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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일등 국민 외식, 돼지갈비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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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 ‘단짠단짠’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돼지갈비가 아닐까.
짜장면이 졸업식 단골 메뉴였다면, 돼지갈비는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는 부담 없고 맛까지 좋은 외식 메뉴다.

서울은 전형적인 소비도시다. 서울이 조선의 도읍으로 정해졌을 때부터 운명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사람이 모이면 소비하게 된다. 육의전이며 곳곳에 있던 장시며 엄청난 물량을 써서 없앴다.

서울은 고기 소비도 당연히 많았다. 소는 농우로서 일종의 경운기였다. 국가적으로 소 잡는 일을 엄하게 다루었다. 스스로 죽지 않으면 고기를 얻기 위해 소를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금살도감을 설치한 것도 소 밀도살을 막기위한 조처였다. 그런데도 조선(사람들), 특히 서울 사람들은 소고기를 즐겼다. 부위를 막론하고 맛있게 먹는 법을 알았다. 소고기는 간장과 궁합이 좋았다. 간장과 마늘, 참기름양념은 오래된 소고기 요리의 조미료였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서울의 풍경을 책으로 남긴 분들이 있는데, 언론인이자 수필가 조풍연 선생이 그중 한 분이다. 그는 낙원동 일대에 가리국밥집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가리구이도 있었다. 가리는 갈비를 이르는 옛말로 추정하고있다. 흥미로운 건 당대 서울 사람들은 소갈비보다 돼지갈비를 더 많이 먹었으며, 그들의 삶에서 더 가깝게 접한 요리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돼지갈비를 두고 일종의 소갈비 이미테이션이라고도 한다. 미국 사료의 대량공급으로 돼지 사육이 크게 늘어나자 소갈비를 먹기 어려운 계층에서 비슷한 양념으로 돼지갈비를 구워 먹은 데서 유행이 시작되었다는 견해다. 실제로 지금과 같이 간장 양념에 재웠다가 숯불에 굽는 돼지갈비의 흔적을 과거 기록에서 찾기 매우 어렵다.

돼지갈비 타임라인

1930년대 신문에 돼지갈비에 대한 기록이 몇 줄 나오는데, 이 역시 중국 요리의 일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에는 돼지갈비를 삶거나 찌는 요리, 튀기거나 조리는 요리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돼지갈비는 아마도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듯하다. 이때도 지금처럼 돼지갈비 전문 요릿집이 있던 것이 아니라 대폿집이나 식당에서 안주의 한 종류로 만들어 팔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탁자에서 바로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주방에서 연탄불에 구워 내오는 식이었다. 1960년대까지는 소갈비도 대부분 주방에서 구워 내오는 방식이었으므로 아마 돼지갈비도 비슷했으리라 추정한다.

1962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당시 최고의 유명 소설가 손창섭의 소설에 돼지갈비와 관련한 문장이 나온다. 바로 “돼지갈비에 대포라도 몇 잔 나누자”는 대목이다. 또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문구의 소설 <장한몽>에도 돼지갈비가 대폿집의 안주로 등장한다.

후에 돼지갈비는 마포에서 본격적으로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있다. 앞서 짧게 언급한 돼지 사육의 증가다. 농가에서 부업으로 소량 사육하던 돼지는 식용유의 원료가 되는 미국산 수입 콩에서 배출되는 콩깻묵 등의 사료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산업화의 길을 걸었다. 대기업에서 축산에 뜻을 두고 현대화된 기술로 사육을 시작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현재 에버랜드의 전신인 ‘용인자연농원’에서 대규모 돼지 축산 농장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주 드물 것이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생활수준이 향상되며 순살코기로 만든 돼지고기 햄과 소시지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 역시 돼지고기의 공급이 많아지면서 가능해진 역사적 사건이다.

마포의 돼지갈비는 현재 ‘원조최대포’로 알려진 전통 있는 가게를 통해 많이 기억한다. 그 이전에도 돼지갈비를 파는 가게가 두엇 있었다. ‘광천갈비’, ‘유대포’ 등의 가게가 바로 그곳으로, 원조최대포의 창업자 최한채 선생(1935년생)이 구술 기록에서 밝힌 바 있다. 그때가 1956년 즈음으로, 구술 기록으로 보아 용강동과 공덕동 일대에서 돼지갈비를 팔기 시작한 건 매우 오래된 역사적 사실임이 틀림없다.

돼지갈비 타임라인

우리나라에서 돼지갈비는 아마도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듯하다. 지금처럼 탁자에서 바로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주방에서 연탄불에 구워 내오는 식이었다.

1970년도 2.6kg→2013년도 20.9kg

통계는 많은 ‘역사’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위 수치는 우리나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의 변화다. 부위별로 골고루 먹었지만, 우리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건 갈비다. 1970년대부터 고도성장을 하던 우리 사회는 외식이 일반화되었고, 그 중심에 돼지갈비가 있었다. 돼지갈비는 단순히 하나의 요리가 아니라 우리의 성장사이면서 개인의 추억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 원래 갈비란 부위는 각을 뜨고 포를 내기 아주 어렵다. 이름은 그냥 갈비지만, 너무 다른조직의 근육이 서로 섞여 있기 때문이다. 소를 예로 들면 참갈비, 본갈비, 꽃갈비, 갈빗살, 마구리 등 부위가 가지각색이다. 이러니 돼지갈비라는 요리 하나에 감당하기 어려운 내막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돼지갈비를 보면 퍽퍽해서도저히 구이로 먹기 어려운 부위도 있다. 그래서 포를 뜰 때 매우 기술적이어야 한다.

서대문원조통술집 주인 고수덕 여사

서대문원조통술집 주인 고수덕 여사.


1980년대 들어 돼지갈비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업계에 큰 고민이 생겼다. 구울 수 있는 돼지갈비의 양은 한 정되어 있는데, 손님들의 수요가 너무 컸다. 돼지고기 중 에서 최고 인기 부위는 삼겹살이다. 삼겹살과 갈비는 맞대어 있는 부위다. 삼겹살을 많이 정육하면 갈비의 양이 줄어든다. 안 그래도 돼지갈비의 양이 적은데 더 줄어든 것이다. 이후 돼지 갈비뼈에 목살이나 앞다릿살, 뒷다릿살등을 붙여 가공하는 돼지갈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갈비는 진짜 갈비라기보다 간장 양념을 해서 숯불에 굽는 돼지고기라고 해야 맞다. 사람들은 이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대법원의 판결로 살점이 붙은 갈비뼈에 다른 부위의 살을 붙여서 내는 것도 갈비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런 우여곡절이 국민 외식인 돼지갈비의 역사에 서려 있는 것이다.

과거 돼지갈비는 폭을 좁게 잘라 1~2대 단위로 팔았다. 이후 200~300g 정도를 1인분으로 하는 ‘인분 계량 시대’가 등장하면서 없어졌다. 최근에는 100g당 가격까지 명시하도록 하는 법이 생겨 더 엄격해졌다. 돼지갈비는 삼겹살보다 먼저 대히트를 친 외식이다. 그러나 삼겹살보다 굽기 불편하고 연기가 많이 나는 데다 가공에 손이 많이 가는 탓에 고깃집에서 기피하는 메뉴가 되었다. 잔반 대신 사료만 먹여 깨끗한 맛이 나는 새 시대의 삼겹살은 양념없이 굽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업주들에게도 환영받았다. 전문 고깃집이 아니어도 언제든 탁상용 가스버너만 설치하면 고기를 구울 수 있으니 쉽게 매상을 올리는 데도 한몫해서 인기였다. 이런 이유로 돼지갈비는 점차 삼겹살에 밀려났다.

이런 역사에도 돼지갈비는 서울의 1960~1980년대를 풍미하던 최고의 외식이었다. 각 지역마다 많은 돼지갈빗집이 성업하기 시작했다. 이런 서울의 돼지갈비 역사는 매우 급격했고, 이제 다른 수많은 외식 아이템과 경쟁하며 옛 모습을 지켜가기 위해 싸우고 있다.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서울에서 돼지갈비 즐기기

연탄부터 숯불까지 골라 먹는

취향 저격 돼지갈비 #TMI



원조 숯불갈비, 서대문원조통술집




진짜 생갈비, 목동 안동돼지갈비

진짜 생갈비, 목동 안동돼지갈비


올리브TV <수요미식회>에서 극찬한 곳. 돼지고기는 최상급 갈비만 전속 계약으로 공급받아 다른 부위를 사용하지 않은 진짜 돼지갈비를 만날 수 있다.기본으로 제공하는 김치부터 밑반찬까지 깔끔한 손 맛이 일품이다. 양념 없이 담백한 소금구이로 즐기는 생돼지갈비로 시작해 양념 돼지갈비, 돼지 껍데기로 마무리하자.

주소 양천구 목동중앙북로7가길 43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일요일 휴무)
문의 02-2647-8886




연탄불에 지글지글, 을지로 경상도집

연탄불에 지글지글, 을지로 경상도집

포장마차의 옛 감성을 그대로 즐길 수 있으며,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 방문하면 딱 좋은 연탄구이 돼지갈비 명소. 주문과 즉시 양념에 잘 재운 돼지갈비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운 후 접시에 담아낸다. 이곳에서는 고기를 쌈장이 아닌 초장에 찍어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소 주문은 2인분부터 가능하며, 현금만 가능하니 두둑한 지갑은 필수.

주소 중구 을지로39길 29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문의 02-2265-4714




찾았다! 서울 돼지갈비 맛집



마포구 돼지갈빗집
마포진짜원조최대포 양념 돼지갈비의 시초 - 마포구 마포대로 112-4
조박집 변치 않는 달달하고 짭조름한 - 마포구 토정로37길 3
성산왕갈비 왕갈빗대 그대로 - 마포구 월드컵북로 233 성산시영아파트 상가


성수동 갈비골목
대성갈비 성수동 갈비골목 중 최강자 - 성동구 서울숲4길 27
늘봄숯불갈비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맛이 일품 - 성동구 왕십리로5길 12
부영갈비 한 상 가득한 밑반찬과 양념갈비 - 성동구 왕십리로5길 14-1


돼지갈비 무한 리필
명륜진사갈비 숙성 돼지갈비 무한 제공, 1인 1만3500원 - 1566-3894(체인점 운영)
북촌삼대갈비 돼지갈비 먹고 닭갈비 먹고, 1인 1만3500원 - 1588-0816(체인점 운영)


떠오르는 샛별
쌍룡갈비 돼지갈비와 돼지 꼬리구이 - 강남구 선릉로86길 16-5
담은갈비 깔끔하고 정갈한 돼지갈비 - 송파구 삼전로 93
포도식당 초벌구이해주는 두툼한 돼지갈비 - 강남구 논현로167길 13


박찬일취재 김시웅사진 장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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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일등 국민 외식, 돼지갈비 한판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9-10-04
관리번호 D000003834273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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