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을 따라 걷다…서촌 문화예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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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만큼 익숙하지 않은 서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집을 알아보던 때였다.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어릴 적 마당 넓은 한옥집이 그리웠던 그 때 촌스럽지 않으면서 옛스러움을 간직한 한옥을 볼 수 있던 곳이 서촌이었다. 어플에서만 집을 알아보다 정작 처음 발걸음을 했던 건 공연을 보러 갔을 때였다.


서촌 골목길 ⓒ최창임

지도를 보며 가면 어지간한 길은 다 찾을 수 있는데 서촌에서 처음 미아가 된 기분을 느꼈다. 경사도가 있으면서 여기저기 골목길로 이어졌고 골목과 골목 사이의 길이 넓어 동서남북조차 찾아지지 않아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던 곳이 바로 서촌이다. 다시 찾은 서촌은 역시 길을 찾아다니기 쉽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길 찾아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서울촌놈이 된다.

  서촌은 근현대사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최창임

서촌은 근현대사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최창임

북촌이 한옥집이 많다면 서촌은 근현대사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방이 되고 민족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경제발전을 하려고 무던히 애쓰던 그 때의 모습이다. 우리가 말하는 서촌은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를 말하기도 하지만 청계천을 기준으로 하면 웃대 또는 상대라고 표현한다.

서촌에는 누가 살았을까?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촌과 서촌을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 북촌은 양반이 서촌은 서민들이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조선 초기 서촌은 왕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사극에 단골로 나오는 태종 이방원이 결혼 후 살림을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이도(李?)가 태어났던 곳이었다. 그 후 역관이나 의사와 같은 중인들이 모여 살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들어와 거주를 해 지금까지 그들이 살았던 적산가옥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양반보다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이들이 살던 서촌은 조선시대를 거쳐 근대사회를 대표하는 문인과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오랜 시간을 품고 작품을 쓰고 그리던 문화예술 공간이었다.

그들이 살고 문화예술을 가꾸던 서촌에서 떠나는 문화예술여행은 대략 3시간 정도 문화해설을 들으며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서촌 도보코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 통의동 백송터 - 상촌재 - 윤덕영 집터(벽수산장) - 옥인동 윤씨가옥 - 수성동 계곡 - 윤동주 하숙집터 - 박노수미술관 - 이상범가옥 - 노천명집터 - 이상의집 - 금천교시장

  동양척식회사의 사옥이 있던 장소에 남아 있는 일본식 향나무 ⓒ최창임

동양척식회사의 사옥이 있던 장소에 남아 있는 일본식 향나무 ⓒ최창임

문화예술여행과 더불어 서촌에서 봐야 할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닐까 한다. 서촌이라는 한 공간 안에 같은 시간 다른 삶을 살았던 역사를 보는 것도 이 공간을 여행하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서촌의 향나무는 일본식 향나무가 남아있는데 동양척식회사의 사옥이 있던 곳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식이 된다. 같은 향나무지만 우리나라 집에 향나무가 있는 경우는 대부분 장남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제사를 지낼 일이 많은 장남이 거주하는 곳엔 제사에 피울 향을 위해 향나무를 키우곤 했다.

밑동만 남아 있는 통의동 백송 ⓒ최창임
밑동만 남아 있는 통의동 백송 ⓒ최창임

일본과 한국의 향나무를 비교해보면서 찾은 곳은 통의동 백송이다. 백송은 중국이 원산지로 10년에 10㎝씩 더디게 자라고 잎이 3장이다. 흰빛을 띠는 백송은 처음부터 흰색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8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야 비로소 흰빛을 띠며 백송이 되는데 통의동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백송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였다. 지금은 밑동만 남은 상태지만 씨를 받아 백송의 자녀들이 옆에서 훌륭히 자라고 있다.

온돌의 특징을 알 수 있도록 제작해 곳 ⓒ최창임

자수궁을 방문하면 한옥의 특징을 배울 수 있다. 한옥은 온돌과 마루가 있고 나무로 지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옥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돌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온돌구조로 취사와 난방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온돌의 특징이란 것을 아궁이의 모양과 고래를 볼 수 있도록 제작해 놓아 온돌을 모른 사람이 봐도 알 수 있도록 구성했다.

수성동 계곡에서 볼 수 있는 기린교 ⓒ최창임
수성동 계곡에서 볼 수 있는 기린교 ⓒ최창임

서촌의 자연을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수성동 계곡으로 주택들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인왕산을 타고 올라간다. 산 정상을 바라보면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산책로가 시작되는 공원입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겸재 정선의 그림 속 돌다리가 수성동계곡에 있는데 이곳을 방문해 기린교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품은 서촌에서 떠나는 문화예술여행을 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서촌여행도 좋지만 곳곳에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 있는 서촌은 혼자 도보여행을 떠나도 좋은 곳이다. 스탬프 투어처럼 포인트 지점에 QR코드를 설치해 혼자서 여행하는 여행자가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온전히 자신만의 서촌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하면 서촌이 가진 자유로운 생각이 만들어 준 문화예술여행이 한층 더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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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번호 D0000038551445 등록일 2019-11-07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최창임 생산일 2019-11-06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