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베토벤 명곡과 함께, 공연도 즐기고 더위도 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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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체임버홀 로비에 마련된 포토존

세종체임버홀 로비에 마련된 <베토벤의 비밀노트> 포토존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더위에 녹초가 되어버린 2018년 여름, 한 달 가까이 낮 기온은 30도를 넘어서고 달아오른 더위는 밤이 깊어도 식을 줄 몰랐다. 더위를 피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명품 클래식 놀이극 - 베토벤의 비밀노트> 공연을 보았다.

더위를 뚫고 공연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맞아준 것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폭염에 뒤죽박죽되었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 모형 근처에 설치된 포토존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와 함께 공연을 보러온 어린 남매는 한 손에 팸플릿을 든 채 포토존에 마련된 악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클래식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괜히 주눅 들 터인데 어떻게 어린 아이들이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해법은 놀이극이었다.

귀가 어두워진 베토벤과 소통하는 주인공 민서

귀가 어두워진 베토벤과 소통하는 주인공 민서

<베토벤의 비밀노트>는 축구를 좋아하고 바이올린을 싫어하는 7살 박이민서가 주인공인 클래식 놀이극이다. 비창 소나타를 시작으로 엘리제를 위하여, 운명 교향곡, 월광 소나타, 터키 행진곡, 합창 교향곡으로 이어지는 동안 개구쟁이 민서는 음악에 빠져들었고, 그런 민서를 바라보는 관객들도 시나브로 베토벤에 젖어들었다. 원래 말수는 적었지만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가득했던 베토벤은 아무런 대사 없이 오롯이 몸 움직임만으로 민서와, 또 관객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민서는 개구쟁이답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대와 관객을 오가며 활발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무대 화면을 통해 연주되고 있는 곡의 곡명을 보여주고 있다

무대 화면을 통해 연주되고 있는 곡의 곡명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베토벤의 음악을 수백 명의 오케스트라 연주로도, 한 대의 피아노로도 들어보았다. 이번에는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첼로, 바이올린, 피콜로, 호른, 마림바 등 7개 악기로 구성된 연주였다. 특히 마림바의 경쾌한 소리는 익숙했던 베토벤의 음악에 여름옷을 입힌 듯했다.

같은 곡을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최고의 제작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출은 <스프링 어웨이크닝>, <번지 점프를 하다> 등 국내외 유명 뮤지컬들을 연출하며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 연출가로 꼽히는 김민정 감독, 편곡은 세계적인 라마마 씨어터를 비롯, 뉴욕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해온 이수연 작곡가, 음악은 섬세한 연주와 감각으로 수많은 뮤지컬음악의 완성도를 높여 온 대표적인 음악감독 김길려 감독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이들의 팀웤은 뛰어났다.

베토벤의 비밀노트를 펼쳐 악기 이름을 알려주는 주인공 민서

베토벤의 비밀노트를 펼쳐 악기 이름을 알려주는 주인공 민서

공연을 보다 보면 악기 이름이나 곡명이 궁금할 때가 있다. 팸플릿에 적혀있긴 해도 일일이 맞춰보는 것은 번거롭다. 특히나 어린이 놀이극의 경우에는 더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민서는 베토벤의 비밀노트를 펼치며 악기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알려주었다. 또한 연주되는 곡명도 무대 화면을 통해 친절히 알려주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엄마 아빠라도 걱정은 집에 두고 와도 좋을 듯했다.

음악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다.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은 소리의 공명이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각각의 악기들이 자신만의 소리를 가장 아름답게 뽑아내면서도 다른 악기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세종 체임버홀은 마법의 방답게 무서운 표정의 베토벤 음악도 감미롭고 신비롭고 경쾌하게 들려왔다.

공연은 한 시간이었다. 조금의 지루함도 없었던 베토벤과의 만남은 설핏 잠들었던 달콤한 낮잠처럼 아주 맛있었다. 무대에 불이 꺼지고 객석에 불이 들어오니 함께 공연을 보았던 아이들이 보였다. 환한 미소로 웃고 있는 아이들은 ‘나도 베토벤같이 멋진 음악가가 될래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쿨링포그가 피어오르는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본 세종문화회관

쿨링포그가 피어오르는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본 세종문화회관

8월 3일부터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공연될 <베토벤의 비밀노트>는 더위를 뚫고 와서 봐도 아깝지 않을 공연이다. 더운 날 시내 나들이 한 김에 세종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전시도 보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광화문 광장도 걸어보고,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도 구경하면 보다 알찬 하루가 될 것이다.

■ 2018 세종어린이시리즈 ‘베토벤의 비밀노트’

○ 기간 : 2018.08.03 (금) ~ 2018.08.16 (목)

○ 장소 : 세종체임버홀

○ 시간 : 8.03(금)~8.16(목) (공연시간 : 50 분 / 인터미션 없음)

평일, 토요일 11시, 14시, 일요일 14시, 16시

8.14(화) 오후7시30분

○ 연령 : 만4세입장가(2014년 이전 출생)

○ 티켓 : R석 35,000원, S석 25,000원

○ 홈페이지 : 세종문화회관

○ 문의 : 세종문화회관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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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명곡과 함께, 공연도 즐기고 더위도 피하고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공희정 생산일 2018-08-07
관리번호 D000003419563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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