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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도시유적전시관'…조선시대 한양의 주거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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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양 한복판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만날 수 있는 ‘한양의 家, 견평방 가옥’ 기획전시가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열렸다. 현장 전시회 개최 소식을 듣고 필자는 ‘한양의 家, 견평방 가옥’ 기획전시 첫날에 전시관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사전예약관람을 해야 방문할 수 있다. ☞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사전예약 안내 https://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200728110616547540

‘한양의 家, 견평방 가옥’ 기획전시 안내책자

‘한양의 家, 견평방 가옥’ 기획전시 안내책자 ⓒ정혜임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인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본관인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다. 본관과의 거리도 멀고,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전시관은 일반적인 국공립 전시관과는 달리 ‘지하 전시관’이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이런 독특한 특징을 갖게 된 이유는 건립과정에 있다.

민간 사업자가 빌딩을 짓는 과정에서 600여 년 전의 문화재가 대량으로 발견된 것이다. 이에 서울시와 사업자는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개발의 상생을 이뤄냈다. 이후, 문화재를 원위치 전면보존하고 사업시행자에게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 이 사례는 이른 바 ‘공평동 룰(rule)’이라 불리게 됐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입구는 지하 1층에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입구는 지하 1층에 있다. ⓒ정혜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자 시끌벅적한 도심의 소음은 사라지고 거대한 지하도시가 나타났다. 전시관 입구에서 기획전시실로 가는 바닥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입구에서부터 걸어가며 공평동 유적지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1864년 제작된 서울전도 '수선전도'와 한글 자료

1864년 제작된 서울전도 '수선전도'와 한글 자료 ⓒ정혜임

‘한양의 家, 견평방 가옥’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한양 중부 견평방’에서는 견평방의 지리적 특성을 살필 수 있다. 조선시대 사법기관인 의금부와 의료분야를 담당하던 전의감 등 여러 관청과 시전(시장)이 있었던 견평방은 조선시대 한양의 최대 번화가다. 지금의 행정구역으로는 청진동, 공평동, 인사동 일대에 해당한다.

이곳에서는 1864년 제작된 서울전도인 ‘수선전도(首善全圖)’의 실물을 볼 수 있다. 모든 표기가 한자로 되어있으나, 견평방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수선전도 우측에 한글을 표기한 자료가 추가로 전시되어 있다. 지도를 살펴보면 견평방의 좌측에는 임금이 살던 궁궐인 경복궁이 있고, 우측에는 종묘와 창경궁이 있다. 법궁인 경복궁과 가깝고 각종 관청과 시전이 있으니 견평방은 부동산 입지가 매우 좋은 곳이었다. 탁월한 입지 조건을 갖춘 이 지역에는 주로 중인이 거주했는데, 그 중에서도 상업에 종사하는 상인이 대부분이었다.

2부 ‘수도 한양의 가옥’ 전시장

2부 ‘수도 한양의 가옥’ 전시장 ⓒ정혜임

2부 ‘수도 한양의 가옥’에서는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의 가옥 관련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다. 조선왕조가 건국되면서 한양이 수도가 되었고, 수도에 사람이 몰리자 주거지 문제 해결이 시급했다고 한다. 도시화로 인한 주거문제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주거지 부족으로 인해 한양 도성 곳곳에 무허가 가옥이 난립하자 조선왕조에서는 신분별로 주택규모를 제한하고, 택지를 무상으로 분배하거나 행정구역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 기피 현상과 대규모 저택의 건립, 지가 상승 등으로 인해 조선시대 내내 한양의 주거지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고 한다. 기획전의 내용을 둘러보며 2020년 현재와 너무나 닮은 한양의 모습이 놀라우면서도 씁쓸했다.

견평방 입안의 일부

견평방 입안의 일부 ⓒ정혜임

3부 ‘견평방 가옥’에서는 견평방 가옥의 특징과 거래과정에 대해 살펴 볼 수 있다. 1631년부터 1732년까지 약 100년에 걸쳐 작성된 매매 공증 문서인 견평방 입안을 통해 당시의 거래 절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작성된 만큼 견평방 입안의 양이 방대한데, 전시관 한쪽 벽면 전체에 이 내용이 표와 사진, 아이콘 등으로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견평방의 토지가격은 한양의 다른 지역보다 많게는 3~4배나 비쌌다.

수동집 모형

수동집 모형 ⓒ정혜임

이곳에는 16~17세기 때의 견평방 가옥을 재현한 수동집 모형도 전시되어있다. 당시 견평방 가옥의 특색이 잘 나타난 수동집을 모형을 보면, 좁은 택지에 두 가옥을 지어 주택 밀집도가 굉장히 높다. 주변 보다 비싼 토지 가격으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다.

‘한양의 家, 견평방 가옥’ 기획전시 포스터를 배부하고 있다.

‘한양의 家, 견평방 가옥’ 기획전시 포스터를 배부하고 있다. ⓒ정혜임

마지막 4부 ‘견평방 가옥의 흔적’에서는 도자기, 장신구, 기와 등 조선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견평방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면 출구에서 기획전시 포스터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기획전을 보며 조선시대 한양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이 오늘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프라가 좋은 수도로 인구가 집중되어 발생하는 주거문제는 시대를 불문하고 보편적인 문제였다. 조선시대에는 끝내 주거난을 해결하지 못했지만, 2020년의 우리는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이번 전시는 내년 5월 2일까지 진행되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기획전시와 연계해 12월 17일, 18일 양일간 특별강연도 열린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강좌도 병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https://museum.seoul.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안내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
○ 관람안내 : 평일 9:00~18:00 (매주 월요일, 1월1일 휴관)
○ 교통 :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
○ 홈페이지 : https://museum.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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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도시유적전시관'…조선시대 한양의 주거 대책은?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정혜임 생산일 2020-11-23
관리번호 D000004130469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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