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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 사랑을 싣고…"이웃에게 따뜻한 시간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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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을 옮기는 봉사자들 ⓒ이상돈
연탄을 옮기는 봉사자들 ⓒ이상돈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 서둘러 까만 웃옷을 걸치고 부푼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운전자 없이 무인으로 달리는 ‘우이경전철’을 타고 ‘정릉천’ 어울림마당으로 나왔다.

오늘은 국립공원봉우리회, 북한산자원활동가, 성북구청 직원들, 정릉4동 주민자치회와 연탄나눔회 회원들과 함께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날이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40명의 봉사자들은 오늘 행사를 이끌어 줄 ‘사랑의 연탄나눔’ 담당자에게 안내를 받고, 까만 앞치마와 팔 토시, 목장갑을 착용했다. 온몸을 까맣게 감싼 모습이지만, 마음은 마냥 즐겁고 웃음꽃이 넘친다.
정릉천 어울림광장에서 연탄나눔행사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는 봉사자들
정릉천 어울림광장에서 연탄나눔행사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는 봉사자들 ⓒ이상돈
지게로 연탄을 나르는 봉사자
지게로 연탄을 나르는 봉사자 ⓒ이상돈

'서울에 아직 이런 산동네가 있었나?' 싶은 골목 한쪽, 연탄이 수북이 쌓여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어림잡아 연탄 2,000장은 족히 넘을 듯하다. 각자에게 임무가 주어진다. 상당한 기술과 경험을 요하는 연탄 쌓기, 골목을 정리하는 인원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연탄 운반을 맡았다. 골목 진입 통로가 비좁아 지게를 지기도 힘들고, 대부분 연탄 2장씩을 가슴에 안고 정성껏 운반해야 했다.

연탄 2장쯤은 가볍다 생각했다가 실제로 들어본 연탄 무게가 꽤 무거워 화들짝 놀라는 사람도 있고, 미소를 띤 띈 여유 있는 경험자도 보인다.
봉사자들의 오가는 발걸음에 분주해진 마을
봉사자들의 오가는 발걸음에 분주해진 마을 ⓒ이상돈

모두가 하나 되어 다들 미리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적당한 간격과 속도를 맞추어 연탄을 나른다. 조용했던 동네가 오고 가는 발걸음으로 매우 분주해졌다. 거의 3시간 가까이 쉴 틈 없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지만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봉사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고마움을 표하는 이웃
봉사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고마움을 표하는 이웃 ⓒ이상돈

좁디 좁은 통로를 지나 반지하 방 앞에 연탄을 쌓는 분들의 손놀림이 무척이나 능숙하다. ‘달인’의 칭호를 부여해도 손색 없을 정도다. 미리 정해둔 순서에 따라 두 세 곳의 집을 채우면 신속하게 다음 집으로 이동하며 다시 연탄을 쌓았다. 반복적인 행동에 손목과 허리, 어깨, 옆구리가 아픔을 호소하지만 작은 도움을 감사로 받아주는 이웃의 얼굴을 마주하면 고통은 저만치 달아났다.

연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 속 ‘그 때 그 시절’ 이야기겠지만, 추운 겨울을 연탄과 같이 보내야 하는 이웃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 생존의 물품이다.
마지막 연탄나눔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는 봉사자들
마지막 연탄나눔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는 봉사자들 ⓒ이상돈

마침내 마지막 연탄을 쌓으며 봉사활동을 마친다. 늦은 점심을 같이 하면서 힘들었지만 기쁨과 고마움을 듬뿍 받은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다음엔 더 많은 연탄을 나눔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봉사활동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이상돈
연탄나눔을  하고 예쁜 연탄 장식품을 기념으로 받았다.
연탄나눔을 하고 예쁜 연탄 장식품을 기념으로 받았다. ⓒ이상돈

서울에도 아직 연탄 한 장의 온기로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는 곳이 많다. 연탄나눔 행사를 주관하는 대부분의 기관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 단체봉사, 개인봉사, 정기후원, 일시후원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는 기부 물량과 후원이 많이 줄어 고민이 많다고 한다.

봉사활동은 스스로 원해서 기꺼이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눔에 동참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손해 보는 일을 왜 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야말로 따뜻한 이웃 천사를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사랑의한반도 따뜻한연탄나눔 운동

홈페이지
○ 문의 : 02-334-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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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 사랑을 싣고…"이웃에게 따뜻한 시간을 선물합니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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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이상돈 생산일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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