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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있어도 행복하게…경증 어르신들이 주문받는 '기억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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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치매안심센터 ‘기억다방(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 방문기
어르신이 '기억다방'의 음료 장부를 적고 있다. ⓒ이정민
어르신이 '기억다방'의 음료 장부를 적고 있다. ⓒ이정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그리고 자몽차 하나, 쿠폰이 한 장, 두 장”
카페 음료 장부에 꼼꼼히 주문 메뉴와 쿠폰을 확인하며 볼펜으로 적어 내려가는 손길의 주인공은 최수남(71세) 어르신이다. 올해 3월부터 서대문구치매안심센터 내에 있는 ‘기억다방’에서 직원으로 일한다.

‘기억다방’은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이 바리스타로 참여하도록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푸드트럭 형태의 이동식 카페로 운영했는데, 올해는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와 금천구 치매안심센터 2곳에 고정형 카페로 변경해 운영을 시작했다. 치매안심센터 검진이나 상담을 받으러 온 고객은 무료 쿠폰을 받아 이용할 수 있어 호응이 좋다.
서대문구 보건소 별관 ‘치매안심센터’ ⓒ이정민
서대문구 보건소 별관 ‘치매안심센터’ ⓒ이정민

이곳에는 치매 증상이 있는 어르신들의 사회활동 장려를 목적으로 가족 동의를 받아 스스로 출퇴근이 가능한 세 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처음엔 우려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얻어 간다는 마음으로 잘 해주고 계십니다. 보건소에 치매 검진을 위해 오셨던 분들이 어르신들께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치매가 있어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겠다고 해요.” 업무를 담당하는 강형준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하루 3시간씩 '기억다방'에서 일하는 신상호 어르신
하루 3시간씩 '기억다방'에서 일하는 신상호 어르신 ⓒ이정민

“말수가 늘었다는 거랑 잘 웃지도 않고 사람을 빤히 쳐다봤는데 그게 없어졌어요. 생각대로 말이 안 나오니까, 지나고 나서, 혼자 그것도 얘기를 못하나 했는데, 그런 반응이 좀 나아진 거, 테이블 닦는 건 자신 있게 잘해요.” 마스크 너머로 옅은 미소를 보이는 신상호(70세) 어르신이 일하면서 얻은 변화들을 천천히 전한다. 주 2~3일 하루 3시간씩 이곳 방문객들에게 인사하고 주문받은 음료 쿠폰을 장부에 기입하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일 등이 어르신들의 주된 업무다.
업무에 대해 자원봉사자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업무에 대해 자원봉사자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정민

“어르신, 점심 드시고 오셨어요?”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대학생 유진호 씨가 인사를 하며 오후 일과를 이어간다. “저희 할아버지 같으시고 친절하신 모습을 보면 본받고 싶어요. 약간씩 기억 잘 못하는 부분도 있으신데, 그런 건 세세히 가르쳐 드리면 다시 잘 하세요.” 오전 오후로 나뉘어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들과의 만남도 ‘기억다방’이 주는 즐거움이다.
친구가 달아준 꽃장식 덕분에 기분이 좋은 어르신
친구가 달아준 꽃장식 덕분에 기분이 좋은 어르신 ⓒ이정민

서대문구치매안심센터의 ‘기억키움학교’에서 만난 친구가 달아준 꽃 장식 덕분에 두 어르신들의 앞치마가 한결 돋보인다. “사랑합니다. 이 카페에 올 때마다 제가 먼저 말해요. 다들 만나면 반갑고 이분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좋고 감사한 일이죠.” 이미 단골이 되었다는 최부자(82세) 어르신의 방문에 ‘기억다방’ 어르신들은 더 힘을 얻는다.

안전사고 가능성에 아직은 치매 어르신들이 바리스타 업무에 투입되진 못하지만, 활기차게 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단골 고객의 방문은 늘 즐겁다.
단골 고객의 방문은 늘 즐겁다. ⓒ이정민
'기억다방'에서 활기찬 모습의 어르신
'기억다방'에서 일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활기차 보인다 ⓒ이정민

“차 뭐 드실지 여쭤보고 대화하는 게 참 좋아요. 힘들지는 않아요. 15분 정도 걸어서 다니는데 밤에 잠도 잘 오고, 밥도 잘 먹고 머리도 맑아져서 너무 좋아요. 제가 건강할 때까지는 여기에서 일하고 싶어요. 보람되잖아요.” 근무를 마무리하는 최수남 어르신의 목소리가 밝다. ‘기억다방’에서 일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에도 신경을 쓴다는 말대로 단정한 모습이다.
'기억다방'을 찾은 손님과 열심히 일하는 어르신의 모습
'기억다방'을 찾은 손님과 열심히 일하는 어르신의 모습 ⓒ이정민

고령화로 인한 우리나라의 치매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에 비해 치매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은 점수를 나타낸다. 치매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에 대한 개선을 위해 ‘기억다방’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본다.

“아내가 강가에 애 내놓은 거처럼 걱정을 하는데 큰 걱정까진 아니고. 여기에서 오래 일하고 싶은데 내가 적성에 맞춰 가면서 더 노력해야죠.” 가장 자신 있는 테이블 정리로 신상호 어르신의 ‘기억다방’은 오늘도 시작한다.

한편,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는 '치매안심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치매 검사 및 상담, 치료 지원 및 인지재활 프로그램 제공, 치매환자와 가족을 돕는 '천만시민 기억친구' 사업 등 다양한 치매관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 서대문구 치매안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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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있어도 행복하게…경증 어르신들이 주문받는 '기억다방'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이정민 생산일 2021-05-27
관리번호 D000004265004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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