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서울마을이야기] 이웃과 한집서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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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직접 임대하여 공유하는 달팽이집 2호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직접 임대하여 공유하는 달팽이집 2호

발 디딜 틈 없는 수도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

서울 집값이 비싸다는 것은 이미 많이 들어서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의 결과, 서울로의 인구집중은 가속화되어 전국 인구의 약 50%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수도권 집중률이다. 한정된 땅에 사람이 몰리니 주택문제가 심각해지고,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2014년 10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가격은 1인당 GDP 대비 17.7배, 아파트는 19.5배로,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높다. 일본 도쿄의 세 배 이상, 다른 주요 도시 중 가장 비싸다는 영국 런던(13.6)에 비해서도 1.3배 이상 높다. 이런 살인적인 집값 외에도 전세 대란, 하우스 푸어 등 집을 둘러싼 여러 사회 문제는 자본주의 논리 안에서 매매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집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즐거운 나의 집을 꿈꿔보라고?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즐거운 나의 집 전시(좌), 2부 `확률가족`의 한 장면(우)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즐거운 나의 집 전시(좌), 2부 `확률가족`의 한 장면(우)

지난해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집은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의 집, 현재 사는 집, 살아 보고 싶은 꿈속의 집이 있다. 이 세 가지가 겹친 집에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것이 불가능한 때는 집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고(故) 정기용 건축가의 글귀로 시작한 이 전시는 집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전시를 기획한 김범상 글린트 대표는 "집을 둘러싼 알 수 없는 미래와 그로 인한 근거 없는 불안에서 벗어나 그 누구와도 다를 자신만의 행복을, 아파트 평면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즐거운 나의 집을 찾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소박한 바람을 펼쳐 놓는다.

그러나 현실은 '살아 보고 싶은 집'과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괴리만 큰 상태다. 특히 청년층에게 주거문제는 거의 '악몽'과도 같다. 역대 최고치의 청년 실업률과 수많은 '장그래'를 낳는 비정규직 고용 속에서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삼포세대)한 데 이어, 내 집 마련, 취업(오포세대), 마침내 꿈과 희망(칠포세대)까지 포기하고 있다.

얼마 전 민달팽이유니온과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가 서울시 11개구 69개 고시원 임대료와 네이버부동산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임대료(2012년 10월 시세 기준)를 비교하여 발표한 2014년 자료에 따르면, 타워팰리스의 평당 임대료가 11만 8,000원인데 비해 고시원의 평당 임대료는 약 15만 2,000원이었다.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방에 청년이 거주하는 셈1)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에 달한다는 응답자가 1인 청년 가구의 58.2%를 차지한다. 방 안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 한 달 동안 번 돈의 3분의 1 이상이 사라지는 셈이다. 공공임대주택도 청년층에게는 아직 문턱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1년 임대주택 거주 가구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청년 1인 가구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청년층은 학교 기숙사, 하숙집, 고시원, 원룸을 전전하며 주거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 이는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팀장이 2014년 9월 17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곳에 살지만, 행복하지 않다'라는 글에서 인용한 제목이다.

이제 대세는 1인 가구… 외로운 '독거'의 시대

1980년에 4.8%에 불과했던 1인 가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는 34.3%에 달했으며,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4인 가족은 20.3%로 떨어졌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이며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은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2013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12.2%를 차지했으나, 2030년에는 24.3%, 2050년에는 37.4%에 이르러, 일본 다음으로 높은 고령화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거기에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낮아지고, 배우자와 이혼 또는 사별하여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노인은 더욱 많아질 게 분명하다.

경제적 부담 덜고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공동주택, 공유주거가 대안

민달팽이협동조합 반상회 현장에서의 입주자들 모습.더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관계망을 만들어가게 된다.

민달팽이협동조합 반상회 현장에서의 입주자들 모습.더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관계망을 만들어가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공동주택, 공유주거다. 개인 공간과 별개로 공동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두고 그곳을 매개 삼아 삶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공유주거' 혹은 '공동주택'은 청년층이든 노년층이든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사회적 고립에서도 벗어나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며,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유주거의 시작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며 노동자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주택 사정이 악화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건축가들이 콜렉티브 하우스(공동체 주택)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최초의 '콜렉티브 하우스'가 스웨덴에 세워진 것이 1935년의 일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콜렉티브 하우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5년 한신대지진 이후다. 지진 피해 지역의 나이 많은 독신인들을 위해 공영 콜렉티브 주택 10단지 341호가 공급된 이래 전국 곳곳에 독신인을 위한 다양한 콜렉티브 하우스가 있어 독신 고령자들의 고독사를 막아준다.

또한 최근 TV 프로그램으로도 제작되었던 '셰어하우스'는 각자 방을 따로 확보하고 거실, 부엌 등의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공유주거 형태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방세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들이던 것에서 비롯된 형태인데, 이제는 세대를 넘어 주거 유형의 한 가지로 자리 잡는 듯하다.

또한 그 외에도 마을 혹은 지역을 바탕으로 공유주거 당사자가 조합을 결성해 직접 주택을 짓거나 임대하여 운영하는 형태도 있다. 이후 사례로 소개할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달팽이집이나 구름정원사람들협동조합의 구름정원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공동주택 혹은 공유주거는 당사자의 필요를 적극 반영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장점은 있으나, 주택과 건축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유주거는 비용의 절감과 쾌적한 주거환경이라는 큰 장점에 더해 '이웃'이라는 안정감과 정서적 만족감도 큰 형태의 주거이다. 개인의 방은 좁더라도 넓은 공동 공간이 있어 사교도 가능하고, 주거공동체로서 함께하는 개인과 풍요로운 삶을 도모할 수 있다. 여기엔 구성원 각자의 '공동체성'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편의는 누리고 싶지만, 누군가와 나의 소중한 공간을 같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라면 공동주거는 도리어 악몽이 될 수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생활규칙까지 공동주거는 주거의 청결과 안정, 운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형태의 주거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동체란 무엇이며, 왜 이런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분명한 사람이라면, '1인 가구의 시대'를 사는 21세기의 한국인에게 공유주거는 생각해볼 만한 도전일 것이다.

출처 : 서울시마을공동체 서울마을이야기 vol.27
글과 사진 : 김민주(자유기고가)
사진제공 : 구름정원 사람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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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내 손안에 서울 생산일 201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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