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고백하면 비밀의 노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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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뉴시스

적에게 알려서 안 될 일은 친구에게도 알리지 말라.
비밀을 지키면 비밀의 주인이 되지만 비밀을 고백하면 비밀의 노예가 된다.
평화의 열매는 침묵의 나무에서 열리는 법이다.
--아라비아 격언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86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없다는 것은 나의 말에 남의 말이 더하여 빚어지는 헛소동이 끊이지 않음을 뜻한다.

“쉿! 이건 비밀이야. 꼭 너만 알아야 해!”

어린 날 계집아이들은 얼마나 많이 비밀스런 약속을 속삭였던가. 고백과 폭로의 욕구는 멀쩡한 입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었고, 그것을 공유해 공범을 만들면서 결속을 다지는 일도 흔했다. 친구란 결국 남들이 모르는 나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내 입을 떠나는 순간 너만 알라는 그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고, 비밀을 전한 사람도 비밀을 전해 받은 사람도 비밀의 주인이 아닌 노예가 되어버린다. 노예는 스스로 생각할 수 없고 자기의 의지로 행동하지 못한다. 결국 예정된 파국! 누구의 입에서 나와 어떻게 전달되었는가를 따지는 시시비비는 무리 사이에서 빚어지는 가장 흔한 싸움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비밀 아닌 비밀은 어린아이들끼리의 장난 같은 구설이 어른이 되면 사라지려나 했더니,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게 없다는 사실이다.

불교에서는 입을 화문(禍門)이라고도 부른다. 개구즉착(開口則錯), 입을 여는 순간 진리와 십만 팔천 리는 동떨어지게 됨은 물론이거니와 잘못 벙긋거리다 보면 모든 재앙과 액화가 비롯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입이 먹는 용도로만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 할 말은 마땅히 해야 할 테지만,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반드시 소용이 없는 헛된 말이 섞여 나오고 때론 말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말이 많아서도 문제지만 해야 할 말을 가리지 못하는 것도 큰일이다. 평생토록 시시비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볼테르 왈, 사람들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고 했다. 실로 악의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다만 할 말이 없어서, 말거리가 궁하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섬기다가 실언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며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 남의 말을 하게 된다.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 세상 구경 중에서 제일 재미있고, 남의 흉이나 욕이 이야깃거리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건 교활하고도 나약한 인간 본성의 발현일까? 남의 이야기라면 결국 품평이거나 폭로, 둘 중 하나이기 십상이다.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면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 않다면 말을 하지 않고도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만 만나는 것이 차선이다.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상태를 넘어서 행동으로 내 삶을 이해시킬 수 있을 때 뜻있다. 그렇게 따로 또 같이 느끼는 평화가 진정으로 값지다. 비밀이 있거나 없거나 변함없이 평화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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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고백하면 비밀의 노예가 된다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23165384 등록일 2021-06-25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별아(소설가) 생산일 2015-08-07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