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서울역, 용산역과 함께 서울의 철도관문인 청량리역. 이 역에서는 강원도와 경상북도로 향하는 무궁화, 새마을, KTX-이음, KTX-산천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 1911년, 일제강점기 때 개업한 청량리역 인근엔 수많은 시장이 들어섰는데, 대표적으로 경동시장과 서울약령시를 들 수 있다.

서울약령시는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재래시장으로 한약재 거래량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국내 최대 한약재 전문시장이다. 과거 경동시장으로 묶여 불렸으나, 지금은 특화돼 서울약령시라고 불리고 있다. 서울약령시는 이 지역에 병든 백성을 치료하고 구제하던 구호기관인 ‘보제원(普濟院)’의 기록이 있어 600년의 연원을 가지고 있다.

경동시장은 ‘서울 동쪽에 있는 시장’이라는 뜻으로 1960년, 전통시장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동북권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남대문 시장, 가락동 청과물시장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

완연한 봄을 맞아 서울약령시와 경동시장, 그리고 경동시장 내 ‘숨겨진 공간’을 방문했다.

서울약령시는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에서 내리면 찾기 쉽다. 제기동역에 내리면 서울약령시에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지하철역에 ‘한방사랑 제기동역’이라는 말과 함께 다양한 약재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역사 밖으로 올라오면 서울약령시가 보인다. 입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코끝에 찡한 한약 냄새가 풍겼다. 서울약령시에는 전국 70%가 넘는 한약재가 유통되는 곳이기에, 한약 냄새는 당연했다.

한약재도 다양하다. 일상생활에서 들어봤던 엄나무와, 옻피, 황기, 대추는 물론, 처음 들어보는 참빛살나무, 제피나무, 황칠나무, 벌나무, 모과, 마가목껍질 등 다양한 한약재가 있었다.

시민들은 봄철을 맞아 약쑥을 많이 구매했는데, 약쑥은 일반 쑥과는 다르게 한방에서 뜸을 뜨는데 필요한 뜸쑥을 만들거나 약으로 쓰는 쑥을 뜻한다. 지금 쑥이 제철이니, 다들 약쑥을 많이 보는 듯했다.

약령시 가운데는 ‘서울한방진흥센터’도 있다. 서울한방진흥센터는 동의보감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2층)'도 운영하고 있는데, 박물관에서는 한의학의 역사와 유래, 서울약령시의 설명과 함께 한약재를 소개하고 있다.

약령시 옆에는 경동시장이 있다. 경동시장은 매우 큰 규모로 광성상가, 종합시장 등 몇 개의 시장으로 또 세분화됐다. 이 중에서 종합시장과 광성상가는 여느 전통시장처럼 과일과 생선, 고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경동시장 종합시장은 얼마 전 현대화 과정을 거쳐 깨끗한 시장으로 탄생했다. 서로 다른 규격으로 난잡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던 간판은 노란색으로 깔끔하게 통일했고, 천장에는 아케이드를 설치해 비가 오더라도 편안하게 시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곳 상생스토어도 빼놓을 수 없다. 상생스토어는 활력이 떨어진 시장에 매출까지 감소하자, 상인들의 95% 이상 동의를 얻어 시장 2층에 대형마트 매장을, 3층에는 청년몰을 입점시키며 탄생했다. 대형 유통그룹인 이마트의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섰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상생한다는 취지를 살려 ‘상생스토어’로 명명했다.

따라서 2층 상생스토어에서는 경동시장 상인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실제 매장 내부에서도 음료와 즉석식품, 밀키트와 같은 공산품이 대다수였고, 한약재와 채소, 과일 등은 보이지 않았다. 노브랜드 매장이니, 노브랜드 제품을 판매할 뿐이었다.

또한 젊은 층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카페도 마련했고, 3층에는 청년몰을 입점시켰다. 경동시장 청년몰의 이름은 ‘서울훼미리’다. 분위기는 2019~2020년 청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뉴트로’를 테마로 했다.

청년몰에는 푸드코트와 함께 다양한 청년들이 애완동물용 수제 간식과 맛있게 구운 빵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일부는 시장 상인들도 있었다.

경쟁이 아닌 동행으로, 앞서가는 길보다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한 경동시장과 대형마트. 6개월 만에 다시 왔어도, 늘 신기한 경험이다. ‘오랜만에 시장 구경 한번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