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기차 세울 수 없나요? 가스불 안끄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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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65) 인삼 두 뿌리 대추 세알
#씬 1.
#씬 2.
#씬 3.
“집에서 끓여온 인삼차인데 같이 마실래요?”
할머니가 인심 좋게 웃으며 물었다. 그 순간, A씨의 뇌리 속에 번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동시에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대답 대신 자리에서 용수철 튕기듯 일어선 A씨. 그러나 어디로 가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기차를 세워야 하는데, 집에 가야 하는데...”
계속 중얼거리던 그녀는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달리는 기차를 어떻게 세울 도리는 없었다. 하얗게 질린 채 우왕좌왕 하던 그녀가 열차승무원을 만난 건, 10여분이 흐른 뒤였다.
“기차역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저 빨리 내려야 돼요. 집에 가야 해요. 큰일 났네.”
A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인삼을 달이기 시작했는데, 기차시간에 늦을까봐 서두르면서 가스 불을 끄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옆에 앉은 할머니가 인삼차가 든 보온병을 열지 않았다면 아마 더 늦게 알아차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알았다 해도 방법이 딱히 없었다. 사정을 들은 승무원도 마음이 급해졌다.
“조금 있으면 수원역 도착인데, 집에 가신다 해도 늦어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요.”
역무원은 무전으로 즉시 연락을 취했다. 그때부터 신속한 연락 릴레이가 이어졌다. 달리는 기차에서 가장 가까운 역으로 다시 A씨가 사는 중소도시의 역으로, 그곳에서 119 소방서로 신고가 이어진 것이다.
#씬 4.
#씬 5.
“안심하셔도 돼요. 소방서에서 가스 불 껐답니다. 다행히 불나기 전이었다네요. 이제 서울 가셔도 되겠어요.”
일순간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A씨. 그녀가 울먹이며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녀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인삼 두 뿌리 대추 세알은 까맣게 그을어버린 냄비와 함께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그 후로 A씨는 현관문에 ‘가스 불’ 이라고 커다랗게 써 붙이고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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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정보
원본시스템 | 내손안에서울 | 제공부서 | 뉴미디어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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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최경 | 생산일 | 2017-04-14 |
관리번호 | D0000029725369 | 분류 |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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