합니다. 아이가 보챌 때면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나는 탁구선수다, 탁구를 손에서 놓지 말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패럴림픽 중에도 매일 화상 전화를 했는데 집에 빨리 오라고 어리광을 부리더군요. 아이가 컸을 때 엄마가 국가대표 탁구선수로서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땄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패럴림픽에 같이 참여했던 동료 선수와 함께(정영아, 김성옥, 이금우 선수-왼쪽부터) ⓒ정영아
이번 패럴림픽에 같이 참여했던 동료 선수와 함께(정영아, 김성옥, 이금우 선수-왼쪽부터) ⓒ정영아

아이 이야기에 부드러웠던 목소리가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달라졌다.

"다음 패럴림픽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때에는 메달 색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시청 소속으로 8년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합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은 14개 종목에 159명(선수 86명·임원 73명)의 선수단이 참여해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41위에 올랐다. 메달을 딴 선수도 메달을 따지 않은 선수도 모두 최선을 다했다. 정영아 선수는 장애를 가진 운동선수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영아 선수에게 탁구란?'이라는 단답형 질문을 던졌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밋밋한 답변일 수 있지만 저에게 '탁구는 삶 자체'입니다. 탁구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고, 눈 뜨고 잘 때까지 오로지 탁구 생각만 나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패럴림픽은 끝났지만 정영아 선수의 도전은 다시 시작이다. 그 길이 고되고 힘들겠지만 그녀라면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정영아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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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김재형 생산일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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