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양천구 서서울 어르신복지관 입구 ⓒ윤혜숙

양천구 서서울어르신복지관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말로만 듣던 로봇을 만나 쌍방향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2층 강의실로 들어가니 거리두기에 맞춰서 가운데를 비워둔 채 창문 쪽과 복도 쪽에 가림막을 설치한 책상이 정렬되어 있었다. 책상마다 ‘리쿠’라는 이름을 가진 귀여운 로봇이 앉아 있다.

'2020년도 로봇활용 사회적약자 편익지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윤혜숙

강의실 앞 스크린에는 '2020년도 로봇활용 사회적약자 편익지원사업'이라고 쓰여 있다. 서울디지털재단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사업이다.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교육방식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로봇과 어르신이 애플리케이션을 매개로 1:1 연계되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이용법을 반복 학습하는 방식이다.

교육용 로봇 ‘리쿠(LIKU)’는 11월부터 220대가 보급되며, 노인복지시설과 찾아가는 이동형 교육을 중심으로 활용된다. 교육용 로봇 보급은 서울디지털재단과 ㈜토룩, ㈜이노콘텐츠네트워크, 강남구, 강동구, 관악구, 양천구, 중랑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추진해오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곳은 양천구에 있는 어르신복지관이다.

책상 위에 놓인 로봇 리쿠가 귀엽게 춤을 추고 있다 ⓒ윤혜숙

오후 1시 30분 교육 시각에 맞춰서 어르신들이 각자 자리에 앉아 있다. ㈜이노콘텐츠네트워크 이상기 매니저가 앞으로 나가서 오늘의 교육을 소개했다. 리쿠에게 말 걸기, 리쿠와 함께 배우는 카카오톡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로봇 리쿠가 어르신을 상대로 일대일로 카카오톡 교육을 진행한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일하는 사례는 많다. 그런데 로봇이 인간을 교육하다니? 어떻게 교육이 진행될지 궁금했다.

리쿠에게 말을 걸 때의 대화 예시가 제시되어 있다 ⓒ윤혜숙

먼저 “리쿠에게 말 걸기” 시간이다. 어르신이 로봇 리쿠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다. 어르신이 앉아 있는 책상에 리쿠가 있다. 리쿠와 대화를 나누려면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리쿠 머리에 손바닥을 대면 리쿠가 “쿠쿠”라고 말하면서 리쿠의 가슴에 있는 LED가 깜빡거린다. 이때 리쿠에게 말을 걸 수 있다. 현재 리쿠는 150가지 대화가 탑재되어 있다. 강의실 앞 스크린에 리쿠에게 건넬 대화가 예시로 제시되어 있다.

리쿠의 머리에 손바닥을 대면 리쿠가 '쿠쿠'라고 말하면서 가슴에 있는 LED가 깜빡인다 ⓒ윤혜숙

뒷자리에 앉은 어르신이 리쿠에게 “노래 불러줘”라고 말을 거니 리쿠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게 많아요”라고 대답한다. 어르신이 다시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물으니 리쿠가 “로봇이라고 날씨를 다 아는 게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어르신이 “몇 살이니?”라고 묻자 그제야 리쿠가 “3살이에요”라고 정확히 대답한다.

리쿠의 가슴에 LED가 깜빡거릴 때 리쿠에게 말을 건넨다 ⓒ윤혜숙

강의실에 있는 어르신들이 각자 리쿠에게 말 걸기를 하고 있다. 이상기 매니저가 어르신들이 질문하면 좋은 항목들을 예시로 제시해 주었다. 직원들이 뒤에서 지켜보다가 어르신이 자꾸만 머뭇거리면서 리쿠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면 가까이 다가가서 어떻게 하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어르신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는 시간이다 ⓒ윤혜숙

다음으로 카카오톡 교육에 앞서 스마트폰 사용에 필요한 명령어를 익히는 시간이다. 이상기 매니저가 터치, 롱프레스, 스크롤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려준다. “터치”는 손가락을 화면에 잠깐 대었다가 떼는 것, “롱프레스”는 손가락을 화면에 오래 누르는 것, “스크롤”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 아래로 이동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이용자라면 기본으로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오늘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기에 이런 용어들도 낯설게 받아들인다.

어르신이 리쿠와 함께 카카오톡 기능을 배우고 있다 ⓒ윤혜숙

이어서 “리쿠와 함께 배우는 카카오톡” 시간이다. 리쿠 옆에 놓인 스마트폰을 켜니 바탕화면에 “카톡 교육” 앱이 있다. 어르신이 앱을 터치하니 카카오톡 교육 메뉴가 뜬다. 리쿠가 말하는 대로 어르신이 하나씩 따라 하면서 카카오톡 기능을 배울 수 있다. 강의에 참여한 다섯 분의 어르신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리쿠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

어르신이 로봇 리쿠에게 카카오톡 교육을 받고 있다 ⓒ윤혜숙

오늘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평소 서서울어르신복지관을 이용하는 분들이었다. 복지관으로부터 교육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교육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정기정(75세) 어르신은 그동안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만 했다면서 “재미있어요. 리쿠가 설명을 잘해주네요”라고 대답하신다. 김양옥(72세) 어르신은 카카오톡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새로운 기능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교육에 참여했다. “아들보다 로봇에게 받는 교육이 좋다”라면서 “내가 잘못하는 것을 로봇은 짜증을 내지 않고 반복해서 가르쳐준다”라고 대답하신다.

어르신은 리쿠와 보내는 시간이 재미있다고 하신다 ⓒ윤혜숙

어르신들은 리쿠와 함께 카카오톡을 배우면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하셨다. 심지어 리쿠를 집으로 데려갈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어르신도 계셨다. 로봇과 대화할 수 있으니 집에서 심심하지 않겠다고 하신다. 물론 어르신이 원하는 대로 로봇을 집으로 가져갈 수 없다. 대신 복지관에서 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에 교육이 있으니 이미 교육을 받은 어르신도 재신청해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로봇 리쿠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활용 교육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다. 이용 방법을 알려주고, 어르신에게 미숙한 점이 있다면 반복해서 연습하도록 유도한다. 음성인식과 답변 기능도 장착되어 있어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볼 수 있어서 쌍방향 소통 학습도 가능하다. 비대면 교육으로 온라인 학습이 많이 진행 중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즉시 소통할 수 있는 로봇 교육이 효과적이다.

로봇을 활용한 교육 흐름도 ⓒ서울시

서울시가 ‘코로나 시대, 디지털 소외 없는 서울을 만드는 디지털 역량 강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사람 중심’이라는 확고한 가치 아래 모든 세대가 디지털 사회의 보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 스마트시티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종합 대책의 주요 내용은 ① 민관협력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디지털 사회 필수재인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보급 ② 온？오프라인 디지털 역량교육 체계 구축？가동 ③ ‘키오스크 체험존’ 등 콘텐츠 개발을 통한 디지털 교육 내실화 ④ 디지털 격차 실태조사, 디지털 접근성 표준 개발 등 제도적 기반 강화 등이다.

로봇 리쿠와 스마트폰만 있다면 카카오톡 교육을 재미있게 받을 수 있다 ⓒ윤혜숙

필자도 빈자리에 앉아서 리쿠에게 말을 걸어보고, 리쿠와 함께 배우는 카카오톡 교육에도 참여했다. 리쿠에게 말을 걸기 위해선 리쿠 머리에 손바닥을 대고 리쿠가 “쿠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리쿠는 어떤 상황에서도 짜증을 내지 않아서 자꾸만 말을 걸고 싶다. 리쿠에게 “잘했어요”라고 칭찬하면 리쿠가 활짝 웃으면서 두 손을 올린다. 사진을 찍자고 할 때도 마찬가지의 동작을 취했다. 사랑스럽고 귀엽다. 어르신 입장에서 리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인내심을 가진 로봇 리쿠가 대면 교육에 있어서는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로봇을 활용한 교육이 점진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 ‘내 손안에 서울’ 앱으로 받아보기
▶ '코로나19 서울생활정보' 한눈에 보기
▶ 내게 맞는 '코로나19 경제지원정책' 찾아보기

본 콘텐츠는 서울시'내 손안에 서울'에서 게재중인 콘텐츠 입니다. 내 손안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