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메이저리그 경기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했다. 아무리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인 나라도 MLB(Major League Baseball)가 미국 야구리그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열정적인 야구팬인 형이 함께 티케팅을 하자고 해서 수만 명의 대기인원을 뚫고 티켓팅을 할 때도 갸우뚱했다.

그런데 정말이었다. MLB측과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오랜 협의 끝에 메이저리그 개막전(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을 서울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소속된 ‘LA 다저스’팀과 한국의 김하성·고우석 선수가 소속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팀이 3월 20일~21일 양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24시즌 MLB 첫 경기를 치른다. 세계적인 경기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 [관련 기사] 김하성·오타니 맞대결…MLB 월드투어 개막전을 서울서!

이 개막전에 앞서, 3월 17일~18일 이틀 간 스페셜 경기가 치러졌다.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하는 ‘키움 히어로즈’>부터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LG 트윈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팀 코리아’가 MLB 선수들과 경기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막전 티켓팅에는 실패했지만, 17일 'LA 다저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첫 스페셜 경기 티켓팅에는 성공했다. 오늘만큼은 나도 야구 마니아! 고척돔 가보자고!

고척돔에 도착하자, 경기장 주변에는 일찌감치 도착한 야구팬들로 가득했다. 경기장 앞에서 인증 사진도 찍고 들떴던 것도 잠시, 그 뒤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약 50분에 다다른 출입 절차였다. 힘겹게 줄에 서 있던 중 새롭게 변신한 해치를 발견했다. 반가워 해치야!

1회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간신히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개막전을 위해 업그레이드된 고척돔이 반겼다. 2년 전 방문했을 때와 확실히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전과 다르게 생기 넘치는 잔디구장이었고, 둘째는 더욱 밝아진 전조등이었다. ☞ [관련 기사] 국내 첫 'MLB 월드투어' 코앞…고척돔 '꽃단장'

잔디구장은 메이저리그 수준에 맞추기 위해 현지 그라운드 키퍼(Ground Keeper) 컨설팅을 받아 인조잔디 전체를 들어내고, 수평까지 재조정하여 교체했다고 한다. 투광등은 기존 메탈할라이드(MH) 투광등을 LED로 전면 교체해 더 밝아졌고,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고 한다. 고척돔은 작년 연말까지 행사가 있었기에 3월까지 촉박한 시간이었을 텐데,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한 것이 놀라웠다.

경기장 안과 밖에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경찰관이 안전 순찰을 하고 있었고, 도로에서는 모범운전자회 소속 어르신이 교통 정리를 하며 안전을 지키고 있었다. 또 경기장 곳곳에서는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구급요원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서 소위 ‘짝퉁’ 상품 판매를 막기 위해 민생사법경찰단과 특허청이 함께 단속과 홍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즐거운 경기 관람을 위하여 정말 많은 분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역시 오타니 쇼헤이 선수였다. 오타니 선수가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두 번의 타석에서 아쉽게 안타를 치지 못하고 교체되었지만,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오타니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관람이 되었다.

경기 결과는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 그중에서도 강팀인 ‘LA 다저스’가 승리했지만, 스페셜 경기인 만큼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날 3루 좌석에 앉아서 키움 히어로즈 팬들과 함께 응원했는데,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팬들과 ‘서울의 푸른 하늘에 히어로즈 기를 높여라!’ 응원가를 함께 부르며 경기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이번 경기 관람을 주변에 이야기 했을 때, 가장 많은 반응은 ‘나도 가고 싶었는데’였고, 두 번째는 ‘표 어떻게 구했어?’였다. 경기를 관람하고 싶지만, 한정된 좌석으로 티케팅에 실패한 것이다. 사실 고척돔은 최대 수용 인원 1만 8,000명으로, 세계 기준으로 큰 구장이 아니다. LA다저스의 구장 ‘다저 스타디움’은 5만 6,000명 수용이 가능하고, 일본의 ‘도쿄 돔’은 4만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야구장은 단순히 야구경기를 하는 곳이 아니다. 이번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와 같은 경기장 역할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예술가의 공연장소, 아울러 해외 관광객들이 투어를 할 수 있는 관광 자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E-sports 경기 ‘롤드컵’이 고척돔에서 열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야구장은 말 그대로 ‘복합문화공간’인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야구팬들의 고향, 잠실야구장을 3만 석 규모의 ‘잠실 돔 야구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계획이 잘 진행되어 해외 이름난 경기장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서울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되기를, 또한 더 많은 시민들이 ‘서울 시리즈’ 같은 세계적 경기를 관람할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관련 기사] 잠실에 '첨단 돔구장' 들어선다…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