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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서울] 추석이 행복해지는 공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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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한옥마을, 한복을 입고 골목을 둘러보는 여행객들 ⓒ문청야

북촌한옥마을, 한복을 입고 골목을 둘러보는 여행객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82) 지속가능한 여행, 공정여행

최대 10일에 이르는 역대급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 국민 10명 중 9명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추석 연휴인 만큼 이왕이면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여행자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환경까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여행, 공정여행에 대해 알아보았다.

관광객 몰리니 주민은 떠난다

북촌 한옥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세종마을(서촌), 해방촌, 연남동…. 이들 지역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은 주거지역이 관광 명소로 알려지며 주거환경이 위협받고 기존 거주민이 이주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관광지화로 인한 둥지내몰림 현상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대도시나 제주도는 물론, 베를린, 파리, 바르셀로나, 베네치아 등 해외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 들어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주요 관광도시에서는 관광객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관광버스를 공격하고 호텔 창문을 깨는 등 '관광객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

관광객이 몰리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고 땅값도 올라 좋을 듯싶은데, 대체 왜 반대하는 걸까?

이들 지역 주민들은 소음이나 쓰레기, 사생활 침해, 불법 주정차, 주거비용 및 물가 상승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한다. 대표적인 골목 여행지이기도 한 이들 지역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가지 복작복작 소란스럽다. 대문 앞에 기대서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문틈이나 담장 너머로 집안까지 들여다 본다. 문이라도 열리면 기웃기웃 구경하기 바쁘다. 온 가족이 쉬는 주말임에도 주민 입장에선 편히 쉬기는커녕, 골목길로 나서기조차 쉽지 않다. 꼼짝없이 집안에 갇힌 꼴이다.

골목 구석진 곳에는 한눈에 봐도 관광객이 버리고 간 듯 보이는 일회용 컵 같은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고, 무개념 낙서도 눈에 띈다. 골목 입구 큰 길에는 관광버스가 버스 정거장까지 막아서고 있고, 주차 문제도 커 보인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 상승이다. 최근에는 에어비앤비 등 숙소 공유 서비스가 성행하며 거주 지역까지 숙박시설로 바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탁소나 철물점, 이발소, 식료품점 같은 지역 주민을 위한 상점들이 음식점이나 정체불명의 특색 없는 기념품 가게로 바뀌고 있다. 이로 인해 물가와 임대료가 치솟고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편에선 관광 수입보다 집값과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른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특히 유럽 유명 관광도시의 경우, 테러 공격의 대상이 되며 치안 문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서울공정관광축제 일환으로 열린 `서울 속 마을 공정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 ⓒ이현정

서울공정관광축제 일환으로 열린 `서울 속 마을 공정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

비단 관광도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연 그대로 깨끗한 자연환경 덕분에 힐링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들도 관광객이 몰리며 역효과를 낳고 있다. 버려지는 쓰레기에, 과도하게 들어선 상업 시설로 오히려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이들 관광지화된 지역에서는 평화로운 일상과 함께 지역의 핵심적 가치와 존엄성이 파괴되고, 주민과 관광객, 지역 주민과 상인들 사이의 갈등이 초래되는 등 사회적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들 지역은 결국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채워지며 지역 특색을 잃고 마침내 힐링 관광지로서 가치도 잃어간다. 실제 홍대 앞이나 삼청동 등은 이미 지역만의 개성을 잃고, 이젠 더 이상 핫하지 않는 지역으로 빈 점포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결국 지역 주민뿐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다른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보다 성숙한 여행자가 되기 위한 작은 실천들

소음과 쓰레기를 줄이고 타인의 사생활을 지키려는 작은 실천부터, 걷기여행, 현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여행,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고 지키는 자연 친화적인 여행을 선택해보자.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 경제에 돌아갈 수 있도록 숙소와 식당, 상점을 이용할 때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겠다. 거대 호텔 체인이나 프랜차이즈 식당, 외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식당보다는 지역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나 식당을 이용하고, 기념품으로 지역 특산물이나 공정무역 제품을 사도록 하자. 방콕이나 타이베이 등 해외 여행지에서도 지역 소수 민족의 자립을 돕는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현지인 가이드나 숙소나 식당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존엄이 지켜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하자.

무엇보다 지역 환경과 역사,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좀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좋겠다. 지역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며, 여행지 이면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이젠 우리 여행자 스스로가 무례한 관광 소비자가 아니라, 보다 성숙한 여행자로 거듭나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미리 여행지에 대해 알아보고 찾아보는 조금은 번거로운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 않았던가? 적어도 현지 역사와 문화를 기본으로 알고 찾아간다면 내가 주체가 된 나만의 개성 있는 여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귀찮다면, ‘공감만세’, ‘착한여행’, ‘트래블러스맵’과 같은 사회적기업의 공정여행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서울로7017에서 열린 2017서울공정관광축제 현장 ⓒ이현정

서울로7017에서 열린 2017서울공정관광축제 현장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렇듯 여행자 개개인의 남다른 선택도 필요하지만,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9월 7일 열린 ‘2017 서울 공정관광 국제포럼’에서는 보헬레 UNWTO(유엔 세계관광기구) 사무처장, 콜롬 바르셀로나 시의원 등 국내외 전문가, 시민 300여 명이 모여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관광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포럼 연사로 나선 국내외 전문가들은 관광지화된 주거지역의 문제는 쓰레기나 교통, 교육 등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연관된 만큼,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도시 의제로 총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지역주민, 지역상인, 관광업계, 관련 전문가와 시 정부 등 관련된 모든 주체가 참여하여 토론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을 합의하고 만들어가는 바르셀로나를 모범적인 사례로 꼽았다. 6개월 유예 선도 기간을 거쳐 상업적인 불법 에어비앤비에 대해 1억의 벌금을 물리는 베를린 시의 사례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에서도 정숙 관광 캠페인을 벌이고, 민관 협의체를 만들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프랜차이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례를 만들어 제한하는 성동구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는 UNWTO 지정 '지속가능한 관광의 해'이다. 이젠 더 이상 자연과 환경이 훼손되지 않는, 지역 주민의 일상의 삶과 문화가 존중받고 지켜지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여행자와 정부, 지역 주민과 관광 업계 등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함께 노력해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미래일 것이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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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서울] 추석이 행복해지는 공정여행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7-09-19
관리번호 D0000031433746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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