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코로나 감염으로 심리적 불안을 느낄 때, 어디서 상담하면 되나요?”
“서울에 있는 심리상담센터를 찾고 있습니다. 혹시 무료 대면 심리상담센터가 있을까요?”
인터넷에 요즘 올라오는 글들이다. 사람들은 상담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지만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오랜 시간 일상을 자제하며 살아왔음에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확진이 된 사람 5명 중 1명은 '정신건강 이상' 판정을 받았으며, "격리자를 대상으로 면밀한 정신건강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도를 접했다. 저마다 감염병으로 인한 우울을 경험하지만,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성북구에서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구민의 마음건강을 챙기기 위해 올해 초 '성북구심리지원센터'(성북구 오패산로 23)를 개관했다. 건물 2층에 위치한 성북구심리지원센터를 찾아 누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성북구심리지원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직·간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심리지원을 해주는 곳이다. 지원대상은 코로나19 확진자, 완치자, 자가 격리자 및 유가족, 코로나19 관련 종사자로 소방관, 경찰관, 의료진과 응급요원 등이 포함된다. 이곳에서는 상담과 더불어 자가 검진 기계를 활용해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고, 휴게공간에서 정신건강정보 및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중 정신건강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경우 일부는 관련된 기관으로 연계하고, 또 상담을 통한 심리진단 결과 고위험자로 진단된 경우에는 성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추후 상담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고 있다.

성북구심리지원센터 분위기는 밝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잔잔한 음악이 흘렀고 테이블마다 놓인 꽃 덕분에 기분이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분리된 공간의 상담실과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줄 수 있는 안마기, 스트레스 측정을 하는 기계도 따로 준비돼 있었다.

성북구심리지원센터 상담실에 들어선 후 박준희 임상심리사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인 지난 1월 말부터예요. 내부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도 간판을 보고 찾아와 자신의 힘든 얘기를 털어놓는 분들이 많았어요. 코로나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 힘들어하신 아내의 사연이 기억에 남네요. 교수였던 남편 분은 제자가 사준 밥을 먹다가 감염되었고, 완치 한 달 후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내 분의 충격이 너무 컸고 그만큼 많이 힘들어하셨죠. 또 인테리어 사업을 하시는 한 분은 확진되었다는 사실이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일거리를 찾을 수 없게 돼 힘들어하신 경우도 있었구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힘겹게 털어놓는 상담자들이 성북구심리지원센터를 찾기까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누군가 이 이야기를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성북구심리지원센터 운영 상 기록을 남겨야 하기에 신청서를 받는데 혹시 자신의 이야기나 정보가 새나갈까 염려를 하는 것이다. 박준희 임상심리사는 “상담사라는 직업윤리상 비밀유지 서약을 한다고 설명을 해드린다”며 “정말 심각한 우울증의 경우 집안에서 나오지 않는 분들도 있는데 이럴 경우 비대면 상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북구심리지원센터 홈페이지(www.salja20.or.kr)를 통해 누구나 스스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8가지의 질문을 구성한 것도 반응이 좋다. 전화번호만 확인 가능하도록 정보제공 동의를 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검사 결과는 직접 확인할 수도 있고 증상이 심한 경우 앞서 동의한 전화로 연락을 준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지 두 달 정도가 됐는데 이용자들이 꽤 많다고 한다.

성북구심리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마친 이들에게 작은 선물도 제공한다. 일명 ‘회복키트’다. 상자 안에는 디퓨저, 녹차와 메밀차, 수면안대와 마스크, 향기 나는 손소독제와 작은 텀블러가 담겨 있다. 마음이 힘겨운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성북구뿐 아니라 서울에는 서남권, 동북권, 동남권 등 '권역별 심리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민의 심리적 건강과 행복의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울심리지원센터는 더 이상 견디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돌보라고 토닥여 주는 장소다. 만 19세 이상의 서울시민 또는 서울 소재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주변인들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상담이나 심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코로나블루로 힘든 시민들을 위한 서울시의 챗봇 서비스도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음이 힘든 시민들이 비대면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에 ‘누구나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상담하면 24시간 도움되는 콘텐츠를 연결해주고 정보안내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누구나 챗봇’ 대화창에 ‘우울해’, ‘잠이 안 와’, ‘코로나’ 등 짧은 단어만 입력해도 심리지원 콘텐츠와 정보를 찾아주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접속방법은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누구나 챗봇’을 검색해 채널추가를 하면 된다. 초기 접속 시 제공되는 메뉴 선택으로도 심리지원 정보제공 및 검색이 가능하며, 우울·불안 등의 자가진단도 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시는 심리상담 정보제공 플랫폼 ‘모두다’(www.modooda.or.kr)를 개설해 다양한 심리지원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챗봇을 통해 연결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크롬, 사파리,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등에서 사용 가능하며, 포털 사이트 주소창에 ‘모두다’를 검색해 접속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마음 한구석에 우울한 감정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지난 2년 간 고립을 강요 당하는 시대를 살아왔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참고 견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여러 안 좋은 상황과 어두운 마음을 어디에도 표현하지 못한다면 더 큰 우울로 무너질 수 있으니 어디라도 손을 뻗어 힘들다고 표현해 보자. 나의 문제를 말하고 공감을 받는 것만으로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