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맞춤 구두를 가지고 싶다면 성수동 수제화 거리로 가자. 디자인부터 제조, 판매, 유통까지 구두와 관련한 업체가 모두 모인 성수동은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화 산업 지역이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중심으로 밀집한 500여 개 업체가 거대한 원스톱 시스템을 이루며 발 모양과 취향에 딱 맞는 구두를 만들어낸다. 한국 수제화 산업이 성수동에서 꽃피우게 된 기원은 한국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염천교 일대에서 태동한 수제화 산업은 1970년대에 명동의 ‘살롱화 시대’로 이어지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짜장면 가격이 50원이던 당시 수제화는 1만원이 넘는 고급 상품이었다. 최신 유행을 선도하던 명동의 수제화 산업은 1990년대 외환 위기를 맞으며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했고, 땅값이 저렴한 성수동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공장과 구두 관련 부자재 공방, 상점이 대거 이동하면서 수제화 제조업체의 70%가 모인,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화 산업 지역이 된 것이다.
국내 수제화 제조업체의 70%가 있다는 건 열정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도 그만큼 많다는 뜻. 40년 경력의 장인들을 주축으로 각 부분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탄생시킨 수제화는 성수동만의 개성 있고 세련된 멋을 자랑한다. 서울시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는 곳 중 하나인 덕분에 갤러리, 카페, 구두 테마 공원 등 즐길 거리가 많다는 점도 특별하다. 수제화의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성수동에서 오직 나만을 위한 구두가 탄생하는 과정을 알아보자.

① 디자인

성수동의 수제화업체 가운데 100여 개가 구두를 디자인한다. 손님의 요구에 따라 실측 이후에 디자인하기도 한다

② 실측

발의 길이와 발등의 높이,전체적인 모양을 측정한다.이때 발의 건강 상태와 걷는 자세의 교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③ 제조

실측 결과를 바탕으로 소재와 부자재를 선정한다. 그 다음에 밑바닥인 저부,발목을 둘러싸는 갑피를 만들고 연결한다.

④ 완성

숙련된 장인의 경우 보통 1~2주 내에 제품을 완성한다. 복잡한 공정이 요구되면 한 달 정도의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⑤ 전달

매장을 방문해 완성된 제품을 신어본 뒤인수하거나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실측 자료가 남기 때문에 다시 주문할 때 편리하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 지도

1 슈스팟 성수 2 from SS 수제화 3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 4 구두 테마 공원 5 벽화 거리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산증인 정영수(오른쪽) 명장과 최지연 디자이너가 정 명장의 공방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우리 고유의 색을 디자인에 접목해 성수동만의 개성 있는 구두를 만들려고 합니다.
구성원 모두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개개인에 최적화한 구두를 만들겠습니다.”

‘수제화 명장’ 2호인 정영수 씨와 신진 디자이너 최지연 씨가 만났다. 정 명장은 1980년부터 40여 년간 수제화 외길을 걸어온 장인이고 최 디자이너는 성수동에 들어온 지 2년째에 접어든 새내기. 성수동의 오늘을 일궈낸 주역과 미래를 일궈낼 주역의 대화에서는 국내 수제화 산업의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과 열정이 묻어났다. 어릴 적부터 구두가 마냥 좋아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최 디 자이너는 “한국의 대표적 이미지인 한복, 궁궐 등의 모양과 형태를 구두 디자인에 접목하고 싶다”며, “우리 고유의 색과 모양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1인 맞춤 구두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면 성수동 수제화 거리가 더욱 사랑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명장은 성수동 수제화 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공감하는 한편, 이제 막 전문가의 길에 들어선 최 디자이너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조언을 전했다. 정 명장은 “최근 성수동 수제화 거리가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일찍 꽃피우려 하기보다는 뿌리내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하는 이가 많아질수록 성수동을 방문하는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방에서 함께 수제화 제작 과정을 시연한 정 명장과 최 디자이너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신구 세대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개개인에 최적화한 성수동만의 구두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셀럽의 수제화가 전시된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 내부

패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셀럽도 성수동 수제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셀럽 6인이 참여하는 ‘성수동 수제화 신기 릴레이’를 2018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것.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를 시작으로 배우 조태관, 손은서, 손호준, 가수 에릭남, 배우 이재윤이 차례로 수제화 거리를 방문했다. 이들은 수제화 한 켤레를 만들기 위해 구두 장인이 쏟는 노력과 정성에 감탄하며 성수동 수제화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특히 실측과 디자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이름을 딴 수제화를 각각 세 켤레씩 제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셀럽의 참여와 장인의 손길이 만나 완성된 수제화 중 한 켤레는 셀럽이 소장하고 한 켤레는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에 전시됐으며, 나머지 한 켤레는 기부 행사를 통해 판매됐다. 판매금은 발달장애인의 특수 수제화 제작 비용으로 전액 사용돼 의미를 더했다. 세계적 기술과 디자인 경쟁력을 고스란히 담은 6인 6색의셀럽 수제화가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보다 널리 알리게 되길 기대한다.

가수 유노윤호

배우 조태관

배우 손은서

배우 손호준

가수 에릭남

배우 이재윤

글 김규보사진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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