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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책방에서 창의문까지…산책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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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초소책방에서 커피 한 잔 -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시 한 수 읊으며 - 창의문 따라 서울 걷기
작년 가을 새롭게 선보인 인왕산 초소책방의 외관
작년 가을 새롭게 선보인 인왕산 초소책방의 외관 ⓒ김은주

서울길을 걷다보면 뜻하지 않게 취향에 맞는 대상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코로나19로 견뎌내듯 살아가는 일상에 작은 행복이 깃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람들로 붐비는 실내 공간을 되도록 방문하지 않는 노력이 쌓여간 지 1년이 넘어간다. 한적하면서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걷고 산책하며 사유와 사색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난 곳은 인왕산 초소책방과 윤동주 시인의 언덕, 그리고 창의문이었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녹색책방으로,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녹색책방으로,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북카페가 최고의 쉼터요, 서점이 가장 좋은 쇼핑의 장소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역사가 깊은 곳이다. 이곳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 방호목적으로 건축된 인왕cp였다. 지난 50년이란 시간 동안 인왕산의 여러 지역을 부분적으로 통제하며 경찰초소로 사용되었던 이곳은 2018년이 되어서야 시민에게 전면 개방되며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다. 이름에 초소가 들어간 것도 예전 건물의 기억을 복기시켜 준다.

그러나 기존 초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역사 속 분단과 대립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초소 외벽의 벽돌 일부가 남겨졌으며 철제 출입문 2개와 기름탱크도 조각전시품처럼 유지되어 오히려 멋스러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밖에서도 안이 보이고 안에서도 밖이 잘 보이는 구조이며, 사방에 문이 있어 어디로든 드나들기 수월하다. 오픈된 개방형이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확 트인 전망을 자랑하며 멋진 외관을 가진 곳이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확 트인 전망을 자랑하며 멋진 외관을 가진 곳이다 ⓒ김은주

새롭게 선보인 인왕산 초소책방을 가기 위해서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윤동주 문학관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와서 인왕산 숲길을 걸어오는 경로를 추천한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종로09번 마을버스를 이용해 수성동계곡에서 내린 후 인왕산 숲길과 인왕산 자락길을 거쳐 걸어오는 것도 좋다. 어떤 방법이든 많이 걸어야 올 수 있는 곳이다.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길을 걸어가다 마주한 인왕산 초소책방은 기존 2개 높이의 1층 건물을 일부 증축했고, 서로 다른 층고를 유지하며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야외 테라스를 만들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가을에 문을 연 인왕산 초소책방은 책방이자 카페요, 쉼터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문화 이벤트, 소규모 모임의 공간, 공연, 갤러리 등의 다양한 문화복합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을 걷고 산책하며 만난 서울의 전경
서울을 걷고 산책하며 만난 서울의 전경 ⓒ김은주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책이 전시되어 있는 코너다. 특히 환경과 관련된 책들이 전시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2층으로 이동하는 계단의 경사면까지 책으로 진열을 해놓아 비주얼적으로 매우 감각이 뛰어난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있다.

커피와 빵 메뉴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닌 제대로 잘 준비된 모습이었다. 여러 종류의 커피와 흔하지 않은 차와 떡, 죽까지 마련되어 있어 일상 속 작은 소풍을 떠나기 좋은 곳이었다. 종로구 지역주민은 음료가 10% 할인되니 종로구로 이사 가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테라스의 야외테이블에 앉아 차 한 잔 하며 바라보는 서울의 조망도 끝내주게 멋졌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 온다면 얼마든지 시야가 확 트인 빌딩숲과 인왕산 숲을 즐겨볼 수 있겠다.
윤동주 문학관 뒤 청운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시인의 언덕
윤동주 문학관 뒤 청운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시인의 언덕 ⓒ김은주

인왕산 초소책방을 등지고 앞으로 걷다보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갈 수 있다. 이곳은 윤동주 문학관 뒤에 있는 청운공원의 일부를 시인의 언덕으로 꾸며 윤동주의 서시가 새겨진 바위가 있는 곳이다. 서시 바위는 서울 밤풍경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는 조망지점도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시를 읊조리며 천천히 산책하기 좋고 서시 바위 앞에 서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창의문은 서울의 사소문 중 하나다
창의문은 서울의 사소문 중 하나다 ⓒ김은주

인왕산과 백악산이 만나는 곳에서는 창의문을 만날 수 있는데, 남대문이나 동대문과는 달리 창의문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보물 제1881호인 창의문은 자하문 또는 북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사소문 중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에 지어진 문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문으로, 도심 속 이색적이면서 고풍스런 멋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성곽에는 동서남북에 사대문이 있고 그 사이 사이에 사소문이 있었다.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문으로, 창의란 뜻은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하다'란 의미다. 창의문에는 인조반정 때 공신들의 이름을 새겨 놓은 현판을 문루에 걸어 놓았으며 전형적인 성곽 문루의 모습을 지닌다.
창의문과 윤동주 시인의 언덕, 인왕산 초소책방은 함께 걷고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창의문과 윤동주 시인의 언덕, 인왕산 초소책방은 함께 걷고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김은주

창의문 아래 동네는 부암동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부암동의 문화관광 코스도 추천하고 싶다. 가볼만한 곳이 많은 동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거장인 김환기 미술관, 석파정, 세검정 터 등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주한 창의문과 인왕산 초소책방,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코로나로 지친 고단한 일상에 단비처럼 맑고 샘물처럼 깊게 다가왔다. 천천히 숲길을 따라 걷고 공원에 서서 크게 심호흡하는 시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걷기 좋은 서울을 누리며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 인왕산 초소책방, 윤동주문학관

○ 초소책방 위치 : 서울 종로구 옥인동 산 3-1
- 문의 : 02-735-0206
○ 윤동주문학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청운동)
- 교통 : 버스 1020, 7022, 7212번 이용 '자하문 고개, 윤동주 문학관역' 하차
- 홈페이지 : https://www.jfac.or.kr/site/main/content/yoondj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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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책방에서 창의문까지…산책의 기쁨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은주 생산일 2021-03-05
관리번호 D000004206326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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