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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이순신에 감동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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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사진 뉴시스)

[서울톡톡] <명량>이 개봉 1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전에 가장 빠르게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괴물>이나 <도둑들>이 22일 걸렸던 것에 비하면 정말 놀라운 속도다. 앞으로도 이런 국민적 흥행은 쉽게 나타나기 힘들 것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대한 재조명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지식들이 알려지면서 더욱 이순신 신드롬이 강해진다. 그만큼 이순신 장군은 위대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안위보다 백성과 나라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선조가 이순신을 제거하는 명분이 되었던 것은 그의 출정 거부였다. 선조가 부산으로 출정하라는 명을 내렸는데 이순신이 거부한 것이다. 왕조시대 왕명 불복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 자신뿐만 아니라 집안 전체가 역적집안으로 몰려 폐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순신은 왕명을 거부했다. 그 자신이 죽고 조선 수군이 보존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임진왜란 초기에 이순신이 적극적으로 출병해 심지어 부산 앞바다에까지 진출한 것은 그때까진 아직 육지에 일본군 진지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쟁 중반에 이르러 일본군은 곳곳에 진지를 구축해 매복하고 있었다. 진지 안으로 공격해들어가는 것도 위험하고, 진지를 지나쳐 부산으로 진격하는 것은 협공당할 가능성 때문에 더욱 위험했다. 그래서 이순신은 한산도 앞 견내량을 굳게 지키는 쪽을 선택했고 그 덕분에 일본군은 더 이상 진격하지 못했다.

그러나 선조와 조정은 무조건 부산을 치라고만 했다. 그 명대로 갈 경우 부하장졸들이 전멸당할 수 있고, 그것은 곧 국가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이순신은 왕명불복이라는 죽을 길로 갔다. 반면에 원균은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 부산 출격을 주장했고, 막상 자신이 통제사가 된 후엔 출격을 주저했지만 왕이 계속해서 명령을 내리자 출격하고 말았다. 자신이 역적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조선 수군이 전멸당할 수도 있는 모험을 선택한 것이다.

이순신은 일생동안 상부의 명이라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받들지 않았다. 상관이 오동나무를 베려 하자 규정에 어긋난다며 그것을 막아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남들이 위를 쳐다볼 때 그는 전체를, 그리고 아래를 봤다. 즉 남들이 상관의 눈치를 살필 때 그만은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생각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았고 결국 임금의 미움까지 사고 말았다. 대신에 백성들은 그를 따랐다. 이순신의 통제영은 일개 군영이 아닌 피난민들의 집합소를 방불케 했다. 그를 따라다니는 백성이 수만에 이르렀고, 그가 죽자 전라도 일대의 백성들이 마치 부모를 잃은 듯 통곡했다고 한다.

이순신의 준비성도 놀랍다. 거북선은 일반적인 조건에선 그리 뛰어난 전선이 아니다. 철갑이 너무 무거워 기동이 어렵고, 뚜껑 때문에 화약연기가 실내에 가득 차 함포운용에도 제한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선을 만든 것은 오로지 일본수군과의 대전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일본에겐 함포가 없고 등선육박전과 조총이 강점이라는 사실을 미리 조사하고, 정확히 그에 대응하는 돌격선으로 설계한 것이 거북선이다. 전투 초기 거북선이 철갑으로 적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깊숙이 들어가 적 대장선 바로 옆에 붙으면 함포를 한두 번만 쏴도 대장선을 격침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조선 전체를 통틀어 혹시 모를 일본군의 침략에 이렇게 치밀하게 대비한 장수가 없었다. 요즘에도 사고만 터지면 우왕좌왕하면서 시스템이 마비되기 일쑤이기 때문에 이순신의 치밀한 준비성이 더욱 빛난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이순신에 대한 열광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사실 영화적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스토리도 단순하고 편집도 거칠다. 하지만 웅장한 화면과 음악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이순신 장군의 위대성을 잘 느끼게 한다는 점은 미덕이다. 이 영화는 국민적 작품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아바타>의 역대 최고 흥행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다. 이순신이 임진왜란에 이어 극장가도 제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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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이순신에 감동하는 이유?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하재근(문화평론가) 생산일 2014-08-12
관리번호 D000004175300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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