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여행스토리 호호] 산책의 추억거리를 모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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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외진 골목에 있는 구슬모아 당구장

서울의 외진 골목에 있는 구슬모아 당구장

호호의 유쾌한 여행 (21) 한남동 미술관

오늘은 서울을 천천히 산책하기로 합니다. 우울할 때 가려고 아껴둔 갤러리 세 곳을 사이에 두고 찬찬히 걷겠습니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출근하고,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간 시각 오전 10시. 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한 서울을 만납니다. 사실 오늘의 산책은 우연을, 인연을, 좋아하는 단어를, 사람을 수집하기 위함입니다.

옥수역에서 내려 디뮤지엄을 향해 걷습니다. 옥수역의 언덕을 넘어갑니다. 잠시 쉬며 숨을 골라 봅니다. 고급 빌라 단지를 따라 터덜터덜 걷습니다. 그러다 눈길을 끄는 표지판을 발견했습니다.

“유치원 시절에는 세상이 아름답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차고 사는 것이 참으로 기뻤다. 아깝고 찬란한 다시 못 올 시절이다.”

어디 이것이 유치원에만 해당되는 문구일까요? 사랑에 빠진 연인들, 대학에 입학하던 순간, 사회 초년생이 가지는 설렘의 시간 모두 제게는 아깝고 찬란한 순간입니다.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취업의 굴레에서 허덕이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직장인의 삶에 지쳐갑니다. 잘 모를 때는 그저 기쁘고 신기했는데,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은 지겹고 재미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의 서울 산책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는 노력과 닿아있습니다.

한남동 디뮤지엄

한남동 디뮤지엄

고급 빌라 속 미술관 ‘디뮤지엄’

걷다 보니 제법 바람이 차갑습니다. 몇 주 전만 해도 가을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한 초겨울의 풍경입니다. 앙상한 가지를 뒤로 한 채, 디뮤지엄으로 향합니다. 디뮤지엄은 다양한 젊은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늘 혁신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20~30대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에르메스와 함께 ‘Wanderland(파리지앵의 산책)’ 전시 중입니다. 무료로 전시를 볼 수 있어 사람 많은 이곳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전시는 에르메스보다도 ‘파리’를 추억할 수 있는 오브제가 더 눈에 띕니다. 파리를 산책하며 만났던 풍경을 전시회로 봅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파리를 여행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지팡이를 꺼내고, 옷장에서 멋진 옷을 꺼내 입고, 상점가를 지나, 공원에 도착합니다. 카페에서 조금 쉬기도 하고, 창문이 열린 이웃집을 몰래 엿봅니다. 진짜 파리를 산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전 10시, 서울 사람의 산책에 부합하는 문장을 만납니다.

“산책은 곧 수집이죠. 집으로 가는 길에 산책의 추억거리들을 모아보세요.”

디뮤지엄에서 나와 구슬모아 당구장으로 향하는 길의 이름은 독서당로입니다. 독서당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조선시대 이 길에 선비들이 책을 읽던 동호독서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서당로라는 우아한 이름 때문인지 최근 다양한 갤러리들과 아트숍, 꽃집, 카페 등으로 구경거리로 넘쳐납니다. 이 부근의 갤러리는 대게 무료로 운영되며, 그림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판화를 구매할 수 있는 프린트 베이커리도 이 길에 있습니다.

와이크래프트보츠 전시 중인 구슬모아 당구장

와이크래프트보츠 전시 중인 구슬모아 당구장

진짜 당구장 같은 갤러리 ‘구슬모아 당구장’

낯선 국가의 대사관들을 지나 디뮤지엄 프로젝트 스페이스인 구슬모아 당구장에 도착했습니다. 실제로 당구장이었던 곳을 미술관으로 만든 곳입니다. 미술관 한편에 놓여 있는 큐대와 당구대가 미술관의 과거를 일러줍니다. 실제로 동네 당구장이 있을 법한 좁은 골목에 있는 곳입니다. 2년간 재개발로 인해 방치되어 있다가,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실험적인 전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미술관은 당구장하기 적당한 크기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배 몇 척이 세워져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다큐멘터리, 배의 이름들을 보여주는 슬라이드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미술관에 혼자 앉아 다큐멘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했습니다.

와이크래프트보츠(Y CRAFT BOATS) 대표가 다큐멘터리에서 했던 말들이 자꾸 생각납니다. “배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녔는데, 그 1년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전 세계에서 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배를 탔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해 지는 것을 보는 일이었다.” 잠시 그가 만든 배를 타고 호수에 가서 유유자적 배를 타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해는 지고, 눈앞에는 자신의 취미와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물론 무슨 일에나 즐거운 시간 뒤에 이겨내야 하는 일상의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믿고 지켜내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미술관에서 제일 처음으로 입장해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일어섭니다.

낡은 집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스튜디오 콘크리트

낡은 집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스튜디오 콘크리트

유아인 카페로 더 유명한 ‘스튜디오 콘크리트’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가장 기대했던 장소 중 하나입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유아인과 대세 아티스트들이 합심하여 만든 창작 집단이자, 공간의 이름입니다. 요즘 가장 대세 배우인 유아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괴물 래퍼 비와이가 있지는 않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을 부여안고 찾아갔습니다. 한남대로는 늘 차를 타고 이태원이나 남산으로 향하던 길입니다. 익숙한 풍경을 걸어가려니 낯선 풍경이 이어집니다. 이 길에 초등학교가 있었네, 바르셀로나의 카사 밀라 같은 건물은 뭘까 하는 상상이 이어집니다.

가정집인가, 카페인가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는 작은 간판이 보입니다. 낡은 빨간색 벽돌 외관이 인상적입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그림, 사진, 그래픽, 아트, 음악 등 한계를 두지 않고, 모든 활동의 창작 활동을 지향하는 공간입니다. 카페와 갤러리, 옥상이 있습니다. 카페에 방문한 사람들도 혼자만의 작업에 빠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12월 2일 홍콩에서 열리는 ‘2016 MAMA’에서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아인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한 아트 필름도 공개된다는데 기대됩니다.

반나절의 서울사람의 산책이 끝났습니다. 명품과 프랑스 파리가 연결된 색다른 전시회, 재미를 찾아 나선 예술가 그룹의 이야기도 만났습니다. 오전 10시.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서울을 걸으며, 색다른 자극도 많이 받고, 추억거리도 많이 모아온 것 같습니다.

오늘, 당신의 서울 산책은 어땠나요?

■ 여행정보
○ 디뮤지엄 :
-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5-6 Replace한남 F동 | [일~수] 10:00~18:00 [목~토] 10:00~20:00
- 홈페이지 : www.daelimmuseum.org/dmuseum
- 전화 : 070-5097-0020
○ 구슬모아당구장 :
-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73-4 | [화~일] 11:00~19:00(단, 월요일 휴무, 브레이크 타임 13:00~14:00)
- 홈페이지 : www.daelimmuseum.org/guseulmoa
- 전화 : 02-3785-0667
○ 스튜디오 콘크리트 :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162 | 매일 11:00~21:00
- 홈페이지 : www.studio-ccrt.com
- 전화 : 02-794-4095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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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토리 호호] 산책의 추억거리를 모아보세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여행스토리 호호 생산일 2016-12-01
관리번호 D000004175294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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