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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큰 전동차를 어떻게 지하에 넣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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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지하철·도시철도 등 서울과 수도권 교통정보를 꿰뚫어 보는 ‘한우진 시민기자의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이 게재 일자를 화요일로 고정하여 격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는 그의 철학처럼, 최근 교통 이슈부터 깨알 같은 생활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그의 교통칼럼을 내 손안에 서울에서 편안하게 만나보세요.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46) 10월까지 계속되는 우이신설 경전철 반입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가끔 저 큰 전동차를 어떻게 지하에 넣었을까 궁금해지곤 한다. 분명히 공장에서 만들었을 텐데 서울에 공장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지상에서 지하로 옮기는 방법이 의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하철 지하 반입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 전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현대로템이라는 곳이 대표적이다. 서울지하철 대부분의 차량을 이 회사에서 만들었다. 그리고 이 회사의 공장은 경남 창원시에 있다. 그러므로 일단 창원에서 서울로 차량을 가져오는 것이 관건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하철 차량도 철도차량이므로 철도만 연결되어 있으면 철길 위에서 굴러갈 수 있다. 궤간은 표준궤(1435mm)로 같고, 차량크기도 일반철도와 같다. 따라서 기관차에 전동차를 매달고 창원부터 서울까지 끌어오면 되는 것이다.


기관차에 끌려 올라오는 서울지하철 새 전동차 ⓒ 서울시 [서울지하철 30년사]

기관차에 끌려 올라오는 서울지하철 새 전동차


이때 중요한 것은 새로 만든 전동차가 스스로 달리는 게 아니라 기관차에 끌려간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지하철과 철도는 전기방식이나 신호방식 등이 달라서, 전동차가 일반철도 위에서 스스로 운행을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전동차를 끌어오는 열차도 무궁화호처럼 빨리 달리는 게 아니고, 새 차인만큼 속도를 느리게 하여 조심조심 신주단지 모시듯 하여 끌고 온다.

이렇게 철길을 이용하여 서울로 온 새 전동차는 철도와 지하철이 연결된 선로를 통해 지하철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울지하철에는 평소에는 쓰이지 않지만, 이렇게 특별한 때에 쓰이는 연결선들이 있다. 예를 들어 도봉산역 북쪽에는 1호선과 7호선의 연결선로가 있다. 1호선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경원선 일반철도이므로 창원에서 여기까지 전동차를 끌고 온 뒤, 7호선 쪽으로 넘어가서 도봉차량기지에 새 전동차를 넣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지하철 노선이 일반철도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는 지하철끼리 연결된 ‘비밀연결선’을 통해 몇 단계에 걸쳐서 이동하게 된다. 6~7호선 태릉입구역, 2~5호선 까치산역, 1~2호선 신설동역, 3~4호선 충무로역, 8호선 가락시장역, 5호선 방이역 등에 이런 비밀연결선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 5호선 서쪽 구간에 열차가 도입될 때는 공장에서 만든 전동차가 경부선 철도에서 지하서울역 지하철 1호선으로 들어간 뒤, 다시 1~2호선 신설동역에서 2호선으로 들어갔고, 마지막으로 2호선 까치산역에서 5호선으로 들어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공장에서부터 차량기지까지 새 전동차를 가져오는 과정을 ‘반입(搬入)’이라고 한다. 그런데 전동차를 꼭 철길로 날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9호선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개통 당시 9호선은 다른 노선과 연결선로가 없었다. 서울시에서는 5호선 방화기지에서 9호선 김포기지까지 임시연결선을 설치할 것도 고려하였으나, 최종적으로는 9호선 차량을 가장 가까운 철도차량기지인 코레일 고양기지까지 철도로 옮겨온 후, 그곳부터는 트럭으로 9호선 차량기지까지 옮기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긴 차량은 1량씩 분리하여 트레일러에 싣는다.


트레일러에 실려 반입되는 9호선 전동차 ⓒ서울시

트레일러에 실려 반입되는 9호선 전동차


물론 지금은 공항철도가 경의선 철도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된다. 공항철도와 9호선은 김포공항역에 연결선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향후에는 이 연결선을 이용하여 인천공항에서 강남구까지 직결운행을 할 예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있었던 반입을 알아보자. 바로 9월 12일부터 10월 말까지 계획된 우이신설 경전철의 전동차 반입이다. 우이신설 경전철은 타 노선과의 연결선이 없어서 트레일러를 통한 반입이 불가피했다. 창원공장에서 우이동 차량기지까지 전동차 1량씩 트레일러로 끌어왔다. 경전철의 전동차는 크기가 작아서 이러한 운송에 더 유리하다. 특히 트레일러는 땅위의 진동이 전달되지 않는 특수한 차량을 써서 전동차를 보호한다. 아울러 더 흥미로운 것은 차량기지에 넣는 방법이다.


우이신설 경전철


우이신설 경전철은 국내 최초로 지하 차량기지를 사용한다. 보통 전 구간 지하 노선이라도 차량기지만큼은 지상에 있는 것이 보통인데, 우이동이라는 시가지에 차량기지가 있다 보니 차량기지마저 지하화된 것이다. 그래서 우이신설 경전철은 트레일러를 이용해 전동차를 싣고 온 뒤, 차량기지 상부에 구멍을 뚫고, 크레인을 이용해 한 량씩 지하 차량기지에 내리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지난 9월, 우이동 경전철 차량기지에 서울 최초 경전철(우이~신설) 전동차가 입고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우이동 경전철 차량기지에 서울 최초 경전철(우이~신설) 전동차가 입고되고 있다


지하 차량기지 바닥에는 이미 선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곳에 정확히 맞추어 내려놓으면 된다. 그리고 지하에서 차량끼리 연결을 한 뒤, 시운전을 마치면 비로소 전동차가 운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이색적인 방법이지만, 사실 최초는 아니다. 이렇게 반입을 위해 전동차를 크레인으로 한 량씩 수직 이동시키는 것은 이미 1995년경에 5, 8호선 전동차 반입 시 쓰였던 방식이다. 당시 5호선 강동구간과 8호선은 타 노선과 연결선이 없는 외톨이 노선이었다. 그러다보니 가장 가까운 지하철 노선인 3호선 수서역의 동쪽 끝부분 터널 상부에 구멍을 뚫고 전동차를 한 량씩 끌어올린 뒤, 지상 도로에 설치된 임시선로를 이용하여 8호선 가락시장역으로 이동시켰다. 즉 1995년 당시에는 광평교~가락시장역 도로(중대로)상에 마치 트램(노면전차) 선로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3호선 터널 상부로 1량씩 끌어올려지는 5호선 전동차 ⓒ 서울시 [서울지하철 30년사]

3호선 터널 상부로 1량씩 끌어올려지는 5호선 전동차



전동차 반입용 임시선로 ⓒ 서울시 [서울지하철 30년사]

전동차 반입용 임시선로


지하철 전동차도 일종의 화물이다. 서울시가 구입하고 공장에서 만든 대형 화물인 것이다. 이를 서울지하철까지 안전하게 가져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오는 중에 손상이라도 생긴다면 큰일이다. 더구나 개통이 지연되는 것까지 따지면 그 비용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지하철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발로 큰 역할을 할 전동차를 안전하게 옮겨오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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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한우진 생산일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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