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작년, 서울청년센터에서 운영하는 ‘오랑’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때, 한 발짝 떼기도 쉽지 않을 때, 오랑은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공간이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만남과 대면접촉이 어려웠던 기간 동안에도 오랑은 멈추지 않고 청년들을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필자의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은평오랑의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줌(Zoom) 화상 또는 유튜브로 제공되는 오랑의 프로그램에 어떻게 참여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후기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오랑은 단순한 구직지원센터가 아니다. 그래서 더 유용하다. 보다 넓은 의미의 도움, 청년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종합적인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1:1 대화상담 프로그램인 상담오랑 ‘토닥토닥’이다. 분기와 상관없이 상시운영중인 상담오랑은 어디에 무슨 도움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상담’이라는 말에 심리상담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경제적 지원, 취업정보, 창업정보 등 실생활에 직결된 여러 분야를 모두 다룬다.

매니저와의 대화를 통해 막연하기만 했던 불안감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필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처음에는 ‘마음건강’ 상담을 받아보고자 ‘상담오랑’을 이용해봤다.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상담이 이루어지는 방식도 자유롭다. 바쁜 청년들이 짬짬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코로나19 상황만 완화되면 대면상담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오랑에서 운영하는 적지 않은 프로그램이 부득이하게 온라인으로 제공되었다. 하지만 각종 SNS 사용에 익숙한 청년들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진 않았다. 오히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시간적 한계까지 없다는 점에서 오랑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예를 들어 ‘두시티톡’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모여 티타임을 가지며 청년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9월 줌 화상으로 진행했는데, 안전하고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물리적 공간을 뛰어 넘은 만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매우 편리했다.

‘두시티톡’, ‘저자와의 만남 토크쇼’ 등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줌을 통해 제공되었다. 휴대전화에 앱만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최근에는 주말마다 친구들과도 줌으로 만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달라진 사회모습에도 소통을 유지하는 법을 익혔다.

유튜브도 빼놓을 수 없다. 실시간 스트리밍은 물론 채팅, 녹화방송 등 다양한 형태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은평오랑은 유튜브 채널에 ‘겨울맞이 방한마스크 만들기’ 영상을 업로드해 나만의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손이 느리면 느린 대로, 동영상을 일시정지 해 놓고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온라인 수업,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한 학습과 소통에 익숙한 청년층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의 종류도, 방법도 다양해서 바깥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의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청년 지원 프로그램들을 누릴 수 있다.

오랑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무료다.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많아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청년들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미건조한 취업지원이나 능력개발 지원제도를 넘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일상에 쫓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 할 여유를 안겨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원제한이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참여자를 선착순으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점도 공정하게 여겨졌다. 뒤늦게 정보를 알게 되었더라도 누구에게나 참여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추첨제로 참여자를 선정한다. 프로그램 등에 한 번 참여한 사람도 다음 참여 기회를 박탈하지 않는다. 최대한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되,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청년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돌아간다.

오랑에서 청년들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을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청년매니저들 덕분이다. 과거의 많은 청년지원제도가 탁상공론 수준에 머물러 현실과 거리감이 느껴졌던 데에 반해, 청년이 관리자로서 직접 참여하는 오랑은 보다 생생하고 유용하다.

청년을 위한 공간 오랑은 일방적 수혜가 아닌 쌍방향적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청년이 주체가 되다보니 진입장벽도 높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언제든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지역별 오랑센터가 차근차근 다시 개방 중이다. 개인 위생 및 방역수칙만 철저히 지킨다면 오랑을 즐기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어떤 청년들을 만나 교류하게 될지 기대된다. 더 많은 청년들이 오랑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