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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공예가와 나눈 ‘한옥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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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공한옥 `지형공방 홍벽헌`ⓒ이상국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공한옥 `지형공방 홍벽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한옥의 가치를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공 한옥’이 도심 속 곳곳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 종로구이다. 한옥 밀집 지역인 북촌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특별한 한옥을 만나게 된다. 바로 ‘서울 공공한옥’이다.

서울 공공한옥은 서울시가 2001년부터 멸실 위기에 있는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매입한 한옥을 말한다. 서울시는 북촌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23채의 공공한옥을 운영 중이다. 또한, 공모를 통해 공방 및 전통문화체험관 등 한옥 위탁운영자를 선정하고 있다. 공공한옥에 방문하면 운영자인 장인과 공예가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작업 모습,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직접 전통공예 작품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서울시 공공한옥 가운데 북촌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지형공방 홍벽헌’을 찾아가 전통 한지공예 변도연 작가를 만났다. ‘홍벽헌’은 지형공방을 운영하는 변도연 작가의 호(號)이자 당호(堂號)로, 한자는 붉을 홍(紅), 푸를 벽(碧)을 쓴다.

그는 이곳에서 닥종이로 전통공예 작업을 하고, 전통공예 분야에서 사라져가는 조형물을 발굴하고 계승하는 작업으로서 지불(紙佛)을 재현하고 있다. 지불은 건칠 기법을 사용해 종이로 만든 불상을 말한다. 그의 작은 한옥 안에 닥종이 인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참 정겨웠다.

한옥에 살며 전통 공예를 보존하는 데 힘쓰고 있는 변도연 작가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한옥에서의 삶과 젊은 세대가 전통을 보존해야하는 가치에 대해 물어보았다.

`지형공방 홍벽헌` 변도연 한지공예가ⓒ이상국

`지형공방 홍벽헌` 변도연 한지공예가

Q. 한지공예를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한지를 만진 지는 20년이 되었고, 전념한 지는 17년 정도 되었어요. 원래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사실 부모님은 예능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는데, 저는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을 건 것에 후회는 없어요. 만족해요.

Q. 북촌한옥마을이 형성된 역사를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북촌은 창덕궁과 경복궁에 가까이 있는 집성촌 마을이에요. 조선시대부터 궁궐에서 일하던 고위 관직의 양반, 궁궐에서 일하는 궁녀 등의 거주지가 북촌에 밀집되어 있었죠. 또한 궁궐에서 필요한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의 공방도 북촌에 집단으로 모여 있었어요. 과거 여러 분야의 장인들이 북촌 안에 머물렀던 게 이 지역의 특성으로 남았어요. 이러한 역사적 특징 때문에 한옥이 많고, 현대에 들어서도 전통공예에 몸담은 선생님들이 북촌에 들어와 자리 잡고 공방을 하고 계신 거예요.

변도연 작가의 작품, 전통 한지 공예 인형 ⓒ이상국

변도연 작가의 작품, 전통 한지 공예 인형

Q. 현재 한옥에서 거주하고 계시나요?

A. 현재 한옥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정말 좋아요. 지금 거주하고 있는 한옥은 오래된 집이라 춥다는 단점도 있지만, 옛집으로서 가진 장점도 많아요. 오래된 집을 새로 헐고 리모델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밖에 있던 화장실과 부엌만 실내로 들여왔죠. 만약 새로 지었으면 담과 벽이 높아졌겠죠. 지금처럼 자그마한 화단에 꽃도 심을 수 있는 이런 정감 있는 모습이 좋아요. 공공한옥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지난여름에 이곳을 찾아왔을 때, 작가님께서 ‘한옥은 사계절 다 아름답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꽃 피는 봄이나 단풍지는 가을에 한옥의 가치가 더 높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A. 개인적으로 제가 꽃을 가꾸면서 계절을 많이 느껴요. 봄이 되면 피었던 꽃이 여름이 되면 지고, 가을이 되면 뒷산에서 단풍 나뭇잎들이 수없이 날아와요. 저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계절을 느끼거든요. 한옥이 어느 동네에 있느냐에 따라 계절을 느끼는 것도 다를 테지만요. 지방의 한적하고 나무 많은 동네에 있는 한옥이라면, 사계절을 더 풍성하게 느끼겠죠. 북촌이 도심에 있어도 창덕궁 담길 쪽에 있는 한옥들은 계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Q. 도시 한옥이 곳곳에 늘어났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정책적으로 한옥 단지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남산 한옥마을도 그렇고, 최근 은평구에 생긴 한옥마을도 그렇죠. 한옥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과 기분, 한옥에 대한 추억을 좋아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요.

이곳엔 닥종이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보니 특히 외국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아요. 그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종이로서 한지가 얼마나 오래가고 좋은 지 등을 이야기해줘요. 그리고 저의 작업과정을 설명하면 그들은 감탄사를 내뱉곤 하죠.

한옥 곳곳에 자연스럽게 놓인 한지공예 인형들 ⓒ이상국

한옥 곳곳에 자연스럽게 놓인 한지공예 인형들

Q. 작가님께서는 어떤 이유로 한옥 보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한옥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일단 한옥이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이기 때문이죠. 우리 것이기 때문에 우리 문화를 보존하는 것이 필요해요.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의 너무 많은 문화를 잃었다가 현재 복원해나가는 과정인데, 그러면서 변형된 것들이 많아요. 한옥이란 건축물도 바로 문화거든요. 우리 후손들이 이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면서 이어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건축하는 분들이 한옥에 대한 관심이 많아 다행인 것 같아요.

또한, 한옥에서 살면 건강에 좋은 점이 매우 많아요. 윗세대 어르신들이 한옥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분들이 어렸을 때 한옥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한옥의 장점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한옥에서 살아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한옥을 관광지로만 바라보는 모습에 ‘그들이 나이 들어도 한옥을 찾을까?’라는 의문이 들어요. 그렇지만 본능에 의해 한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뿐만 아니라 한옥 자체가 건물로서 기능적 장점을 많이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한옥은 천고가 높기 때문에 여름에 정말 시원해요. 한옥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더운 줄도 모릅니다. 일반 양옥에 비해 여러 가지 기능적인 장점이 있죠.

Q. 한옥에서 살면 자연스레 공동체 이웃 간에 교류가 많아진다고 하던데요?

A. 저는 한옥이 지닌 개방성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시 생활은 문 닫고 사는 폐쇄적인 생활에 가깝잖아요. 하지만 이곳은 달라요. 저는 골목에 계신 분들과 소통을 많이 해요. 이웃과도 잘 지내고요. 저희 집에 나팔꽃 넝쿨을 심으면 골목에 옮겨 심곤 하는데 그러면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굉장히 정감 있게 봐주시고 무척 좋아하세요. 늘 어두운 빈집처럼 느껴졌던 공간에 사람 소리가 나고, 왕래가 활발해 좋다고 하세요. 최근에 이사 온 염색하는 앞집 공방 주인과도 자주 만나면서 교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요.

공방 한편에는 한지가 쌓여있다. ⓒ이상국

공방 한편에는 한지가 쌓여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고, 어떤 꿈을 실현하고 싶나요?

A. 우선, 지금보다 더 나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어요. 저는 종이로 만드는 우리나라 예술문화는 다 해보고 싶어요. 국내 예술문화를 찾아다니며 다시 재현해 나가는 것이 제 꿈 중에 하나죠. 큰 꿈은 개인적으로 박물관을 운영하는 거예요.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노력하려고요.

또,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전수할 수 있도록 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요. 전수받은 젊은이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옛것을 그대로 전승하는 길 중에 무엇을 택하더라도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종이로 만드는 제품 중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분야를 재현해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어요. 지금 우리가 옛 선조들이 남겨준 유물이 있는 박물관에 가서 ‘옛날에 이런 문화가 있었구나’를 배우듯이, 이미 사라졌거나 소수만 남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 조금 더 많은 작품을 남겨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후손들을 위해 종이로 작업하는 것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또 발굴하고 있어요. 관련 도서나 자료들을 많이 보면서 집중적으로 정보를 찾아보면서 말이죠. 전통 공예인의 입장에서 젊은 친구들을 환영해요. 우리가 관련 지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경험상 스스로 공부해서 얻게 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얻는 지식도 중요해요. 물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들리겠지만요.

제가 이런 꿈을 꾸는 이유는 우리 것을 후손들에게 전승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에요. 전승은 전승대로 맥을 이어가면서 그걸 또 바른 방향으로 현대적인 재해석이 되어야 해요. 외국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하면 더욱 좋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우리 전통 공예를 묻어버리면 안돼요. 젊은 세대들이 이런 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주기를 바래요.

■ 북촌 ‘지형공방 홍벽헌’ 안내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5길 10

○ 운영 시간 : 오전10시~오후5시 (매주 일·화요일 휴관)

○ 문의 : 02-744-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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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상국 생산일 2017-04-26
관리번호 D000002987859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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