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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운치 그득한 '여의도공원' 추천 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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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여의도광장을 연상케하는 문화의마당과 주변 빌딩숲 전경
옛 여의도광장을 연상케하는 문화의마당과 주변 빌딩숲 전경 ⓒ염승화

지난 금요일 낮에 ‘여의도 숲’에 다녀왔다. 사실은 온종일 비가 내린 12월 첫날에도 들렸었는데, 맑은 날에도 살펴볼 요량으로 거푸 찾은 것이다.

여의도라고 하면 얼핏 고층 빌딩들이 몰려 있는 빌딩숲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곳에도 진짜 숲이 있다. 132종의 나무들과 32종의 풀들이 우거져 사시사철 아무 때고 마음대로 거닐 수 있는 여의도공원을 말한다. 이 공원은 본래 수십 년 전만 해도 덩그러니 널따란 평지가 있던 맨 공간이었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길게 이어지는 삭막한 대지 위로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던 시절도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여의도는 광장이 들어선 1971년 9월 이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장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여의도공원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공간인 C-47비행기 전시관.
여의도공원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공간인 C-47비행기 전시관. ⓒ염승화

온통 시꺼먼 아스팔트였던 여의도광장이 오늘날처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 공간으로 변모한 것은 1999년이다. 그러니까 여의도공원은 올해로 어느덧 개원 20년을 맞은 것이다. 여의도공원은 약 22만 9,500㎡(약 7만 평)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공원 둘레 산책로가 3.9㎞에 이르는 것만으로도 쉬 그 넓이를 짐작할 수 있다.

공항 활주로로도 쓰였던 곳인 만큼 모양새는 매우 기다랗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거리는 1.3㎞쯤 동서 폭은 약 190m다. 그 중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녹지로 이루어져 있다. 남쪽 녹지인 자연생태 숲과 잇닿아 있는 부분만 농구장, 야외무대, 광장 등으로 이루어진 ‘문화의 마당’이다. 이곳은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여의도역에서 내린 뒤 공원 안으로 첫발을 디딘 지점이자, 공원의 1번 메인 출입구가 있는 곳이다.

공군 최초 비행단이 있던 장소에 세워져 있는 공군창군60주년 기념탑이 C-47 수송기 뒤편에 있다. 여의도공원 광장에 우뚝 서 있는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국기게양대
C-47 수송기 뒤편의 공군창군60주년 기념탑(좌)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국기게양대 ⓒ염승화

공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우측 한편에 놓여 있는 제법 커다란 비행기로 눈길이 쏠린다. 앞 두 날개를 좍 핀 모습이 마치 시민기자를 반기듯 손짓을 하는 것 같다. C-47로 불리는 이 비행기는 2차 세계대전이나 6.25전쟁 때 맹활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군 수송기다. 1945년 8월 18일 한국광복군 대원들과 미국 전략첩보국 요원들이 당시 경성비행장인 이곳에 착륙한 것을 계기로 처음 바퀴가 닿았던 바로 그 자리에 2015년 8월에 설치한 것이다. 지금은 비행기 내부를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 공간’인 ‘C-47 비행기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가 이곳에 ‘임시정부 환국 74주년 특별전’(11/23~11/30)을 열면서 애니메이션 ‘11월에 온 비행기’를 상영한 바 있다.

‘C-47 비행기 전시관’ 뒤편에 바투 위치해 있는 ‘공군 창군 60주년 기념탑’과 높이가 50m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국기 게양대를 살펴본 뒤에는 곧 광장을 가로질러 자연생태 숲으로 향한다.

운치가 뛰어난 자연생태숲에는 수목들의 반영이 아름다운 생태연못이 있다.
운치가 뛰어난 자연생태숲에는 수목들의 반영이 아름다운 생태연못이 있다. ⓒ염승화

자연생태 숲은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울창하다. 온갖 나무와 갖은 풀들이 가득 찬 숲에 오솔길처럼 조성해 놓은 목재 데크 길을 따라 들어선다. 고즈넉한 산사에 와 있는 듯 고요하고 한갓진 숲이 눈앞으로 계속 펼쳐진다. 절로 들숨과 날숨을 길게 반복하며 맑은 숲 속 정기를 마셔도 본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곳을 바삭바삭, 구수한 소리를 들으며 밟는 맛도 쏠쏠하다. 그곳은 풍광이 수려한 생태연못가다. 연못을 마주하자 마치 깊은 숲속 옹달샘을 만난 것처럼 희열이 느껴진다. 그 둘레를 천천히 돈다. 살얼음이 낀 물 위로 비춰지는 수목들의 반영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잠시 수변 벤치에 앉아 그 장면을 음미하는 여유도 부려본다. 문득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진 날 이 숲을 지난다면 참 운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마음 같아서는 데크 길을 한두 바퀴를 더 돌면 좋겠으나 마저 가볼 데가 더 있기에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뗀다.

잔미마당 곳곳에는 '소풍색감' 등 서울정원박람회 수상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잔미마당 곳곳에는 '소풍색감' 등 서울정원박람회 수상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염승화

고층빌딩에 쌓여 있는 듯한 여의도공원과 그 안 작은정원(꽃밭.텃밭)
고층빌딩에 쌓여 있는 듯한 여의도공원과 그 안 작은정원(꽃밭.텃밭) ⓒ염승화

이제 공원 둘레 산책길을 따라 한강변 방향인 북쪽으로 간다. 종종 걸음으로 문화의 마당 테두리를 휘적휘적 지나니 ‘잔디마당’이다. 이곳의 특징은 낮은 언덕으로 형성된 초지에서 멋들어진 작은 정원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이다. 작은 정원들이란, 서울시가 해마다 주최하는 정원 박람회에서 수상을 한 작품들을 말한다. ‘소풍색감’을 비롯한 여러 작품 정원들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큰 정원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에 설치되어 있는 독특한 정원 하나 하나 면면을 살펴보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생긴다.

이곳에는 생태연못처럼 작은 연못(잔디마당 연못)도 있다. 연못가에 우뚝 서 있는 아름드리 버드나무들과 초가로 된 원두막 쉼터가 정겨운 풍광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주변 고층빌딩 숲이 공원을 품고 있는듯한 형국도 재미를 자아낸다.

지당에는 서울의 과거,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인공섬이 3개있다.
지당에는 서울의 과거,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인공섬이 3개 있다. ⓒ염승화

우중 운치도 뛰어난 송림이 좋은 여의도공원
우중 운치도 뛰어난 송림이 좋은 여의도공원 ⓒ염승화

한국 전통의 숲은 소나무 등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들로만 조성한 곳이다. 송림이 빽빽하게 들어찬 모습이 특히 인상 깊다. 솔방울이 무수히 떨어져 있는 그 사이사이를 지나는 오솔길에서는 시심이 절로 솟을 만큼 분위기가 그만이다. 전통 연못인 지당도 운치 있다. 정자인 사모정에 올라 연못을 내려 본다. 자연스레 수중에 떠 있는 인공 섬으로 시선이 꽂힌다. 이 섬 3개는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각각 상징한다고 한다.

우중에 바라본 수려한 단풍길
우중에 바라본 수려한 단풍길 ⓒ염승화

한강변 큰길에 인접한 이 숲 끄트머리에는 마치 터널 같은 단풍 길이 있다. 자연생태 숲과 더불어 공원의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지점이다. 그 아름다움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단풍잎들이 그새 바짝 말라 있다. 며칠 전 우중에 왔을 때만 해도 단풍이 여전히 탐스러웠는데...

목하 늦가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는 여의도공원은 현미경 관찰교실이나 생태 숲 관찰교실 등 12월까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이용해 참고하면 좋을 듯싶다. 또한 여의도를 빙 둘러 조성되어 있는 여의도한강공원과 연계한 나들이 일정을 짜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에 가도 좋은 여의도공원 방문을 권하고 싶다.

여의도근린공원 관람 및 방문 안내
○ 교통 :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 > 약 300m (도보 약 5~6분) 공원 출입구 1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공원로 68(여의도동)
○ 운영 : 연중 무휴 상시 개방 / 입장료 없음
○ 체험 프로그램 :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http://yeyak.seoul.go.kr/main.web (여의도공원 검색)
○ 문의 : 02-761-40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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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운치 그득한 '여의도공원' 추천 스팟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염승화 생산일 2019-12-10
관리번호 D000003887149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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