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

[서울 산책] 한마음으로 뭉친 이들과 마주한 깜짝 북한산, 반짝 서울!

문서 본문

화려한 도심 속에 자리한 웅장한 바위산인 북한산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 장소로 꼽힌다.
이달엔 하이킹 아티스트 김강은 씨와 서울을 대표하는 명산, 북한산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비경을 품은 이곳에서 클린 하이커스로 활동 중인
서울시민과 함께 떠난 깨끗한 산행 이야기를 시작한다.

북한산 영봉에서 만든 정크 아트. 깨끗한 서울을 꿈꾸는 마음을 담았다.

북한산 영봉 코스

코스 정보 백운탐방지원센터-하루재-영봉-원점 회귀
거리 약 2km(왕복)
예상 소요 시간 일반 등산 약 2시간, 클린 하이킹 약 4시간(정크 아트 시간 포함)
난이도 중급 ★★★

서울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울러’의 장점은 무엇일까. 대도시라는 점과 그에 따르는 인프라? 혹은 아름다운 한강과 야경? 글쎄, 의외의 매력으로 나는 ‘산’을 꼽고 싶다. 지도를 살펴보면 서울엔 생각보다 많은 산이 있다. 서울 중심에는 MZ세대의 핫 플레이스인 인왕산, 인왕산의 자매 산인 도심 속 공원 서대문구 안산과 남산이 있다. 서울 북부에는 불암산·수락산·도봉산 등 선이 굵직한 산이 버티고 있고, 한강 남쪽으로는 옛 서울의 요새인 관악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산이 서울을 감싸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곳은 단연 북한산! 도봉산과 사패산을 모두 포함해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북한산은 화려한 도심 곁에 위치한 웅장한 바위산으로, 이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경우라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 서울에 놀러 온다면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서울둘레길에 이어 이번 달 친환경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산. 둘레길이 힐링의 길이라면, 산은 조금 더 신나는 모험의 길이랄까. 서울에 산다는 것은 멀리 가지 않아도 언제든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산으로 두근두근 설레는 모험을 떠나보기로 한다.

클린 하이커스와 함께 찾은 북한산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클린 하이커스와 함께다. 클린 하이커스는 자연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키는 문화를 만들고자 결성한 그룹이다. 윤다솔·이정훈 씨, 그리고 나까지 세 사람이 오늘 북한산을 지킬 클린 하이커스다.

어떤 산이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럿이다. 게다가 북한산은 정상 외에도 봉우리가 많아 거미줄처럼 펼쳐진 코스가 무려 100개가 넘는다. 오늘의 친환경 서울 여행 코스는 ‘북한산 영봉’. 영봉은 북한산의 암벽등반 명소인 인수봉을 가장 전면에서 조망할 수 있는 봉우리다. 곳곳에 북한산 등반 도중 숨진 산악인들을 추모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어 ‘산악인의 영혼의 안식처’라는 뜻으로 영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한산을 수십 차례 방문했지만 정상 백운대로 가기 바빠 매번 지나치던 곳, 영봉에 가기 위해 오늘은 정상을 포기하기로 했다. 덕분에 늘 오던 북한산인데도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수년간 다녀본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국립공원은 깨끗한 편이기에 ‘쓰레기가 없으면 어쩌지?’라는 엉뚱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초반부 임도의 울타리 너머 곳곳에 널브러진 검은 쓰레기 봉투들이 눈에 들어왔다. 막걸리병과 일회용 도시락, 심지어 성인용품까지 눈에 띄어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담배꽁초와 라이터, 페트병, 우산, 폐현수막, 불 피운 흔적 등 깨끗해 보이는 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백운탐방지원센터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됐다. 국립공원답게 잘 정비된 돌길이다. 포근한 봄 날씨 덕에 한결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등산로에 쓰레기는 적은 편이지만 쉼터에는 어김없이 귤껍질과 과자 봉지가 버려져 있었다. 앞만 보고 갈 때는 꽤 힘겨운 오르막 코스였는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쓰레기를 줍다 보니 숨가쁠 틈이 없었다. 미세먼지도 잊힐 만큼 상쾌해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바위틈에 굳건히 뿌리내린 소나무 너머로 거대한 인수봉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다. 반대편으로는 도봉산, 수락산과 강북 시내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두 발로 딛고 서서 서울의 화려한 빌딩 숲과 바위산이 공존하는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서울과 아찔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등산로 초입, 사람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에는 유독 쓰레기가 많다.

북한산 영봉. 이곳에서는 북한산을 대표하는 인수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늘의 클린 하이킹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남겼다.

우리가 바라는 북한산의 모습을 만들다

꽤 많은 양의 쓰레기를 영봉의 넓은 터에 펼쳤다. 주운 쓰레기로 정크 아트를 완성할 차례! 세 사람의 재미난 아이디어가 오고 가다가 ‘우리가 바라는 북한산의 모습’을 그려보기로 했다. 각종 쓰레기를 모아 북한산의 상징인 인수봉을 만들었다. 다솔 씨의 야무진 솜씨로 소주병에 초록색 양파 망을 꽂아 봄에 피어나는 새싹을 표현했다. 파란 비닐을 오려 반짝거리는 빛을 완성하고, 귤껍질과 과자 봉지를 모아 한글로 ‘반짝 서울’이라고 썼다. 우리가 지켜 반짝반짝 빛나는, 앞으로도 계속 반짝거릴 서울을 표현했다. 어느새 정크 아트 작품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쓰레기를 집에서 가져온 거예요?” “이게 다 북한산 오르며 직접 주운 쓰레기예요!” “어머나 세상에! 도대체 왜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거야?” “멋진 작품이 탄생했네요! 저도 버리지 않고 줍도록 노력할게요.” 영봉이 마치 전시장이 된 듯했다. 많은 이가 쓰레기 작품 앞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공감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처럼 화를 내기도 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보여주어 공감하도록 만드는 점이 정크 아트의 최대 장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두 손은 무겁지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했다. 직접 주운 쓰레기는 5kg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세상에 전한 것 같다. 누군가는 “봉사하느라 애쓴다”고 하지만 한 번만 해보면 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반짝이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클린 하이커스와 함께 북한산 영봉으로 떠난 여정은 가슴 설레는 모험과 같았다.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오묘한 풍경과 조우한 시간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내 삶까지 조금 더 사랑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서울러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혼자여도 좋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봉투와 집게를 들고 서울러로서 특혜를 누리며 서울을 더욱 반짝이도록 만들어보길 바란다.

클린 인터뷰

클린 하이커 두 사람을 만났다. 밝고 통통 튀는 에너지를 지닌 윤다솔 씨와
조용하면서 선한 이미지의 이정훈 씨다.
우연인 듯 필연처럼 사회복지사로 활동 중인, 선한 세상을 꿈꾸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정훈

클린 하이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윤다솔 저는 지난해부터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어요. 관련 모임에도 가입했죠.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이어오게 됐고요. 클린 하이킹을 해보니 단순한 등산이 아닌, 쓰레기를 주우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이정훈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뜻한다”라는 말씀을 늘 마음속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욕심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사려고 노력하죠. 이미 비슷한 물건이 있다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기도 하고요. 그 일환으로 클린 하이킹도 시작했죠.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아끼고 사랑하며 살고, 덜 쓰고 덜 버리도록 신경 씁니다.

윤다솔

여러분이 평소 실천하는 친환경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정훈 자연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동물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기도 합니다. 서울 어느 곳을 가던 고양이 급식소가 눈에 띄는 곳이 많은데요, 동물을 사랑한다면 길고양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변의 쓰레기를 줍거나 정리하는 방법도 추천해요.
윤다솔 배낭에 개인 텀블러와 손수건, 그리고 플로깅용 집게, 봉투를 가지고 다녀요.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일 뿐 아니라 쓰레기가 많은 곳에서는 간간이 플로깅도 하면서 가볍고 쉽게 친환경 서울 여행을 할 수 있어 좋아요. 평소에도 자주 하는데, 혼자보다는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하는 것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 같아요.

김강은의 북한산 추천 코스 3

① 북한산 백운대 코스 : 백운탐방지원센터-하루재-백운대

북한산 정상에 닿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 정상부에 밧줄을 잡고 가야 하는 가파른 암릉길이 있으므로 근력이 필요하다. 백운대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면 서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거리 약 2km(편도)
예상 소요 시간 약 1시간 30분
난이도 ★★★★

② 북한산 족두리봉 코스 : 불광역-대호아파트 뒷길-족두리봉

노력을 적게 들이고도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북한산 가성비 코스. 족두리봉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20분 만에 암릉 너머로 펼쳐지는 시티 뷰를 감상할 수 있다. 향로봉까지 연계해 산행이 가능하다.

거리 1km(편도)
예상 소요 시간 약 1시간
난이도 ★★★

③ 북한산 숨은벽능선 코스 : 밤골매표소-숨은벽능선-숨은벽전망터-원점 회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숨어 있는 ‘숨은벽 능선’을 하이킹하는 코스. 바위산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암릉 길이지만 광활한 풍경은 감동적이다. 곳곳이 인생 사진 포인트!

거리 약 3km(편도)
예상 소요 시간 약 1시간 30분
난이도 ★★★

간단한 정크 아트 만들기 팁!

1 나무젓가락이나 빨대 같은 것을 모아 밑그림을 대략 그린다.
2 밑그림을 따라 쓰레기를 채운다. 이때 테두리부터 차근차근 모자이크를 채우듯 빈틈없이 정렬하면 더 뚜렷한 정크 아트가 나온다.
3 모양을 만들기 쉬운 재질, 튀는 색 쓰레기로 표정이나 글씨까지 더해주면 완성!
4 정크 아트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자! 사진과 이야기를 SNS에 공유하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준비물: 쓰레기를 만져야 하기 때문에 장갑은 필수! 쓰레기를 펼쳐 놓을 작은 돗자리와 가위를 챙기면 유용하다.

<서울사랑> 정크 아트 이벤트

서울둘레길을 비롯해 서울 곳곳을 걸으며 주운 쓰레기로 정크 아트를 만들어보세요.
인증 샷을 찍어 SNS에 #서울사랑 #친환경서울 해시태그와 함께 3월 20일까지 응모하면
당첨자를 선정해 <서울을 색칠하자> 컬러링 북과 AR 엽서를 드립니다.

김강은
두 발로 자연 속을 걷고 그곳에서 만난 풍경을 그림으로 담는 길 여행 마니아.
자칭 타칭 하이킹 아티스트로 통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번 걸은 후 책 <아홉수 까미노>를 출간했다.
자연에서 받은 만큼 베풀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대표적으로는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 하이킹’,
직접 주운 쓰레기로 이미지를 만들어 환경 메시지를 전하는 ‘정크 아트 프로젝트’ 등이 있다.

김강은 편집 제민주 사진 이해리

문서 정보

[서울 산책] 한마음으로 뭉친 이들과 마주한 깜짝 북한산, 반짝 서울!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22-03-02
관리번호 D0000044877540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