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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없는 집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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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서울 불광동 소풍 셰어하우스에서 열린 `주말엔 반찬을 함께 만들자` 모임 참가자들

지난 9월 19일 서울 불광동 소풍 셰어하우스에서 열린 `주말엔 반찬을 함께 만들자` 모임 참가자들

‘저랑 밥 한 끼 할래요?’ 타인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할 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그렇다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요리를 하고 밥 한 끼를 같이 먹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지난 9월 19일 서울 불광동 소풍 셰어하우스에서 열린 ‘주말엔 반찬을 함께 만들자’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모임이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어쩌면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밥 한 끼’의 힘을 알아본다.

대학 시절의 일이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서는데 나보다 서너 살 쯤 위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오늘 혼자 밥 먹기 너무 싫어서 그런데 우리 집에서 같이 밥 먹을래요?” 당황스러웠지만 어쩐지 ‘혼자 밥 먹기 싫어서’란 말에 의심이 들진 않았다.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의 집을 방문한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뒤늦게 학교에 다시 온’ 사연을 들으며 그가 만들어준 김치찌개를 맛나게 먹었다. 오래전 낯선 이와 나눴던 밥 한 끼의 기억이 떠오른 건 최근 특별한 행사에 참석하고서다.

`주말엔 반찬을 함께 만들자` 모임 참가자들

사먹는 밥이 지겨운 사람들, 함께 음식을 만들다

최근 ‘집밥 신드롬’이 뜨겁다. 음식과 요리가 TV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집밥 신드롬은 오히려 ‘집밥 없는 시대’의 역설이다. 매일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집밥’은 신드롬이 아니다. 회사가 아닌 집에서 밥을 먹고 싶다는 절절한 호소이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바람이다.

‘주말엔 반찬을 함께 만들자’의 행사 취지는 간단하다. 사먹는 밥이 지겹고, 반찬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집 반찬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만들자는 것이다. 이 행사는 최근 유행한다는 ‘소셜 다이닝’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소셜 다이닝이 단순히 모르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것이라면, 이번 모임은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번 행사에는 15명이 참석했고, 요리를 가르쳐 줄 2명의 어머니들이 함께했다. 반찬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 선생님 또한 전문 요리강사가 아닌 평범한 주부들이었다. 선생님보다는 엄마의 느낌이 더 강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아요. 밥도 잘 못 먹고 일만 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도는 낮아요. 경제력은 높아졌는지 모르겠지만, 결핍 역시 많아진 거죠. 이런 세대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어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어요.” 이번 행사에 참가해 요리법을 알려준 채성희 어머니의 말이다.

음식은 `소통`이다

행사에 참석한 A씨는 건설업에 종사한다. 그는 평일 하루 세 끼를 회사에서 해결한다. 밤 11시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출근하면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김밥을 먹고, 점심·저녁은 회사 동료들과 해결한다. A씨가 밥에 관한 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회사와 가까운 식당에서 무난한 메뉴를 골라 정해진 시간 내에 먹는다. 식사는 보통 15분 안에 끝난다. 그는 “쇠고기 대신 계란프라이를 먹더라도 집에서 미드(미국 드라마) 보면서 눈치 안 보고 편안하게 먹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 B씨 역시 대부분의 끼니를 외식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간혹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있지만, 직접 해먹기 보다는 인스턴트식품을 애용한다. 이들은 한 결 같이 ‘먹는다’는 표현 대신 ‘때운다’는 말을 썼다.

음식은 ‘소통’이다

이번 행사의 메뉴는 잡채, 청양고추 메추리알 조림, 깻잎김치였다. 화려하기보다 소박한 ‘집반찬’들이다. 식재료들은 모두 유기농 혹은 친환경 제품이다. 염도와 당도도 고려해 만들다보니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다.

참석자들 역시 대부분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선생님들의 화려한 칼솜씨에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고, 식재료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식재료가 요리로 변화하는 과정을 온 몸으로 체험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처음에는 서먹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주방에는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예전 시골의 동네잔치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분위기가 최고조로 올랐을 때는 물론 시식할 때였다.

주말엔 반찬을 함께 만들자

요리를 가르쳐준 한미희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요리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서 사람들과 함께 요리를 해보니 ‘요리가 정말 즐거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식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봐요. ‘젊은 세대들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 적이 또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요리하고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러질 못했네요.”

사회의 문화권을 나눌 때 몇 가지 기준들이 있다. 음식문화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실로 음식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식재료의 이동 경로를 알면 역사가 보이고, 주재료는 기후적인 특성을 알려준다. 요리법에서 민족성과 문화가 드러나니, 하나의 상차림이 시사하는 바는 실로 크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을 ‘식구(食口)’라고 불러왔는지 모르겠다. 음식은 그들의 사연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단서인 셈이다. 음식 하나로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이번 행사가 전한 맛의 메시지다.

■ 엄마표 집밥 레시피

엄마표 집밥

○ 향긋 깻잎김치
- 재료(2인기준) : 깻잎 40장, 파(5cm), 마늘 1쪽, 깨 한 스푼, 고춧가루 한 스푼, 생강즙 1/5 스푼, 설탕 1/3스푼, 간장 2스푼, 멸치액젓 1스푼. (청이 있다면 설탕 대신 사용 가능함)
- 만드는 법
(1) 깻잎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마늘과 파를 곱게 다진 후
(3) 다진 마늘과 파를 간장과 액젓을 넣고 고춧가루, 깨를 넣고 고루 섞는다.
(4) 깻잎의 물기를 털고 5장씩 묶어 바닥에 깔고 양념장을 골고루 잘 바른다.
(5) 켜켜이 쌓고 상온에서 하루 정도 보관 후 먹는다.

○ 엄마표 잡채
- 재료(2인기준) : 당면 40g, 돼지고기(or 쇠고기) 60g, 건표고버섯 4개, 양파(중간 크기, 300g)1/4개. 당근(중간크기) 1/4개. 시금치 1/3단, 대파(흰 부분, 4cm) 2토막, 깐마늘 4쪽, 소금(최후의 간잽이). 설탕 2스푼, 간장 4스푼, 식용유 반컵, 깨소금 1스푼, 검은 후춧가루 1/4스푼, 참기름 1스푼.
- 만드는 법
(1) 물 5컵을 담고 끓으면 소금을 넣고 시금치를 데친다.
(2) 표고와 당면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불린다.
(3) 파와 마늘은 다진다.
(4) 채소와 고기는 손질해 채를 썬다.
(5) 불린 당면은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헹구고 건져서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6) 간장, 설탕, 다진 파, 마늘, 깨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양념장의 2/3는 당면에 쓰고
(7) 나머지는 고기와 표고를 양념한다.
(8) 양파, 당근, 표고, 고기, 당면을 차례대로 각각 볶는다.
(9) 당면에 채소를 넣고 간장으로 색을 내고 설탕, 소금, 깨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접시에 담는다.

○ 청양 메추리알 조림
- 재료(2인기준) : 메추리알 20알, 청양고추 1개, 다시마(7×7cm), 마른표고 1개, 국물멸치 2개, 마늘 2쪽, 대파(5cm), 간장 200㎖, 설탕 2스푼, 참기름 1스푼, 쌀조청 1과 1/2 스푼. 소금(최후의 간잽이)
- 만드는 법
(1) 물에 메추리알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을 넣고 삶는다.
(2) 끓으면 찬물에 헹구어 냄비뚜껑을 닫고 흔들어 껍질을 깬 후 깐다.
(3) 물 2컵에 다시마, 마른표고, 멸치, 마늘, 대파를 넣고 육수를 만든다.
(4) 간장에 육수를 붓고 메추리알을 넣고 간장물이 스며들도록 졸인다.(간장을 수시로 끼얹는다)
(5) 청양고추를 넣고 뒤적여준 후 불을 끈다.

출처_서울식품안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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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없는 집밥의 시대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서울식품안전뉴스 생산일 2015-11-06
관리번호 D0000024135341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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