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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엿보는 조선시대 신참 신고식 '금오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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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금부 금오계첩 포스터

의금부 금오계첩 포스터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인 종로구 공평동의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는 원래 2월23일까지 '의금부 금오계첩-이름과 그림으로 남긴 만남의 기록' 특별전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금오계첩'이란 17~19세기 조선시대 사법기관인 의금부에서 선배관원이 신참에게 하는 일종의 신고식인 '면신례' 과정에서 의금부도사들의 만남과 인연을 기록한 기록물이다.

기대감이 컸던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박물관이 줄줄이 휴관을 하며 아쉬움을 남겼었다. 다행히도 서울시는 4월19일까지 금오계첩 전시기간을 연장하고 온라인에서 동영상(https://museum.seoul.go.kr/CHM_HOME/jsp/MM03/vr/114/index.html)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게 했다.

안방에서 온라인 전시를 관람하며 조선시대의 검찰, 의금부와 관료사회의 모습을 만나보자.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개관 1주년을 맞아 첫 기획전 ‘의금부 금오계첩’을 개최한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개관 1주년을 맞아 첫 기획전 ‘의금부 금오계첩’을 개최한다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e-북)

금오계첩은 어려운 한자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쉽고 재미있는 내용이다. 계첩은 사대부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풍류를 즐기기 위한 계모임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것이고, 금오는 조선시대 사법기구 중 하나인 의금부를 일컫는 말이다.

내부 기강이 강했던 의금부에는 신참과 선배관원 사이의 위계를 엄격히 하고 결속을 다지기 위해 혹독한 신참 신고식인 '면신례' 관행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그 중에서도 조선시대 핵심 사법기구인 의금부는 더욱 기강이 강한 편이었다.

조선시대 의복 등 관련 유물 30점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의복 등 관련 유물 30점을 만날 수 있다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e-북)

이번 '의금부 금오계첩' 전시에서는 '경국대전' 등 옛 문헌 자료와 의금부 도사 임명 교지, 의복 등 총 30여 점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금오계첩은 조선시대 관료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사료로서 가치가 있고 오늘날 직장인들이나 관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시는 '1부. 의금부와 견평방', '2부. 의금부의 역할과 활동', '3부.‘금오계첩’과 면신례' 등 크게 3개 주제로 나뉜다. 특히 3부.‘금오계첩’과 면신례에서는 17~19세기에 제작된 대표작품 ‘금오계첩’이 있어 의금부 관아와 도사들의 계회 모습이 잘 나타나있다. 시대에 따라 계첩을 그리는 방식과 회화적인 특성이 드러나 있는 점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온라인을 통해 금오계첩 기획전시 해설을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금오계첩 기획전시 해설을 감상할 수 있다 ⓒ박세호

온라인 전시를 보면, 우선 전반부에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기획전시실을 한 바퀴 돌면서 천천히 영상을 보여준다. 마치 현장에서 관람하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금오계첩에 대한 유물과 전시내용 등을 온라인을 통해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해설자인 전공 교수가 출연하여 금오계첩이 유물로 남은 경위와 함께 실물을 보여주며, 계첩이 작성된 경위와 더불어 그 구성원들인 의금부 도사들의 일상과 삶의 이야기를 인간미 넘치는 어조로 들려준다.

전시를 보니, 선조들의 삶이 시간 저 너머에서 고립된 무인도과 같은 느낌이 아니라 오늘 이 시간 우리가 겪는 것과 똑같은 시련과 번뇌 속에서 동일한 고민을 나누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조선시대 의금부 터 표지석

조선시대 의금부 터 표지석 ⓒ박세호

내친김에 온라인 전시에서 금오계첩을 보고, 주 무대였던 서울 도심 중앙에 있는 의금부 자리도 살펴보았다. 현재는 의금부 건물들이 사라지고 돌로 새긴 유적지 표지석만 남아있다. 표지석을 보며 옛 모습을 상상해보고 동시에 전옥서 자리까지 답사해보면 훨씬 더 실감나는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세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의금부가 있었던 자리의 표지석

세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의금부가 있었던 자리의 표지석 ⓒ박세호

표지석 건너 종각역 1번 출구 SC제일은행 본점 앞 위치가 '의금부'였으며, 그 의금부에서 왕명을 받아 치국하고 처벌하던 벼슬아치가 '금부도사'였다. 종5품, 6품 등으로 최고 고위관료 직급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임무가 오늘날의 검찰청, 국가정보원 업무와 유사하고 왕명에 거스르는 범죄를 제압하는 역할이기에 이들의 존재감은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하고도 남는다.

종로1가 역 전옥서 터. 동학농민운동 녹두장군 전봉준도 여기서 고초를 겪었다

종로1가 역 전옥서 터. 동학농민운동 녹두장군 전봉준도 여기서 고초를 겪었다 ⓒ박세호

오늘날의 경찰청과 많이 닮은 포도청은 관할 지역으로 나뉘어 좌포청(종로3가 구 단성사 자리)과 우포청(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옆 광화문우체국 자리)이 있었고, 형무소 격인 전옥서는 종각역 6번 출구 영풍문고 자리였다. 전옥서는 죄인을 수감하던 감옥으로, 이들 죄인들이 형조(세종문화회관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에서 문초를 받은 뒤 전옥서에 수감되었다고 한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위용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의 위용 ⓒ박세호

한편 종로구 공평동의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공평1·2·4지구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16세기 건물지와 길을 그대로 보존하여 전시한 도시박물관이다.

동선에 따라 개발과 보존의 상생(보존과 ‘공평동 룰’), 조선시대 견평방(수도 한양의 중심), 근대 공평동, 도시유적 아카이브(도시유적 발굴지도) 등 4가지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시내 중심가에서 시민의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시내 중심가에서 시민의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박세호

이 전시관은 문화재 보존과 보호라는 기본원칙을 준수하면서 민간 사업자의 손실 보전을 통해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매장문화재 전면보존의 전제와 기준인 ‘공평동 룰’을 적용한 첫 사례로 꼽힌다.

유적이 발굴된 바닥면을 유리판으로 덮어서 역사의 자취를 그대로 보존한다

유적이 발굴된 바닥면을 유리판으로 덮어서 역사의 자취를 그대로 보존한다 ⓒ박세호

조선시대 종로의 모습을 발굴된 상태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데, 역사의 현장에서 유적지의 지형지물을 그대로 살려 한양의 골목길을 걸으며 의금부 관련 유물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해놓았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동안 조선시대~근대 도시조직의 원형들이 유적들 속에 600여 년에 걸쳐 층층이 쌓여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시민들 앞에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 가면 우리 옛날 선조들이 살던 시대의 전시물과 상상을 통해서 그 모습을 떠올려보고, 실증자료와 유적에 의해서 구체적인 지식을 얻어갈 수 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안내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
○ 교통 :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에서 도보 2분
○ 관람시간: 화~일요일 09:00~18:00, 현재는 코로나19로 휴관중
○ 온라인 전시 : https://museum.seoul.go.kr/CHM_HOME/jsp/MM03/vr/114/index.html
○ 휴관일 : 1월 1일, 매주 월요일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724-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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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엿보는 조선시대 신참 신고식 '금오계첩'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박세호 생산일 2020-04-02
관리번호 D000003968529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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