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이런 여유 어때? 청계천서 멍때리고, 광장시장서 먹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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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아름다운 가을 날이다. 단풍은 지난해에도 우리 곁에 있었겠지만 올해는 제약된 일상 속에서 그간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철저한 방역 속에서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치료제에 대한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내 주변에서 감사와 기쁨을 찾아보는 일은 꽤 중요해졌다.

청계천에서 여유로운 단풍구경 후엔 물멍의 시간이다.

청계천에서 여유로운 단풍구경 후엔 물멍의 시간이다. ⓒ김은주

깊어가는 가을이 아쉬워 필자가 찾은 곳은 ‘청계천’이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청계천은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물멍’! 무언가를 멍하니 바라보며 멍 때리는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말이다. 불타는 장작을 바라보는 ‘불멍’, 아득하게 멀어져 가는 소리에 빠져들게 하는 ‘소리멍’, 수족관이나 어항 속 물고기가 유유자적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물멍’ 등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뇌를 쉬게 하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버드대 정신과 의사이자 뇌 기반 기술 혁신가인 스리니 필레이의 저서 ‘멍 때리기의 기적’에는 ‘비집중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비집중 능력이란 어려운 말은 다시 말해 ‘멍 때리기’다. 일상 속에서 비집중과 집중 사이를 마음대로 오가며 스트레스와 위험을 관리하고 삶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멍 때리기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청둥오리떼도 만날 수 있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청둥오리떼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청계천에서도 제대로 물멍을 즐길 수 있었다. 물가 바위에 걸터앉아 졸졸 흘러가는 물길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아무 생각 없이 그 시간 속에 빠져들게 된다. 운이 좋다면 청둥오리 두 마리가 다가올 수도 있고, 눈부신 흰색의 백로도 마주 할 수 있으며 작은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멀리 가기 부담스럽고 걱정되는 요즘, 청계천은 도심 속 고단하고 외로운 우리에게 작은 쉼을 제공해주는 안식처가 되기 충분하다.

졸졸 흐르는 물을 따라 걸으며 가을 산책을 즐긴다.

졸졸 흐르는 물을 따라 걸으며 가을 산책을 즐긴다. ⓒ김은주

청계천은 꽤 길다. 복원한 총 길이가 5.8 km, 주변 산책로까지 하면 10km가 넘는다. 마음먹고 걷지 않으면 그 시작과 끝을 모두 걷기 어렵단 얘기다. 필자도 늘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청계천을 걸었다.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모전교, 광통교, 광교까지는 자주 찾곤 했는데, 이번에는 장통교, 삼일교, 수표교, 관수교, 세운교, 배오개다리, 새벽다리까지 자연을 만끽하며 가을 산책을 즐겨보았다.

특히 새벽다리 부근에는 을지로 방산시장과 광장시장이 있어 전통시장까지 구경할 수 있다. 광장시장은 맛있는 먹거리와 구제시장이 유명하고 방산시장은 특별한 물건들을 살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광장시장과 방산시장 근처 을지로 조명거리 역시 볼거리가 많다.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가지각색의 조명은 구경만으로도 즐거움을 안겨 준다.

전통시장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문해야 한다.

전통시장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문해야 한다. ⓒ김은주

오랜만에 광장시장을 찾았다. 예전보단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여전히 삶의 활력이 느껴지는 곳이다. 광장시장의 명물인 녹두빈대떡, 마약김밥, 낙지탕탕이 등 군침 도는 음식들이 가득하니 더 이상 걷기가 어려웠다. 가게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녹두빈대떡과 육회탕탕이를 주문했다. 일상이 더없이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튀기듯 만든 바삭한 빈대떡의 고소함과, 싱싱한 육회와 살아 꿈틀거리는 낙지의 조합이 독특한 육회탕탕이는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 메뉴다.

광장시장의 명물인 녹두빈대떡

광장시장의 명물인 녹두빈대떡 ⓒ김은주

청계천에서 단풍놀이와 물멍을 즐기고 광장시장에서 먹방으로 가을 나들이를 끝맺었다. 멀리 단풍구경을 가지 않아도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여유와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다소 침체되었던 일상이 두어 시간의 여유로 인해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집을 나서면 가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

집을 나서면 가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 ⓒ김은주

봄부터 꽃구경은 아파트 단지와 뒷산에서, 여름휴가는 집에서 밀린 드라마 보기와 집안 정리를 하며 보냈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해가고 있다.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올해처럼 공감되었던 적이 없다. ‘여행도 못 가고’, ‘나들이도 못 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불평과 불만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작게나마 의미를 찾고 행복을 건져 올리는 작업에 집중해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청계천에서의 '물멍'과 광장시장에서의 '먹방' 덕분에 오늘 하루도 멋진 날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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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김은주 생산일 2020-11-10
관리번호 D000004121471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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