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역사를 걷는 기분? 한강 최고령 다리를 걷다

문서 본문

제1한강교 한강대교와 한강철교

서른 개가 넘는 한강의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은 어떤 다리일까? 자전거를 타고 한강 위 다리들을 건너갈 때마다 문득 궁금해지고는 했다. 밀린 책읽기를 하러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서울시가 편찬한 <한강의 어제와 오늘>을 보고 비로소 궁금증이 풀렸다. 겨울의 적요하기만한 강변풍경은 한강 철교를 달려가는 철마의 거친 숨소리로 활기를 띈다.

한강에 놓인 첫 다리인 제1한강교 한강대교와 한강철교에 다다랐다. 한강공원에서 다리 위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작은 엘리베이터가 있어 좋은 한강대교는 용산구 이촌동에서 동작구 본동을 잇는 교량으로 한강에 놓인 최초의 인도교(人道橋)다.

사실, 한강에 최초로 놓인 다리는 한강대교가 아닌 그 옆의 한강철교다. 안타깝게도 이 철교의 탄생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강화도조약으로 개항된 인천과 서울을 한시라도 빨리 연결시키려 했던 제국주의 열강들의 조선 침탈 목적이 앞섰기 때문이다. 1900년 7월 철도만 다닐 수 있는 한강철교가 가설됐고, 최초의 인도교는 조선총독부가 1916년 3월에 착공하여 1917년 10월에 준공했다. 이 교량은 현재 제1한강교인 한강대교의 전신으로, 드디어 배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한강을 건너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옛한강ⓒ한강의 어제와 오늘

한강대교는 서울에서 남쪽방면의 노량진으로 통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 할 수 있다. 한강철교를 만들고 남은 자재를 이용해 만든 터라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설상가상 악명 높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일부분이 유실되었다가 다시 확장 보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3일 뒤인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30분, 북한의 남하를 막고자 한강철교와 함께 아무런 예고도 없이 폭파시키는 바람에 당시 다리를 건너던 수백 명의 피난민이 그 자리에서 폭사하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1957년 1년여의 복구공사 끝이 다시 준공된 한강대교는 1984년 한강종합개발사업에 따라 제1한강교에서 한강대교로 개칭되었다. 한강대교는 수도서울의 관문이며 우리 민족과 희비애락을 함께 해온 역사의 증인으로, 2006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생명의 전화

이토록 애환 많은 한강대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야간 조명을 밝히며 대표적인 나들이 명소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살 명소로도 악명이 높았다니 아이러니할 뿐이다. 당시에는 일촌대기(一寸待己)라 하여 ‘잠깐만 참으시오’라는 팻말을 세워 놓았다는데, 오늘날에도 자살방지를 위한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어 그 오명이 이어지는 듯해 씁쓸할 따름이다.

옛 한강ⓒ한강의 어제와 오늘

한강대교는 노들섬이라는 작은 섬을 품고 있다. 예전 이름은 중지도(中之島)였으나 1995년 일본식 지명 개선사업에 따라 노들섬으로 개칭되었다. 원래 노들섬은 섬이 아니었다. 용산 쪽에 붙어있는 넓은 모래밭 혹은 백사장이었으나 1917년 일제강점기 철제 인도교(현재 한강대교)를 놓으면서 모래 언덕에 석축을 쌓아 올려 인공섬을 만들고 중지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60년대까지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아름다운 모래섬이었다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이 적던 갈수기에는 섬 남쪽으로만 강물이 흐르고 북단 용산 강변까지는 하얗게 모래밭이 이어졌는데, 조선시대에는 그 규모가 여의도보다 컸다고 전해온다. 내 아버지가 술회한 기억에도 피서철 한강의 백사장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노들섬의 백사장은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름에는 피서지와 낚시터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시민들이 애용하는 장소였으나 1968년에 시작된 한강개발계획 중 강변북로 건설 자재로 이곳 모래가 쓰이면서 넓은 백사장은 사라지게 됐다. 섬이 한강에 완전히 둘러싸이게 되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게 되었다.

현재는 시민들을 위한 임시 텃밭이 조성돼있으며, 최근 시민·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개발 구상 공모 결과 2018년엔 숲, 상업시설이 조성되고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기지로 변모한단다. 섬을 옥죄는 거대한 콘크리트 둔치 등이 없어지고 사라진 하얀 모래가 되돌아오는 노들섬의 아름다운 부활을 꿈꿔본다.

한강카페, 이원등상사동상

다리 위 섬 중앙에 낙하산 장비를 둘러멘 군인 동상이 눈길을 끌었다. 안내문을 보니 1966년 공수 훈련 당시 동료의 고장 난 낙하산을 펴 주고 추락사한 이원등 상사의 동상이다.

한강대교 위 찻길 양편에 자리한 작은 쉼터인 노들카페에 들렀다. 한강공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이어져 있어 자전거 여행자에게 더없이 좋은 쉼터다. 다리 위 작은 공간에 마련한 카페와 쉼터지만 찾아온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다. 한강 다리 위의 카페들 덕분에 삭막한 콘크리트 통행로에 지나지 않았던 한강 다리 건너기가 한결 좋아졌다.

○ 운영시간 : 일~목요일 : 오전 10시~밤 12시 / 금·토요일 : 오전 10시~새벽 1시
○ 노들 견우카페 : 02-796-2003, 노들 직녀카페 : 02-790-0520

문서 정보

역사를 걷는 기분? 한강 최고령 다리를 걷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김종성 생산일 2016-03-11
관리번호 D0000025487545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