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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숨 쉬는 '정동1928 아트센터'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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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고종의 길 옆에 '정동1928 아트센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교를 시작한 구세군이 사관을 양성하고 선교와 사회사업 본부로 쓰기 위해 지었던 중앙회관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928년 완공된 이 건물은 좌우대칭의 단아한 외관과 입구의 거대한 기둥, 정면 중앙의 박공 등 독특한 양식이 돋보인다. 건축 당시에는 서울의 10대 건축물에 들 정도로 유명세를 치뤘다고 한다.

1928년 건립되어 구세군의 역사를 함께한 건물이 지난해 10월 '정동1928 아트센터'로 새로 태어났다. ©이선미

일제강점기부터 구세군의 신사참배 반대, 6.25전쟁의 상흔과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을 함께 경험한 이 건물은 그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서울시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되었다.

정동1928에서 서울시향의 웰에이징 콘서트 ‘기억’이 열렸다.

정동1928에서 서울시향의 웰에이징 콘서트 ‘기억’이 열렸다. ©이선미

백 년이 다 되어가는 건물을 개조했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오래된 시간의 아름다움이 더욱 고조된다. 카페와 갤러리, 꽃집 등이 있는 1층은 원래 사관들의 기숙사와 식당이었다. 건립 초기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나중에 타일을 바르고 가스보일러를 설치한 흔적이 카페 벽의 타일과 가스 밸브에 언뜻언뜻 남아 있다.

카페에는 여러 개의 벽이 남아 있다. 기숙사와 식당 등으로 이용된 옛 건물의 자취다.

1층 카페. 기숙사와 식당 등으로 이용된 옛 건물의 자취가 남아 있다. ©이선미

정동1928아트센터에는 백 년 전 개화기에 있었을 법한 품격 있는 사진관도 있다.

정동1928아트센터에는 백 년 전 개화기에 있었을 법한 품격 있는 사진관도 있다. ©이선미

이 건축물에서 무엇보다 독특하고 중요한 장소는 2층의 다목적홀이다. 원래 이곳은 예배당이자 집회를 위한 공간이었다. 건립 당시의 독특한 지붕짜임이 건축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라고 한다. ‘해머빔(Hanner Beam)’이라는 이 구조는 중세 말기 영국에서 유행한 장식용 천장 스타일로 아치형 목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머빔 공법 천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2층 다목적홀.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자리가 배치돼 있다.

2층 다목적홀.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자리가 배치돼 있다. ©이선미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지난 11월 21일 서울시향 웰에이징 콘서트 ‘기억’이 열렸다. 웰에이징 콘서트는 전 세대를 위한 음악을 표방하며 영유아 대상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 청소년 대상의 ‘음악수업 2교시’와 ‘교과서 영상화 사업’, 성인 대상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 등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억 콘서트는 우리 사회의 50플러스 세대가 예술을 통해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기획되었다.

공연에 앞서 이해우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깜박깜박하는 건망증, 기억을 붙잡고 싶으신가요?'라는 주제로 짧은 강의를 진행했다. 건망증은 딱히 노년층의 문제가 아니지만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해우 센터장은 단순한 건망증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건망증을 의식하면 더 강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안은 집중력을 더 떨어뜨린다. 뭔가 생각이 안 나더라도 담담하게 대처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다만 기억을 위해서도 훈련이 필요한데, 반복해 보는 것은 기억 강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긍정적인 감정을 기억으로 전환해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지만 자주 반복함으로써 기억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속에 향기가 배어있던 웰에이징 콘서트는 그 자체로 ‘기억’의 한순간이 되었다.

클래식 음악 속에 향기가 배어있던 웰에이징 콘서트는 그 자체로 ‘기억’의 한순간이 되었다. ©이선미

음악 칼럼니스트 노승림 숙명여대 교수의 진행으로 기억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마스크를 쓴 서울시향 현악 단원 8명이 자리를 잡고,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작품번호136’과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등을 연주했다. 모처럼 밝고 경쾌한 모차르트였다. 가브리엘 포레의 ‘파반, 작품번호50’이 장중한 애상을 담아 연주되고, 보로딘의 현악4중주 2번 중 3악장 ‘녹턴’과 프랑스 신고전주의 작곡가 프랑시스 풀랑의 가곡 ‘사랑의 길(Les chemins de l`amour)’이 이어졌다. 사랑의 길이 흐르는 공간에서 향기가 스쳤다.

실제로 이번 ‘웰에이징 콘서트’는 향기와 함께 진행되었다. 향기는 다른 감각을 통한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 속에 화이트 플로럴 향이 스치는 시간, 또 한 번의 웰에이징 콘서트였다.

약속된 연주가 다 끝났는데 연주자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선물처럼 마지막 곡이 시작되었다. 정성스러운 느낌으로 전주가 흐르고 ‘섬집아이’가 연주되었다. 가슴 깊이 위로의 마음이 전해왔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가장 따뜻한 어떤 기억들을 붙들며 잘 통과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 마음을 담아 연주하는 것 같았다. 엄동설한에 사랑을 나누라고 종을 울리는 구세군의 옛 예배소에서 듣는 ‘섬집아기’가 따뜻했다.

정동1928 별관에서는 ‘서울한옥, 미래자산전Ⅱ’이 열리고 있다.
정동1928 별관에서는 ‘서울한옥, 미래자산전Ⅱ’이 열리고 있다.

정동1928 별관에서는 ‘서울한옥, 미래자산전Ⅱ’이 열리고 있다. ©이선미

지금 정동1928 별관에서는 서울시가 한옥보전과 진흥 20년을 맞아 준비한 ‘서울한옥, 미래자산전Ⅱ’이 28일까지 열린다.(☞ 온라인으로 전시 보기) 서울시는 우리 근현대 건축물들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서울의 다양한 시대적 층위를 시민들이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서울형 건축자산 진흥정책을 펼치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어서가 아니라 현대적인 쓰임새를 고려해 새로운 문화 활동을 담아내겠다는 비전까지 담은 정책이다. 정동1928 아트센터 역시 그러한 맥락에 있다. 단순히 문화재로만 존재하는 건물이 아니라 그 역사 속에 시민들이 함께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는 '신진작가 초대전-김형선 작가'가 이어진다.

코로나19로 더 힘든 올 겨울, 따뜻한 마음을 기억할 때인 것 같다.

코로나19로 더 힘든 올 겨울, 따뜻한 마음을 기억할 때인 것 같다. ©이선미

날이 추워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거리마다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들려온다. 자선냄비는 종교를 떠나 조금은 따뜻한 마음으로 손을 내밀게 된다. 가뜩이나 힘든 올 겨울은 콩 한쪽도 나눠먹던 옛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해야 할 때인 것 같다.

■ 정동1928 아트센터
○ 위치 : 서울 중구 덕수궁길 130
○ 문의 : 02-722-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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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숨 쉬는 '정동1928 아트센터' 다녀왔어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선미 생산일 2020-11-27
관리번호 D000004134548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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