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한남오거리에서 옥수동을 거쳐 응봉사거리까지 ‘독서당로’라는 길이 있다. 곧은 길은 아니라도 운치가 있고 멋진 한강의 풍광과 낭만이 있는 길이다. ‘독서당로’는 독서당이 자리했던 거리로 역사성을 반영한 터다. 지금은 좌우로 아파트 숲을 이루지만, 이곳은 조선시대 세종 때 젊고 유능한 집현전 학자들에게 휴가를 주어 사가독서를 하게 했던 독서당 자리다. 독서당은 수려한 한강변 경치에 지어졌기에 호당(湖堂)이라고도 불렸다.

성종 때에는 용산 천암동에 있는 절을 수리해 마련된 남호독서당, 지금의 마포 한강변에 서호독서당이 건립됐다. 한강을 품은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그 주변에는 많은 별장과 누각이 세워졌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세워진 게 두모포(옥수동)에 있던 ‘동호독서당’이었다. 한강과 매봉산이 어우러져 풍광이 뛰어났다. 앞으로는 한강, 뒤로는 산세가 어우러진 이곳이야말로 독서휴가를 즐길 수 있는 조용하고 아늑한 명당이었으리라.

‘동호독서당’은 지난해 11월 옥수동 공공복합청사 5층에 문을 열었다. 전통기와와 대나무 조경으로 전통미를 살린 동호독서당은 주민사랑방, 실내정원, 계단마당과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에는 유아·아동용 도서 1,350여권과 역사서적 560여권을 포함, 3,000여권의 서적이 소장돼 있다.

유서 깊은 동호독서당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될 때까지 약 75년간 학문연구와 도서열람의 기능을 한 곳이다. 이황, 이이, 유성룡, 신숙주 등 당대 이름난 문신들이 동호독서당을 거쳤다. 특히 이이는 동호독서당에서 사가독서를 하며 동호문답을 저술해 선조에게 올렸다. 이에 독서당 개관은 역사적 사료와 이름만 남아 명맥을 이어오던 독서당이 유지들의 노력 끝에 되살아 난 것이다. 우리 역사의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기회를 얻고 많은 인재가 배출되는 명맥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소망이 담겼다.

구는 역사적·교육적 가치가 높은 이곳 동호독서당에서 전통예절, 다례, 서예 등 다양한 체험교실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모든 강좌를 열지 못하고 있지만, 추후 상황이 안정되면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어린이들이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동네배움터로서 인재양성과 문화재충전의 명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동호독서당과 거의 같은 시기에 개관한 도서관이 또 있다. 매봉산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성동구립 숲속도서관’이다. 매봉산자락 응봉근린공원 내 유휴부지의 15m 자연경사를 활용해 조성된 복합 힐링공간이다. 15분거리 내에 매봉산 치유숲길, 전망좋은 팔각정(서울시 선정 우수조망명소) 등이 있어 산책도 하고 독서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위치다.

단층구조로 총면적 378㎡의 숲속도서관은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한옥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수유실, 주민 편의를 위한 24시간 개방 공중화장실(지하) 등도 갖췄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친환경 목재서가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 진열이 눈에 띄었다. 가족단위, 개인 누구나 책을 읽고 숲속 체험프로그램 등 여가활동도 가능하다. 개관 당시에는 80명 수용인원이 꼭 차서 순서를 기다리고도 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30%의 인원만 받고 있다.

문선이 관장은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독서회나 문화행사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데 개관한 지 얼마 안돼 우려와는 달리 호응이 좋아 보람을 느낀다”며 “도서실이 아닌 유익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하는 소란한 도서관을 모토로 해, 아이들에게 조용하라는 말보다 조용한 매너를 체득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도서관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액자 같은 널찍한 창문에 채광과 통풍이 잘 되는 이곳 도서관에는 교육과 환경분야에 특화된 서적이 특히 많다. 3,100여 권 도서 가운데 400권 정도다. 바로 옆의 동호초등학교 등 주변 학생들이 많이 이용할 것을 고려한 것이다. 영· 유아를 위한 좌식 독서공간도 따로 마련돼 아이 손 잡고 함께 가기에 좋은 도서관이다.

이렇듯 성동구는 문화·예술에 역점을 두고 사람과 역사를 이어주는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네트워크가 잘 조성되어 있는 예로 성동구청 로비에 조성된 ‘책마루 도서관’을 꼽을 수 있다.

입구의 탁 트인 '계단마당'은 온돌방석이 깔려 있어 겨울에도 계단에 앉아 독서 및 커피마시며 담소하기 좋다. 반면 삼면이 막혀 마음껏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영역의 독서공간도 있다. 바로 무지개 일곱 컬러가 돋보이는 '무지개 라운지'다. 성동책마루의 랜드마크인 '무지개 아카이브'에는 구민들과 지역유지들로부터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내 인생의 책'을 기증받아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공간이라 더욱 의미 있다.

이밖에 성동문화복지회관, 성수아트홀 1층 로비도 도서관으로 꾸며졌다. 이들 공유서가는 이전의 딱딱한 행정적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엄마 손잡고 와 책을 읽거나, 동료들과 커피 한 잔 하며 대화를 하는 정다운 공간으로 바뀌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독서의 계절이다. 주민들과 함께 마음속 문화양식을 쌓아가는 성동구의 개성 넘치는 도서관에서 유익한 프로그램과 함께 가을 독서의 낭만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