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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프로포즈 담은 기부벤치…'당신의 자리'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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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독특한 모양의 기부벤치가 놓여 있다.
광화문에 독특한 모양의 기부벤치가 놓여 있다. ⓒ김윤경

힘들게 걷다 벤치를 발견하면 표정이 밝아지곤 한다. 특히 종로구에서는 더 기분 좋게 앉을 수 있다. 시민들이 기부해 만든 ‘기부벤치’ 덕분이다.

필자는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공공디자인 전시에서 기부벤치를 처음 봤다. 참 뜻깊다고 생각돼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이후 광화문을 지나는 길에 우연히 기부벤치를 만났다. 언제부터 설치된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익숙한 미래 :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에서 본 종로구 기부벤치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익숙한 미래 :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에서 본 종로구 기부벤치 ⓒ김윤경

“2020년 8월 ‘당신의 자리’라는 업사이클링 벤치를 기부받아 놓게 된 게 시작이에요. 도심 속 야외 공간에 부족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지요. 기관과 시민, 기업이 참여해 시민에게는 편안함을 주고 기업은 의미 있는 홍보효과를 낼 수 있어 매우 좋아요. 또 참여한 분들에게는 설치 후 사진과 감사편지를 드리니 더 좋아하세요.”

종로구 기획예산과 조형숙 주무관의 설명이다. 만약 기부금이 남으면, 주변 화단을 조성하거나 수목을 식재하기도 한다고 한다.

기부벤치의 공식 명칭은 ‘당신의 자리’로 ‘당신이 기부하고 당신이 사용하는 의자, 이웃의 편안한 쉼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름과 원하는 문구를 넣어 제작한 명판은 쉼터 공간에 설치된다.
기부벤치에는 기부자의 특별한 사연과 명패가 부착된다.
기부벤치에는 기부자의 특별한 사연과 명패가 부착된다. ⓒ김윤경

기부벤치 유형은 자율형, 정액형, 물품형이 있다. 장소와 디자인을 고르고 설치비를 전액 부담(정액형)하거나 1인당 10만 원 이상부터 자유롭게 기부(자율형)할 수 있다. 벤치는 1~3인용까지 다양하고 디자인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물품형은 작가, 단체, 개인이 벤치를 기부하고 희망문구 또는 명패를 부착할 수 있다. 기부벤치의 보증기간은 설치일로부터 5년이다. 동주민센터에 신청서를 비치해 접수를 받고 있다.
종로구 공원에  있는 기부벤치
종로구 공원에 있는 기부벤치 ⓒ김윤경

연예인 팬클럽의 기부 동참도 활발하다. 얼마 전에는 가수 임영웅 씨의 팬클럽에서 생일을 기념해 흥인지문공원 등에 5개의 의자를 마련했다. 가수 장민호 씨 팬클럽에서도 트롯 데뷔 10주년을 축하하며 삼청공원 내 8개의 벤치를 기부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마을을 사랑하거나, 결혼 10주년 혹은 제2의 고향을 기념하는 등 여러 사연을 담아 벤치를 기부했으며, 기업들도 흔쾌히 참여해 이웃 나눔을 실천했다.
삼청공원에 놓여 있는 기부벤치
삼청공원에 놓여 있는 기부벤치 ⓒ김윤경

특히 삼청공원에는 여러 개의 기부벤치가 놓여 있는데, 길을 따라 벤치를 구경하면서 걷는 것도 흥미로웠다. 몇 군데 벤치 명판에 적힌 내용을 읽으면서 걸으니 한적한 길이 더 즐겁게 느껴졌다.

한 번뿐인 특별한 프로포즈를 ‘기부벤치’로!

‘어느 여름날, 이곳에서 현우는 정원에게 청혼하고 답을 기다립니다’
벤치에 쓰인 글 중 특별한 문구를 발견했다. 프로포즈를 앞둔 한 커플의 사연이었다. 더욱이 삼청공원 안쪽 책장도 마련된 호젓하고 조용한 곳이라 더욱 분위기 있었다. 어떤 커플이 필자 옆을 지나가다 그 글을 보면서 “이것 읽어봐, 너무 멋진데”라고 감탄했다.
이 두 커플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아름답고 의미있는 프로포즈를 기부벤치로 할 생각은 어떻게 한 걸까.
달달한 프로포즈 문구가 적힌 기부벤치는 사연이 궁금해진다.
달달한 프로포즈 문구가 적힌 기부벤치는 사연이 궁금해진다. ⓒ김윤경

“제가 대학생 때부터 생각해왔던 프로포즈였어요.”
강현우(33) 씨는 여자친구와 소개팅으로 만났다. 절대 소개팅 주선은 하지 않는 친구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개팅이 그들이었다. 앞서 그는 대학생 때, 홀로 미국 보스턴을 여행하던 중 한 공원에서 벤치에 새겨진 문구를 봤다. 그곳엔 'A가 프로포즈했고 B가 대답했다'는 로맨틱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당시 프로포즈를 하게 되면 이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그 벤치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어요. 오래 품어온 그 아이디어를 누군가가 먼저 할까 봐(웃음).”
물론 조금 다르다면 그 벤치는 성공벤치였고 이 벤치는 기부벤치라는 점 정도다. 그렇게 간직해 온 꿈을 여자친구에게 해주려고 했는데 막상 실행하는 건 막막했다고 한다.
한적한 공간에 프로포즈 사연이 담긴 기부벤치가 놓여있다.
한적한 공간에 프로포즈 사연이 담긴 기부벤치가 놓여있다. ⓒ김윤경

“제 돈으로 벤치를 주문해 프로포즈 할 때, 잠깐 놔뒀다 다시 가져가야 하나 싶었어요. 그래서 검색을 하기 시작했어요. 보스턴에도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구를 새겨 넣을 벤치와 공간이 있지 않겠냐 하고요.”
검색하다 종로구청 블로그에서 기부벤치를 발견했다. 종로는 여자친구와 종종 데이트를 하던 곳이기도 했다. 예상 못한 청혼을 하기에도, 추억을 남기기에도 좋을 듯싶었다.

“삼청공원 울창한 숲도 좋아하거든요. 좀 더 한적하고 경치 좋은 곳이 있을까 했는데 구청 담당자분이 친절하게 좋은 위치를 추천해 주었어요.” 그는 당시 열심히 신경 써 준 최신해 주무관에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감사를 드리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벤치는 또 다른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누군가의 추억이 깃든 벤치는 또 다른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김윤경

벤치에 앉아 깜짝 청혼을 받은 여자친구는 기부벤치까지는 예상하지 못 했단다. 문구를 읽어보라고 하니 몹시 놀랐다고. 일단 성공이든 실패든 프로포즈 자체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뒷이야기 또한 궁금해 살짝 물어보았다.
“다행히 흔쾌히 받아줬어요. 후에 여자친구의 글을 봤는데, 그런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의미 깊은 프로포즈를 원했었다고 해요.”
 삼청공원에 있는 기부벤치, 주민들의 휴식처로 언제든 쉬어갈 수 있다.
삼청공원에 있는 기부벤치, 주민들의 휴식처로 언제든 쉬어갈 수 있다. ⓒ김윤경

개인의 특별한 추억과 사연을 담은 벤치는 삼청공원을 찾는 주민을 위한 새로운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특히 기부벤치는 어르신과 노약자에 대한 배려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편안히 쉬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기부가 아닐까. 지난해 8월 '벤치 더 놓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종로구는 올해도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가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문의 : 종로구청 기획예산과 02-2148-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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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프로포즈 담은 기부벤치…'당신의 자리' 아시나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윤경 생산일 2021-09-15
관리번호 D000004355055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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