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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축제가 즐거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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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서울 착한경제(26) 방과후활동을 온 마을이 즐기는 축제와 장터로, 성미산 마을 축제

마을 축제

동네 터줏대감 어르신부터 어린이집 꼬맹이까지 함께 모여 준비하고 참여하고 즐기는 마을 축제가 있다. 전문업체가 준비한 비슷비슷한 여느 지역 축제와 달리, 마을 재간꾼들이 만든 특색있는 축제다. 바로 성미산 마을 축제로, 14년을 이어온 내공 또한 만만찮다. 특히 마을 내 여러 모임에서 준비한 장터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해 더욱 활기가 넘친다.

모두를 위한 축제, 함께 만드는 장터

지난 31일, 성미산마을축제가 열리는 성서초등학교는 들썩들썩 흥이 넘친다. 중앙 무대에선 마을 내 실력자들의 무대가 이어지고, 운동장을 빙 둘러 장터가 펼쳐진다. 먹거리부터 각종 수공예품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고 있었는데, 모두 마을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것들이다. 누구누구 엄마, 아빠가 아닌 김대리, 박선생이 아닌 마을 밴드의 일원으로, 어린이집 학부모로, 마을극단 배우로 끼와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었다.

운동장 한편에는 커다란 고무대야로 만든 공공풀장이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에겐 즐거운 물놀이터가 되어준다. 그 곁으로 아이들의 흐드러진 웃음소리와 함께 손수레가 지나간다.

마을 축제

"리어카를 보면 예전 추억도 되살아나고 아이들도 재미있어할 것 같아 천 원씩 받고 태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성미산마을방과후’라고, 부모들이 협동조합형식으로 만든 방과후학교인데요. 올해 처음 만들다 보니 재정이 많이 부족해, 마을축제에서 이렇게 수익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과후에 참여하는 13가구가 모여 2주 전부터 기획회의를 하고 역할을 나눠 준비했죠.”

성미산마을방과후에서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강호민 씨의 설명이다. 손수레에 아이들을 태우고, 얼린 물과 번데기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아이디어를 낸 것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도 모두 부모들이라니 놀라웠다. '리어카 타세요', '얼음물 사세요' 목청껏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이날 장터의 또 다른 인기 상품은 다름 아닌 추억의 달로나 만들기였다. 진행하는 아이의 손놀림이 제법 익숙해 보인다.

“비결은 그냥 태우지 않도록 조심하는 거죠. 저는 성미산학교 음식 만들기 팀인데, 평소 해보지 않은 음식이라 달고나를 선택했어요. 지난주부터 준비해 참가한 것인데 형들 하는 것 보고 배우기도 하고 계속하니까 잘되기도 하고 그랬어요.”

성미산학교 4학년 최훤 군은 마지막까지 남아 달고나를 만들고 있었다. 주먹밥, 슬러시, 샌드위치 등을 맡은 팀은 이미 철수하고, 달고나 팀만 남은 것이라는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함께라 더욱 즐거운 장터

성미산마을에는 12년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는 물론, 방과후 학교, 공동육아어린이집도 여러 곳 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카페나 밥집, 사회적기업 등 마을기업도 있다. 또한 밴드, 오케스트라, 극단, 책 읽기와 같은 각종 모임도 여럿 있는데, 성미산 마을 주민들은 이처럼 크고 작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축제에 참가한다. ?

‘마을예술창작소 공간 릴라의 손수레가게’ 부스에서 만난 허선희 씨는 마을예술창작소 공간 릴라의 운영지기였다. 다들 업이 아닌 취미 삼아 만드는 것이다 보니 조금씩밖에 준비해오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10년 전부터 동네에서 바느질 수업 같은 걸 해왔거든요. 근데 이번에 공방을 하나 만들었어요. 봄비네 공방이라고, 면생리대하고 광목 이불이나 메밀베개 이런 것을 주로 만들고 있는데, 마침 축제가 열린다길래 참가했습니다.”

봄비 씨는 아기 쿠션, 면 주머니, 메밀베개 등 순면으로 직접 만든 제품도 선보이고 있었다. 또한 면 생리대 만들기나 작은 부엉이장식만들기 체험도 진행하고 있었다.

“평소 이런 천연 제품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을 축제가 있어 이런 과정을 체험하니 너무 좋네요. 이렇게 한번 해보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성미산 마을 주민 조동자 씨는 면생리대 만들기는 처음이라는데, 크게 어렵진 않은 모양이다.

마을 축제

?"원래 뻥튀기 과자를 꾸미는 걸로 애들을 유도하려고 그랬는데 대박 실패하고, 커피는 시장조사를 잘못했어요. 파는 데가 천지예요. 이거 경쟁이 붙어서. 결국은 눈물을 머금고 우리끼리 먹고, 지금 떨이 판매하고 있어요. (웃음)”

도토리방과후학교 운영위원장 안주식 씨는 방과후 학부모들과 함께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에 참가했다고 한다. 장사가 신통치 않아 의기소침해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뜻밖에 즐거워 보인다. 장터를 쭉 둘러보니 대부분 장사가 잘되든 안되든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마을 축제이기 때문일까? 이곳 장터에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간 쌓인 이야기를 나누는 데 보다 더 관심이 있었다.

?"저희는 아마밴드라고, 동네 공동육아어린이집인 우리어린이집 아빠·엄마들로 시작한 밴드입니다. 원래 엄마 멤버도 있었는데, 서로 바쁘다 보니까 시간 나고 품 나는 분들이 모여서 이번 공연을 준비했고요.”

기타를 맡은 안기영 씨는 아마밴드와 함께 해온 지 벌써 7년 정도 되었단다.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마을 축제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결성된 밴드라는데, 그때 그 아이들이 이젠 중학생이 되었다. 부쩍 커버린 아이들만큼 서로의 관계도, 음악에 대한 열정도 깊어졌으리라.

마을 축제

“저희 싱어 아이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아팠어요. 올 초부터 멤버들이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그 아이가 빨리 일어나길 기원하고 있었죠. 아이가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 그 아빠가 본조비의 ‘킵 더 페이스(Keep the faith)’란 곡을 계속 마음속으로 노래하고 있었데요. ‘믿음을 지켜라’라는 의미잖아요. 최근 아이가 일어났는데, 그러면 이번에 복귀하는 시점에서 그 노래를 해보자 해서 오늘 그 곡을 들려드린 겁니다.”

무대 위에서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린다. 어깨춤을 들썩이며 한 명 두 명 무대 주변으로 모여든다. 이쯤 되면 장사는 뒷전, 무대 아래는 어느새 춤판이 벌어졌다. ?'그동안 힘들었지?’, ‘이 정도면 정말 잘 한 거야’, ‘수고했어, 지난 한 해’ 그들의 춤사위엔 따뜻한 한마디 말보다 큰 위로와 격려가 묻어있다.

마을이란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는 공간이 아닐까?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마을 축제. 이러한 축제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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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축제가 즐거운 이유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5-06-19
관리번호 D000002268094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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