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호호의 유쾌한 여행 (60) 용마랜드

용마랜드 상징, 회전목마

◈ 용마랜드-지도에서 보기 ◈

서울 한복판에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이 있습니다. 어릴 적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갔을 법한 아주 작은 놀이공원입니다. 점점 녹슬어가는 놀이기구만 가득한 공간에 추억을 찾아갑니다. 바로 용마랜드입니다. 용마산 자락 외진 곳에 위치해,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도 용마랜드가 있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사실 이곳은 1983년 오픈할 때만 해도 한국 드림랜드와 더불어 소규모 놀이공원의 정점을 찍었던 곳입니다. 2011년 허가가 취소되면서 놀이기구들은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방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용마랜드에 기회가 찾아옵니다. 크레용팝, 아이유,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엑소, 갓세븐 등 유명 가수들이 앨범 재킷 사진이나 뮤직비디오를 찍게 된 것인데요. JTBC 드라마 ‘무정도시’,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 영화 ‘표적’ 등이 촬영되면서 입소문을 탑니다. 그러면서 용마랜드는 한국 인스타 성지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인생 사진을 건지려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데이트 스냅사진과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여럿 보입니다. 하루에 40명에서 50명 정도 방문하며 용마랜드 매력을 탐험해갑니다.

용마랜드 전경

조금 높은 동산에 올라서면 용마랜드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용마랜드 내에는 놀이동산 상징인 회전목마, 어릴 적 즐겨 타던 디스코 팡팡, 우주전함, 미니 기차, 바이킹이 있습니다. 동전을 넣으면 1분 동안 천국을 맛보았던 장난감도 다양합니다.

30년 전에 왔었다면, 분명 하루 종일 머물며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을 겁니다. 90년대 어린이들 눈과 귀를 홀릴만한 아이템이 가득합니다.

“도대체 여길 왜 오는 거야?”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진짜 궁금하신지 제게 묻습니다. 어른 눈으로 보기에 이곳은 참 이상한 곳입니다. 녹슬고 오래된 놀이기구만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련된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맛집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젊은 제가 봐도 사실 낯섭니다.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도대체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홀로 방황하는 제가 안쓰럽게 느껴지셨는지 사장님께서 용마랜드 마법을 보여주겠다고 하십니다. 혼자 몇 번이고 다녀왔던 회전목마 앞에 호스로 물을 뿌리자 순식간에 눈앞에 호수 위 회전목마가 펼쳐집니다.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사진이 찍어야 반영이 더욱 예쁘게 나온다며, 기가 막힌 셔터 타이밍까지 코치해주십니다. 이럴 때는 점프해서 찍어야 더욱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꿀팁도 전수받습니다.

멋진 가을 소풍을 즐기기에도 좋은 용마랜드

용마랜드는 독특합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서울 속 숨은 장소를 찾은 기쁨과 멋진 사진을 건졌다는 성취감을 얻게 합니다. 용마랜드에서는 199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남다릅니다.

용마랜드는 그 자체가 거대한 야외 스튜디오입니다. 숨 쉴 틈 없이 열심히 사진을 찍어댑니다. 빈티지 마켓에서 나만의 개성 있는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서울 여행 뒤에 남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사진. 용마랜드 구석구석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어린 시절 추억도 함께 여행합니다.

용마랜드에서 멋진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더니 배가 무척 고픕니다. 용마랜드 내부에는 음료 자판기 외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먹는 곳입니다.

대신 용마랜드에서 도보로 10분쯤 걸어 내려오면 우림시장이 나옵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간식거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떡볶이, 족발, 부침개 등 메뉴도 다양해 취향껏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2015년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된 동부고려제과

◈ 우림시장-지도에서 보기 ◈

우림시장에서 맛있게 배를 채웠다면, 근처에 있는 동부고려제과로 발걸음을 이끕니다. 이곳은 2015년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간식으로 먹을 빵 쇼핑을 즐기기에도 제격입니다.

어릴 적 부모님 손 붙잡고 왔던 것 같은 개인 빵집 고유의 멋이 제대로 살아 있습니다. 사장님 추천을 받아 모닝빵 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내일 아침에는 모닝빵에 딸기잼을 발라 먹으며, 용마랜드를 추억해야겠습니다.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본 콘텐츠는 서울시'내 손안에 서울'에서 게재중인 콘텐츠 입니다. 내 손안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